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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부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의 1년을 달별로 정리해볼 수 있는가? 아니 달별로 하기가 어렵다면 계절마다의 모습은 정리해 볼 수 있는가? 나에게 이런 과제가 주어졌다면 아마도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매일 같은 풍경에 지나다니는 것은 옆집 자동차와 항상 같은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검은 고양이와 비둘기. 거리 가로수에 새순이 자라고 잎이 무성해졌다가 낙엽이 지고 다시 앙상해지면 1년이 지난 것이다.
알도 레오폴드가 살았던 모래군은 위스콘신 강가 주변의 모래땅을 말하며 이 책에서 그는 그곳의 1년을 월별로 그려놓았다. 1년이 하루같은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도시인에게 최고의 상상력과 최고로 섬세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 바로 『모래군의 열두달』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만 멈춰있었다면 절대로 환경운동의 바이블이라고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1편, 모래군의 열두달과 제2편, 이곳저곳의 스케치 속에서 제3편을 정리해낸다. 바로 토지윤리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모래군의 모습 속에서 레오폴드가 찾아내는 것은 단순한 감탄과 아름다움이 아니다. 80년을 살아온 참나무를 톱집하면서 역사책을 읽어내려간다. 참나무의 나이테 마다마다 그 해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본 것이다. 또한 그 참나무가 벼락을 맞아서 지금 톱을 들고 있는 레오폴드에게까지 왔다는 것을 순환적으로 본다. 톱질을 하며 나온 톱밥은 태워 재가 되고 그 재는 과수원의 사과속으로 또는 도토리속으로 들어가 다시 참나무로 나에게로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시간이나 공간이 자연을 통해서 재구성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긴꼬리물떼새가 자기 권리를 하는 공간은 군청장부에 적혀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7월에 방울새, 로빈, 오리오울, 인디고멧새, 굴뚝새등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는 새벽을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철조망으로 나눠놓은 구획이 무의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강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순간이며 그 순간이 지난 후에 같은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도 없다. 공간과 시간마저 다 소유해버리고 관리해버리려는 인간들의 모습이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인간만 모르고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말로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분류되고 토막나버렸는가. 하지만 그 속에는 어떤 아름다움도 없다. 음악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각각의 현이 뚱겨져야 되는 것인데 지금은 모두 자기 악기의 현만 뚱기고 있다. 화음이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과 무엇을 연결하는 것이 화음을 만들고 통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레오폴드의 답은 '인간과 토지'이다.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사회 공동체 속에서 존재했던 윤리의 영역을 인간과 토지 및 그 위에서 살아가는 동식물과의 관계로 확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의 토지윤리는 ‘자원’의 변경과 관리 및 사용을 중단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도 토지위에서 존속할 권리가 있음을, 또한 좁은 구역이나마 자연상태로 존속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모래군의 열두달을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레오폴드는 절대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거나 앞으로도 모든 것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추측하고 다른 동물이나 다른 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또는 내가 아는 정도에서 만족했다. 끊임없이 진화해가는 생태계, 사회, 윤리속에서 인간의 몫이 너무나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그의 안목이 놀랍다.
제2부 알도 레오폴드와 승은이의 만남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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