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지평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DMZ 기행을 하고자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필요하신 분께서는 생태지평으로 연락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비무장지대 DMZ

한반도의 DMZ

38선과 군사분계선(MDL)

민간인통제선(CCL)

남북한 중립지역(공동 관리구역)

비무장지대의 마을그 안의 사람들

DMZ가 품은 아름다운 생태계

 

 

[DMZ 서부지역분단 사이로 흐르는 강그 강에 사는 사람들

평화로 가는 길목 파주

임진강의 맑은 물길 연천

 

 

[DMZ 중부지역전쟁의 상처흔적으로 남다

근대문화유산과 전쟁의 상처 철원

 

 

[DMZ 동부지역산과 강끊긴 듯 이어지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보고 화천

멈춰진 전쟁끝없는 포성 양구

푸른 봉우리로 이어진 생명의 터전 인제

평화를 꿈꾸는 땅 고성

 

 

Posted by 보리83
- 제8차 DMZ평화포럼 보고 -

2011년 10월 1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제8차 DMZ평화포럼


  민통선 자전거평화누리길 사업을 계기로 마련된 제8차 DMZ평화포럼에서는 DMZ 개발과 보전에 대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DMZ평화포럼의 공동주최자인 홍영표 국회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국감에서 DMZ 자전거도로를 문제제기한 것을 계기로 다시 한 번 DMZ에 대한 보전과 개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면서 “DMZ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 없이 책상머리 계획을 만들어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정부가 토건족들과 함께 개발사업을 하다보면 DMZ는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발제로 생태탐방로 사업과 평화누리길 조성사업을 설명한 이범석 행정안전부 지역발전과 과장은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화천구간과 양구구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접경지역 보전과 훼손에 공감하지만 개발이 가능하거나 할 수 있는 행위와 방법이 제한적이므로 제도적 한계 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생태지평 김동언 연구원은 접경지역 개발에 따른 민통선 생태계 훼손 현황을 발표하며 화천, 양구, 인제, 철원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개발사업들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지속적인 환경파괴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동언 연구원은 “화천구간은 생태지평에서 탐방을 늘 진행했던 교육장으로 산양 똥자리가 있어 산양의 서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이었지만 자전거평화누리길 사업이 진행되면서 산양의 흔적은 사라지고 노란 깃발이 꽂혀있었다”고 말하며 실제로 “평화의 댐에서 안동철교를 지나서 당거리로 가는 것은 통행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방문자 30만명(평화의 댐까지만 가는 방문자수)이라는 수치는 수요예측을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연경관을 해치고 인공폭포라는 불필요한 구조물만 만들어놓은 양구군 직연폭포와 진짜 황토가 아닌 황토색 물감을 칠한 생태탐방로등을 예로 들면서 친환경으로 포장된 두타연계곡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또한 “두루미가 찾아오는 연천지역의 군남홍수조절댐은 담수예정이고, 경기개발연구원은 두루미 평화습지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자문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평화습지원에는 두루미가 오라는 것인지 사람이 오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발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4명의 토론자가 간략하게 DMZ 일원 지역 개발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녹색연합 평화행동국 정인철 국장은 우선 비무장지대 일원에 관련된 정부정책과 보호구역에 대한 것들이 일관되게 결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부처간의 갈등보다 사전협의와 지역특성에 맞는 계획 선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백암산 케이블카 190억, 철원문화광장 260억, DMZ박물관 445억과 같이 하드웨어 중심의 시설설치가 우선되고 있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김창환 교수는 DMZ 때문에 많은 규제로 지역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면서, DMZ는 어떤 말로도 보전하고 어떤 형태로도 보전해야 해야 하지만 규제와 법으로만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을 보장하며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토론자였던 환경부 자연정책과 유제철 과장은 DMZ 일원지역 개발과 보전에서 방점을 보전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최근 언론에서 민통선 일원까지 자전거도로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제기가 있다. 수요예측을 하고 효용성을 충분히 검토해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보전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 개발만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환경가치를 알릴 수 있는 개방과 탐방문화형성에 대한 순기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는 “개발에 따른 문제를 장기적으로 예방하고 DMZ를 보전하고 민통선 산림지역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조사가 필요하며, 사전 이용계획이 없이 급한 것이 우선이다라는 식으로 따라 가면 난개발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자전거평화누리길이 사업이 거의 완료된 두타연의 경우 개발해서는 안 되는 지역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이미 개발되고는 있지만 현재는 수용 가능한 형태의 개발인데, 앞으로 더욱 명소화되고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면 두타연이 지금과 같은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충현 교수의 말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지켜야 하는 원칙은 당연한 것이지만 하부에서 계획하는 과정에서 어긋나는 부분은 쉽게 조율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업계획을 짧은 시간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 전문가를 모아 장기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결국 자연에 무리가 없고 지역주민에게 좋은 계획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글 이승은 연구원 
Posted by 친환경지구인

-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저자와 함께 하는 청소년DMZ탐방

 


“3대 2로 평화팀이 승리했습니다!”
“와아”
짝짝짝
비무장지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중학교 잔디구장에 평화와 생명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평소 비무장지대와 멀리 떨어져 살아온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모여 축구공을 찹니다. 바로 ‘저자와 함께 하는 청소년DMZ탐방’에 참석한 31명의 아이들입니다.

 

5월의 마지막 주말, 도서출판 한울림과 생태지평연구소는 책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부제-생태운동가 아빠가 들려주는 DMZ의 생명과 평화 이야기) 출판을 기념하며 청소년 30여명과 함께 DMZ탐방을 진행하였습니다.

서울 합정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한 우리들은 12시 30분에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 도착했습니다.

입소식 때 만난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님은 청소년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토종벌이 대부분 죽어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은 전지구적 환경위기를 말해주고 있고, 거기에서 밝은 눈을 가지고 올바른 실천을 하는 청소년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평화생명동산 전시관을 둘러보며 교육을 받은 후 잔디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준비된 체육경기는 총 3개. 팀은 ‘생명팀’과 ‘평화팀’으로 나뉘었습니다. 첫 번째 경기인 여왕벌닭싸움은 아직 몸이 잘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가만히 서있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 경기인 2인 3각은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잡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생명팀과 평화팀 모두 마지막 주자에서 승패가 갈리는 막상막하의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각각 한번씩 경기를 이긴 상황에서 시작된 축구경기는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모두 같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멀리 포근한 산자락 아래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로 “생명, 파이팅~”, “평화, 잘해라~”라는 응원의 소리가 파도를 이루었습니다.



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자에게 듣는 DMZ이야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의 저자인 박진섭 부소장(생태지평)은 미래세대에게 질문했습니다. 희망의 땅을 만들어갈 것인가? 지금까지의 전쟁과 갈등의 시간을 연장해갈 것인가? 아이들이 지금 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박진섭 부소장은 반드시 너희들 세대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지뢰를 밟지 않았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DMZ가 지뢰밭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지뢰가 없는 길로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다보면 DMZ에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DMZ골든벨은 책에서 읽었던 것과 오늘 차 안에서, 전시관에서, 저자의 이야기에서 들었던 DMZ에 대한 모든 지식을 총정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번의 패자부활전이 있었지만 모든 아이들은 한 문제 한 문제를 최선을 다해서 풀었습니다. 물론 DMZ를 잘 몰랐기 안타깝게 틀리게 되는 답들도 있었습니다. 산양을 사냥으로 쓴 아이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6월 25일이라고 쓴 아이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길을 만나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상치 못하게 DMZ골든벨의 1등은 중고생 형, 누나들을 제치고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차지했습니다. 1등의 비결은 오늘 모든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것과 더불어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책을 끝까지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골든벨DMZ 1등을 한 전우철 학생^^

 

 평화생명동산에서의 첫 번째 밤이자 마지막 밤이 깊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다같이 큰 원을 만들어 공동체놀이를 하면서 오늘 미처 허물지 못한 우리들끼리의 벽을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내일, DMZ에서의 마지막 날이 너무 짧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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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일요일. 주말이지만 오전 7시 30분에 기상을 했습니다. 정성헌 이사장님과 함께 평화생명동산을 같이 돌며 아침산책을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평화생명동산을 내려다보니 맑은 공기와 더불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구들은 벌써 평화생명동산 곳곳을 사진 찍으며 오늘의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해발 1049m 고지에 있는 을지전망대는 남한 군인과 북한 군인이 서로의 모습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을 만큼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스탈린 고지, 모택동고지,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등은 한국전쟁 당시 더 높고 좋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수많은 목숨이 사라진 아픔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모습이 잘 보인다는 점을 이용하여 남한에서는 1992년 미스코리아대회 수영복심사를 했고, 북한은 매봉 아래 선녀폭포에서 북한여군이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심리전이 너무나 왜곡된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은 멀리 희미하게 나타난 금강산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북관계가 다시 좋아지면 금강산에서도 공을 차는 날이 오겠지요?


을지전망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지형인 분지마을을 볼 수 있습니다. 양구군 해안면은 ‘펀치볼 마을’로도 유명한데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가 이 지형을 보고 화채그릇을 닮았다고 하여 펀치볼이라고 부른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해안은 마을주민들을 괴롭히는 뱀이 자주 나타나자 돼지(해(亥))를 풀어놓았더니 돼지가 뱀을 모두 잡아먹어 편안해진(안(安)) 마을이 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이는 대로 묘사한 외국인과 마을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우리 선조들이 붙인 이름 가운데 우리는 어떤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어야 할까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아쉬워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아직 DMZ를 다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탐방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습니다. 희망의 땅을 만들어갈 아이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대해봅니다. 이번엔 철조망 높이뛰기를 해볼까요?



글쓴이 - 이승은(생태지평 DMZ보전연구팀)
사진 - 생태지평

 


Posted by 친환경지구인

“이주민과 함께 DMZ에 가요!”
- 방글라데시에서 온 라나씨를 만나다. - 
 

▲ 봄기운이 쏟아지는 4월 두번째 금요일, 라나씨를 만났다.

생태지평연구소는 2011년 DMZ평화생태기행을 이주민들과 함께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DMZ(비무장지대)는 낯설고 멀리 있는 땅이 아닌 희망을 그려볼 수 있는 땅입니다. 한국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멀리 고향에서 건너왔던 이주민들의 소망도 DMZ평화생태기행을 통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김포마하이주민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이주민 라나씨를 만났습니다. 
 
이주민 100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문화’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존재한다. TV를 틀면 이주민의 삶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고, 전국 각자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많은 지자체에서도 정책과 행사의 대상이 되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1998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온 라나씨를 만났을 때 가장 조심스러웠던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너와 나를 다른 사람이라 구분하거나 나의 시각에 따라 이주민을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다.

“사람은 원래 똑같아요. 도움은 누구나 필요해요.
하지만 이주민은 누구한테 말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몰라요.”
 
한국에 온지 13년째.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귀여운 딸을 키우며 사는 가장 라나씨는 오른쪽 넷째 손가락 한마디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도와달라는 직장동료의 말에 열심히 도와주어야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질꺼야라고 생각하며 짐을 날라주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라나씨는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된 이주노동자가 있다고 하면 달려가서 도와주고 대신 이야기해주고 돈도 모아주는 등 열심히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나서고 있다.

 
“일만하니까 한국 사람들 전부 나빠 보여요.”
많은 경우 이주노동자에게 주어진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라나씨는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한국사회에 깊게 깔려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끊임없이 느끼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결국 이주노동자도 한국인에 대해서 나쁜 생각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사장님 나빠요.”라고 외치며 이주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블랑카가 했던 말을 “한국인 나빠요.”라고 바꿨어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라나씨는 한국에서 명지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가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아직 졸업은 못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어디에서 사람을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주민이기는 했지만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과 밖에서 만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학교를 안 갔으면 절대 못 느꼈을 사람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이주민분들과 DMZ기행을 꼭 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작년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한국이 매우 불안한 정국이며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다. 한국이 전쟁을 겪어서 외국에서 보기엔 아직 못 살고 어렵게 사는 나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라나씨가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라나씨는 돈을 벌고 삶의 터전만 만든 것이 아니라 기쁨과 아픔과 슬픔의 정까지 같이 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특수한 분단상황이 만들어낸 생태구역 DMZ(비무장지대)를 가보게 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니 라나씨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한번 보고 한번만 가서는 제대로 알 수 없어요”

DMZ를 생각하는 라나씨의 마음이 넉넉했다. 그렇게 한국을 바라봤을까?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놀러오시면 가이드 해드릴께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생활을 해올 수 있었던 라나씨에게 도움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었다. 한번 인연을 맺고 도움을 받았을 때에는 꼭 도움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라나씨가 열심히 살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이제는 우리가 이주민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박2일 DMZ기행을 다녀오는 것을 넘어서 기행을 통한 멘토도 맺고 지속적으로 안부도 물어봐주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60년 전에 있었던 남과 북의 전쟁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속에 피어난 희망을 보러 가는 길을 꼭 라나씨를 비롯한 이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한국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이주민 분들께 DMZ를 통해서 희망을 함께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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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씨는 김포 마하이주민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된 이주민으로 2005년 귀화하여 정지성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상 식품 판매 장사를 시작했지만 법무부에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단속을 너무나 심하게 해서 본인도 3개월 전에 잡혔다가 다행히 풀려났다고 합니다. 심한 단속의 여파로 있는 돈을 모두 쏟아 부은 장사도 망하고 지금은 싱크대 만드는 공장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가는 DMZ 기행’은 현재 다음(daum)모금청원과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생태시선
한강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며, 우리나라의 큰 강하구 중 유일하게 하구둑이 설치되지 않아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경관이 잘 보전된 지역이다. 김포대교 남단 신곡 수중보에서 강화군 송해면 숭뢰리 사이의 수면부가 포함된 하천제방 및 철책선 안쪽의 60.668㎢가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류부 주변의 월롱산, 조강과 염하수로가 만나는 지점의 문수산, 김포의 홍도평과 석탄리, 후평리 사이에 위치한 봉성산 등 낮은 산림이 주변지역에 분포한다.
2월 4일 아침 생태지평연구소를 출발해 김포 용화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 김포 용화사에서 제방도로를 따라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봤다. 봉성들판과 봉성배수펌프장을 지나니 봉성산(129m) 아래 쉼터를 만날 수 있었다.

쉼터에서 온 길을 돌아보니 봉성배수펌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전류리 포구 방향으로 바라보니 밀물이 들어와 강물을 거슬러 가고 있었다. 전류리 포구에서는 밀물과 강이 흐르는 힘이 같아질 때 물 흐름이 멈추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제방도로로 다시 들어서니 전류리 포구 표지판이 나타났다. 어민들의 조업활동은 전류리포구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한강하구 수계의 식생은 주로 침수식물군락, 갈대군락, 갈대-새섬매자기군락, 교란지 식생인 주개풀군락, 산림식생인 버드나무 군락, 염습지 식물군락, 농경지 매화마름군락지가 있으며,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 흰꼬리수리, 매, 검독수리, 참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6종이 서식하고,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러기, 튼고리, 개리, 재두루미, 가창오리, 흰이마기러기 등 26종의 보호가치가 높은 야생동식물이 서식한다.

또한 한강하구는 민통선 및 비무장지대에 인접해 있어 임진각, 오두산통일전망대, 애기봉 전망대, 강화평화전망대 등 통일 안보 문화 자원이 풍부하며, 행주산성, 전등사, 마니산 첨성단, 서오릉, 고인돌, 각종돈대, 나루터, 포구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니 더 이상 제방도로를 따라서 이동할 수 없었고, 내륙도로를 따라 애기봉 전망대를 향했다. 

북녘이 한눈에, 애기봉 전망대에 오르다


애기봉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간단한 신분 확인 후 통과하면 애기봉에 오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250미터 정도 걸으면 애기봉임을 알리는 비석이 눈에 들어온다.


보신암 북서쪽에 있는 애기봉은 일명 쑥갓머리산으로 높이 143미터이다. 이 산에는 평안감사와 사랑을 나누었던 애기(愛妓)의 슬픈 사연이 서려있다. 의좋게 살고 있던 두 사람이 병자호란을 당하여 할 수 없이 피난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종로에서 평안감사는 청나라 군사에게 잡혀가고, 애기 홀로 조강리에 나와 날마다 쑥갓머리산에 올라가 북쪽을 바라보며 애타게 평안감사를 기다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평안 감사는 오지 않고 애기는 병이 들어 죽게되었다.

"내가 죽거든 저 봉우리에 묻어주시오"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 유언에 따라 이 산 꼭대기에 묻었다고 한다. 그런데 1953년 휴전협정에 따라 휴전선 남쪽 끝이 되므로 1970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애기봉에 비를 세우고 노산 이은상이 시를 지어 기리었으며,  그옆에 30미터나 되는 철탑을 세워서 태극기를 달고,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에 오색 전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애기봉 아래로는 '조강'이 흐른다. 임진강과 만나 서해바다로 나가는 한강하구를 한국전쟁 전까지 조강이라 불렀다. 조강은 강화 외포리에서 조기와 소금을 실은 시선배가 마포까지 내집 드나들 듯 오가던 뱃길이다. 지금도 김포에 조강리가 있다. 그러나 조강리는 남북으로 갈라져 상조강리와 하조강리로 분리되었다.

애기봉에서 조강 건너 정면으로 보이는 북측 선전촌에 사람도 눈에 띄고, 차들도 눈에 띈다. 아쉽게도 이날 새들은 보이지 않았다. 애기봉 아래에는 조강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조강나루는 통진에서 개성으로 건너던 큰 나루였다. 조강나루에는 한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개성이나 한양으로 세미를 싣고 가기 위해 만조시간을 기다리는 조선의 사공들이 모이는 큰 포구였다. 그러나 1953년 휴전협정에 의해 조강나루는 그때부터 잠정 폐지 되었고, 그처럼 번성했던 조강포는 현재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기름진 들판이 되고 말았다.

유도는 주막이 있어서 사공들이 쉬어가던 섬이다. 지금은 중립지대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저어새, 가마우지 등의 번식지가 되었다. 


유도 맞은편 북측 땅. 지명은 쌍마라고 한다.


보구곶리의 논이다. 유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 끝 마을이다. 강 쪽으로 가려했으나 군인들이 검문중이라 돌아나왔다. 이곳에서 쇠기러기떼가 먹이를 먹고 있었다. 


동막마을(성동리) 안내판.


강화를 지켜온 문수산성


문수산성(북문)에서 염하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로 강화도가 보인다. 염하강은 조강을 따라 흘러온 한강물과 김포의 서남쪽 앞에 펼쳐진 경기만의 바닷물과 통로가 된다. 서해가 만조 때면 염하를 통해 조강으로 바닷물이 들고, 만조가 심할 때에는 그 바닷물이 경기만을 거슬러 김포와 서울의 경계부근인 행주대교까지 밀고 들어온다.


문수산성에서 북쪽을 향해 바라본 모습 염하강 건너 왼쪽 가까운 곳은 강화도, 조강 건나 먼 곳은 북측이다.


문수산성 성곽을 따라 올라서 내려다 본 모습. 문수산은 높이가 376미터로 일명 비아산으로 불린다.  

문수산성은 둘레가 약 2400미터로 사적 제139호로 지정되어 있다. 강화의 갑곶진을 마주보고 있는 문수산의 험준한 줄기에서 해안지대를 연결한 성으로 해안 쪽의 성벽과 문루가 없어졌는데 새로 보수했다.

문수산성은 갑곶진과 더불어 강화를 지키는 성으로 1694년(숙종20년)에 축조되었고 1812년(순조12년)에 대대적으로 중수되었다. 당시의 성문은 취여루 공해루 등 세개의 문루와 세개의 암문이 있었다. 가운데 취여루는 갑곶진과 마주보는 해안에 있었으며 강화에서 육지로 나오는 관문 역할을 하였다. 특히 이 성은 1866년(고종2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그 전투 당시 해안 쪽의 성곽과 문루가 모두 파괴되었고, 지금은 마을이 들어서 있다.  

산성마을 안내판.

난개발로 사라져가는 철새들의 낙

48번 도로를 따라 김포를 향해 가는 길 흥신리 양촌평야. 쇠기러기 떼가 앉아서 쉬고 있다.
한강하구는 겨울철새가 월동하는 장소이자 봄, 가을에 이동할 때 거쳐가는 정거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한강지역이 가장 많은 수가 도래하며, 오두산, 임진강 지역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변에 펼쳐진 농경지의 절대 면적 비율과 일치하고 있다. 
한강하구를 이용하는 철새 중에서 가장 많은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4종은 논에 떨어진 낙곡에 크게 의존하는 종들로, 한강하구에 도래하는 새들의 60~70%가 인근 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8번 도로.

1994년 자유로를 개통한 이래 일산 신도시의 개발을 시작으로 파주 출판단지, 통일동산, 파주신도시, LCD 공장 등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한강 남쪽에선 1997년 김포대교가 준공된 후, 강변도로, 김포우회도로, 김포신도시, 일산대교 등 많은 도로와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강하구 인근의 농경지들이 크게 감소하거나 도로에 의해 조각화되어 철새 서식지로서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었다.

더불어 10년 이상 계속된 골재채취는 한강하구 저서생물 및 습지 생태계의 교란, 버드나무로의 건성 천이, 철새의 먹이와 잠자리 교란 등 많은 변화를 주었다.

걸포 주유소 앞 김포시 홍보간판.
 

걸포 주유소에서 바라본 제방도로 확장 공사 현장

홍도평야에서 계양천을 따라 가는 길에서 만난 황오리 떼. 

한강하구 주변의 농경지 축소는 재두루미의 도래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89년부터 진행된 일산 신도시의 개발은 주엽벌에 더 이상 재두루미가 도래하지 못하게 하였고, 김포 홍도평 등의 논이 현재 월동하는 재두루미의 먹이터이나 김포 우회도로의 착공으로 인해 100여 마리에 이르던 재두루미 수가 2010년에는 20여 마리로 줄었다.


홍도평 계양천에 논병아리 등이 살고 있다.


홍도평을 지나, 김포지역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하던 길에 들른 경인운하 (제5공구) 공사 현장. 경인운하 공사도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인운하 공사 현장 위로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불과 몇해 전까지 철새들의 천국이었던 한강하구 김포 지역은 난개발로 인해 철새들이 더 이상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없는 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작성 : 김동언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Posted by 황새여울

일기예보와는 달리 한주 내내 계속되었던 매서운 추위는 아니었던 1월 15일 아침이었다. 민통선 남방한계선 부근의 야생에 가까운 경관을 본다는 기대감과 그것을 향로봉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봐야 한다는 긴장 등을 품고 나를 포함한 신입연구원들은 손성희 선배와 김동언 선배와 함께 강원도 인제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예정시간 3시간을 조금 넘겨 인제에 도착했다. 굽이치는 산등성이 사이사이로 계단식 밭을 일구며 지형특성에 맞게 살아가는 이 지역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그 강원도의 향취가 느껴졌고 간혹 보이는 군부대와 군인들의 모습에서 군사분계선 부근이란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에 위치한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전경과 풍류마당(야외공연장) / ⓒ생태지평

높은 고개 사이를 몇 번이고 지나간 후 드디어 도착한 인제 한국DMZ평화생명동산. 갈색의 길 다란 단층 건물 여러 동이 조밀하게 늘어선 인제평화생명동산 건물은 향로봉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예뻐 보였고 눈에 덮인 그 모습은 마치 쵸코바 위에 새하얀 크림을 잔뜩 뿌려놓은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생명평화동산 주위의 시설 본 후 전망대에 올라 주위의 경치를 구경했다. 생명평화동산내에 있던 전시용으로 보이는 길 다란 포구를 치켜든 실제 탱크가 인상적이었다.

입구에 서있는 장승과 전망대 / ⓒ생태지평

조금 늦게 도착한 부소장님과 함께 황호섭 선배의 안내로 이번 방문의 주 목적지인 향로봉을 향했다. 향로봉 입구에 도착 후 그 곳을 지키고 있는 군인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향로봉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민통선이 해제 된지 얼마 안 된 지역이란 것을 느꼈다. 향로봉의 굽은 지대를 차로 퉁퉁거리며 들어선 후 본 향로봉의 첫 모습은 사람의 발길이 덜한 지역이라 그런지 자연림이 주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차로 갈 수 있는 한계까지 다다른 후 모두 내려 향로봉을 올랐다. 한국DMZ생명평화동산 부근의 아늑한 날씨와는 달리 고지대의 추운기운을 접하고는 잠깐 풀어놨던 목도리를 단단히 동여 멨다.

겨울산행이기에 눈이 덮인 산주위를 조심히 걸었다. 인간의 간섭없이 자연천이가 진행된 산림은 나름의 오랜 역사를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함부로 이곳을 침범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향로봉 골짜기에서부터 내려오는 계곡의 물을 따라서 간혹 보이는 산짐승의 발자국을 보면서 내가 걷고 있는 이 산길 위에 나의 발자국과 산짐승의 발자국이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에 공존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겨울 산길 위에 인간의 발자국과 그들의 발자국이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그 것을 모두 같이 품을 수 있는 이 향로봉 같은 곳이 많이 있다면 인간은 더 행복해질 것 같았다.

향로봉에 오르기 시작 / ⓒ생태지평

향로봉 산 중턱에 다다른 후 황호섭 선배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해제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산림과 식물, 야생동물들이 아직까지 자연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는 향로봉은 관할 지자체와 학계 등에서 비교적 관심이 덜하여 조사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없어 보이나 지역의 개발이 추진된다면 이 지역의 자연이 침해될수 있다는 우려도 보이셨다. 밭농사와 소규모 상점, 학교 등이 전부인 이 지역에서 민통지역 해제후 지역발전을 위한 개발수요가 생길 여지가 많다는 것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 지역 식생을 파괴하지 않고도 지역민들이 향로봉과 공존하면서 잘 살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려오면서 부근 군부대가 조성한 듯 한 휴게시설이 있어 그 주위로 향하였다. 그 곳 바로 옆의 얼어붙은 계곡천 위에 소복히 쌓인 눈 위로 고라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길게 새겨져 있었다. 겨울산을 오르고 내릴 때 산짐승들의 흔적을 자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산을 덮은 '눈 이불'은 인간과 그들이 같은 곳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들은 자신들의 것보다 기이하게 큰 인간들의 발자국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적이라 생각할까, 아니면 자신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무해한 존재라 생각할까...


향로봉에 사는 야생동물의 흔적만을 보다가 그들을 직접 보게 된 것은 하산 후에 차를 타고 산입구로 향하던 중 이었다. 산입구로 향하던 길 위에 갑자기 노루가 나타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담하게 길가에서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서 있다가 이내 산 쪽으로 달려갔다. 내가 본 것은 녀석이 산 쪽으로 올라간 후 우리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던 모습이었다. 겨울 산이라 먹이가 없어 산 밑으로 내려 온 것인지, 아니면 녀석이 평소에도 자주 드나드는 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노루의 모습에서 향로봉이 진정으로 살아있는 산이란 것을 느꼈다.


처음 봤을 때 고라니인줄 알았는데 엉덩이가 하얀 것이 노루다! / ⓒ생태지평

짧지만 인상 깊었던 향로봉 답사를 마치고 우리는 바로 숙소로 향했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왼쪽 윗 편에 덩그라니 있는 우아한 기와집이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숙소이고 그날 우리들의 숙소이기도 했다. 저녁을 부산히 준비해서 먹고 나와 서 본 인제의 밤하늘의 별들은 살면서 본 별 중에 제일 가까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식사 후 1시간 조금 넘게 주차장의 눈을 치우는 노력봉사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우리를 편안히 묵게 해준 것에 보답했다. 그리고 어제 어설프게 본 전시관을 전시관 시설 전원을 모두 작동한 후 황호섭 선배의 설명으로 다시 제대로 관람했다. 인제 주위의 희귀하고 아름다운 동식물이 저렇게 많다는 걸 알았고 한반도에서 이 공간을 포기한다면 우리 모두는 환경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할 자격이 없을 것이라 느꼈다.

60년 넘게 한반도는 적대의 공간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 적대의 공간에서 유일한 평화지대였던 곳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DMZ와 그 부근의 생태계였다. 인간들의 적대적 긴장 속에서도 오히려 그 지역의 생명들은 자연 그대로의 햇살과 바람, 비와 눈을 맞으며 인간의 간섭 없이 60년 동안 평화로운 천이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들 간의 적대적 긴장이 낮아지고 평화가 시작된다면 DMZ와 부근 지역의 동식물들의 평화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60년 동안 생명과 평화의 접경지대였던 DMZ 의 역설적 의미를 말해주는 것 같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내 DMZ전시관 / ⓒ생태지평

전시관 관람 후에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의 현대적이고 오밀조밀하게 잘 꾸며져 있는 숙박시설과 강당, 회의장 등의 시설을 본 후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가는 길에 군부대를 지나가던 중 갑자기 어제 본 노루가 생각났다. 노루와 총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역설적 의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생명과 평화의 접경지대로서의 DMZ를 상상했다.


글 : 김종겸 연구원 / 사진편집 : 오애경 연구원

Posted by 황새여울
1. DMZ일원, 금강산 1만2천봉 가운데 하나인 향로봉 속으로 들어가다. 

강원도 인제군과 고성군 사이에 있는 산인 향로봉은 높이가 1293m이다. 일년중 20여일을 제외하고 안개가 거의 끼어 있어서 옛날부터 봉우리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향을 피우는 것 같다고 하여 '향로봉'이라고 이름붙이게 되었다.

생태지평에서 DMZ평화생명동산에 파견되어 있는 황호섭 연구원과 손성희 연구원, 박진섭 부소장 그리고 나를 포함한 신입연구원 4명은 점심식사를 하고 향로봉으로 출발했다. 올라가는 길에는 향로봉 정상까지 이어져있는 군사작전도로가 나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곳이 민간인통제구역임을 증명하듯 군인들이 우리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통행증을 건내준다.


출처 : 생태지평


우리가 들어가는 이곳은 2007년 이전까지는 비무장지대였는데 2007년 비무장지대의 폭을 남과 북 각각 10Km로 줄이면서 비무장지대에서 해제된 곳이다. 따라서 생계를 위한 민간인출입이나 연구조사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눈이 잔뜩 내려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4륜구동차를 타고 눈길을 오르고 올라 들어와서 또 산속을 걷고 걸었다.

출처 : 생태지평

출처 : 생태지평





*연대*
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돌을 가지런히 쌓아놓은 모습. 이곳은 양봉장이다. 

출처 : 생태지평

돌을 층층이 쌓아놓으면 봄에 벌들이 이곳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곳은
생각보다 마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양봉, 버섯채취, 나물채취등 
앞으로도 이곳의 자연환경을 조사하거나 지리적인 부분을 자세히 알아가려면 반드시 주민분들의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실히 느낀다.



*설레임*
곳곳에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보인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서 얼마전에 아니 방금전에 걸어갔을지도 모르는 흔적들.

출처 : 생태지평

겨울현장조사는 식물보다 동물을 보기에 훨씬 좋은 조건이다. 나뭇잎이 우거져있지 않으니 동물들은 훨씬 많이 노출된다. 또한 사방에 눈이 덮여 있으니 걸어가는 길마다 발자국을 남겨준다. 발자국을 잘 살펴보자. 



*소중함*
향로봉이 DMZ에서 더욱 중요하고 잘 보존해야 하는 까닭이 있다. 바로 향로봉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길목에 있는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을 이어주는 백두대간에서 동서를 가르며 내려오는 향로봉은 우리나라 중부온대림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성에서 올라가는 길은 이미 개방이 되어 있어서 이곳에서만 사람의 흔적이 묻지 않은 야생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모습이 마치 유리알처럼 소중해보인다. 

출처 : 생태지평

눈이 덮여 있어 보이지 않지만 여기는 계곡이다. 이곳에도 칠성장어, 금강모치, 가는돌고기, 새미와 같이 특별보호가 필요한 종들이 살고 있다. 이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 얼음아래.. 그곳에 흐르는 물 소리가 들린다. 겨울에도 DMZ 향로봉은 숨쉬고 있다.



*운명*
몇군데를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4륜구동차로도 올라기기 힘든 길이 계속 나온다. 차를 돌려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되돌아 가는 길. 평생에 한번 마주칠까 말까하는 운명을 만났다. 

출처 : 생태지평


우리 차 앞에서 놀라 멈춰서며 돌아보는 그는 바로 노루. 아니 처음엔 고라니인줄 알았다. 차를 보고 놀랐는지 멈칫하고 선 고라니를 찍어야 하는데.. 그만 저 산위로 풀쩍풀쩍 뛰어올라간다. 선배의 이야기로는 엉덩이가 하얀것이 고라니가 아니라 노루란다. 또한 노루는 깊은 산속에 살고 있어서 이렇게 인간이 다니는 길목에서 보기 매우 힘든 동물인데 참 귀한 야생동물을 보았다며 뿌듯해하신다. 

출처 : 생태지평

비록 우리들의 사진 속에는 멀리서 찍힌 모습밖에 남기지 못했지만 불과 3m앞에서 만난 야생동물은 DMZ라는 곳의 생명력과 놀라움과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남과 북이 만나는 곳 155마일 곳곳마다 사람들의 생활이 있고 야생동식물의 생활이 있고 산맥과 강줄기의 기운이 있다. 그 규모가 너무나 방대하여 우리에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 4시간 정도 향로봉 한줄기를 걸어봄으로써 내가 반드시 기억하고 지키고싶은 공간이 생겼다. 이제 꽃피는 계절이 오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금강초롱, 도깨비부채, 솔나리, 왜솜다리, 박새, 피나무, 동자꽃, 돌바늘꽃, 백손, 분홍바늘꽃등등을 보러 꼭 다시 찾아와야겠다. 















-이승은연구원 ^^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생태지평연구소에서 1월부터 땀나게 근무중
-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antifur (많이 놀러오세요)
-생태지평 홈페이지 http://ecoin.or.kr
Posted by 황새여울

▲ 추수가 시작된 철원평야 / ⓒ생태지평

쇠기러기 첫 무리가 겨울을 나기위해 철원평야와 한강하구를 찾아들던 지난 9월 26일 경기민족미술가협회 소속회원들과 철원평야를 방문했다. 철원평야 중앙에 위치한 아이스크림고지(삽슬봉)에서 바라본 드넓은 철원평야의 황금벌판은 가을걷이가 시작되어 듬성듬성 머리가 빠진 것처럼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 한강하구 농경지에서 쉬는 쇠기러기들 / ⓒ생태지평

철원평야의 상징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아직 찾아올 때가 아니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넓은 황금벌판을 보며 흰 눈밭에 노니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상상해보자며 찾은 철원평야여서 그런지, 예상치 못한 쇠기러기와의 만남은 사람들에게 경탄과 즐거움을 주었다. 누구는 쇠기러기 선발대라고 하고 누구는 성질 급한 놈들이 먼저 내려왔다고도 하지만, 쇠기러기들은 언제나 이맘때면 찾아와 한반도에서 한 겨울을 나고 늦은 5월까지 보내다 간다.

사실 철원평야의 첫 겨울철새 방문자인 쇠기러기들은 철원 농민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 추수가 끝난 겨울철엔 별 문제가 없지만, 봄철에는 남쪽에서 늦게 번식지로 떠나는 쇠기러기가 모내기를 끝낸 논을 망치기도 한다. 이에 화가 난 농민이 논에 농약을 뿌려 몇 백 마리의 쇠기러기가 한순간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새들이 죽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그러나 농민은 경제적인 피해를 입고, 쇠기러기는 자신의 본능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어째든 이 문제는 본능을 따르는 쇠기러기보다는 모내기를 늦게 한다거나 하는 농민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문제다. 철원군에서는 겨울철만이 아니라 봄철에도 생물종다양성 관리계약제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농민의 피해를 보상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 장항습지 버드나무군락지. 서해안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는다. / ⓒ생태지평

▲ 물이 빠져 바닥이 들어난 버드나무군락지에서 말똥게가 먹이활동을 한다. / ⓒ생태지평

다음날 한강하구습지보호지역 중 한 곳인 고양 장항습지를 찾았다. 물억새가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도 어제 쇠기러기와 큰기러기가 첫 방문을 했다고 한다. 한강하구는 쇠기러기보다 큰기러기가 더 많이 찾는 곳이다. 장항습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버드나무 군락이 있는 곳 중 하나인데, 왕버들, 수양버들, 관버들 등 다양한 종이 서식환경에 맞춰 자라고 있다. 이 버드나무 군락지 아래에는 말똥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버드나무는 말똥게에게 먹이(잎)와 숨을 공간 및 햇빛 차단을 해 주고, 반대로 말똥게는 버드나무에게 똥을 통한 양분 공급, 흙 구멍을 통한 토양 공기 공급으로 공생한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지 말똥게의 움직임이 여름보다 굼떠 보였다.

▲ 썰물의 영향으로 넓은 강변 모래사장이 들어난 장항습지. 멀리 2006년 개통한 일산대교가 보인다. / ⓒ생태지평

햇살에 은빛으로 빛나는 물억새 길을 따라 선착장에 도착했다. 서해안 썰물의 영향을 받아 강변 모래밭이 넓게 드러나 있다. 일견 아무 생명체도 없어 보이는 모래밭이지만, 이 모래밭에도 수많은 갯지렁이와 펄콩게가 한강의 영양분을 섭취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한강물을 깨끗하게 하고 있다. 탁 트인 강의 경치를 가로막은 일산대교와 김포 신도시에서 짐작하듯이, 넓은 강변 모래밭은 이제 한강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경관이다.

▲ 쇠기러기. 추수가 시작되는 9월말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난다. 겨울을 안전하게 나기위한 전략으로 큰 무리를 지어 다닌다. / ⓒ박형욱

▲ 전세계 약 2,800여마리 남은 멸종위기조류 두루미. DMZ 일원인 철원평야는 이들에게 중요한 월동지다. / ⓒ박형욱

어제 파주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분이 두루미 탐조를 위해 철원평야 답사를 다녀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미 철원평야에 와 겨울나기에 돌입한 두루미들이 있다고 한다. 또 얼마 전 뉴스를 통해 쇠기러기 떼가 철원평야의 하늘과 추수가 끝난 농경지를 뒤덮는 장관도 보았다. 한 동안 새들의 날개짓이 다소 뜸했던 DMZ 일원... 이제 DMZ 일원엔 겨울철새의 시절이 돌아오고 있다!

▲ 철원평야의 두루미와 기러기떼 / ⓒ생태지평


                                                                                                           글. 손성희 연구원 / 생태지평연구소
Posted by 황새여울
겨울입니다. 벌써 많은 겨울철새가 우리나라 천수만,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등에 와 있겠지요. 임진강변과 철원평야에도 매년 겨울을 나는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쇠기러기 등이 찾아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DMZ 일원의 평화의 중요성을 느끼며
겨울마다 감동을 주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토교저수지 제방에서 졸고 있는 독수리와  해가 뜨는 시간 하늘을 날아오르는 오리기러기도 함께 보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Posted by 황새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