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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여러분들은 왜 환경부 공무원이 되었습니까?

- 4대강 공사현장에서 새내기 환경운동가가 본 환경부 -


김종겸(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저는 민간 환경연구소의 이제 막 4개월째 접어든 신입연구원입니다. 아직 제 자신을 환경운동가라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환경파괴의 현장으로 파견 나와 이리 저리 쫓아다니며 현장에 대한 감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요즘 4대강 사업 공사로 한창 시끄러운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가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다른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고 있는 남한강 공사지역의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이곳 여주는 남한강 공사 구간에 계획된 3개의 보(댐)가 모두 들어서는 4대강 사업을 대표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보공사와 준설로 인해 하천 깊숙한 곳의 암반이 무참히 깨어지고, 반짝이는 금모래, 은모래가 무차별적으로 파헤쳐져 남한강은 흙탕물로 넘쳐납니다.

<하늘에서 본 남한강 강천보 공사현장 : 흙탕물이 본류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몰라보게 변하는 남한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요즘 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환경부 공무원 여러분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수많은 정부부처 중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과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은 환경운동단체들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4대강 공사 현장에서 환경부는 유독 환경운동가들과 대립하면서도 생태계 파괴의 첨병인 국토해양부와 건설사들과는 끈끈한 가족애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사를 버젓이 부정하는 환경부

4월 중순경 여주 남한강 공사 지역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이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의 자생지인 여주 점동면 도리섬 6공구 공사 현장을 사업 시행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 단장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공사 중 멸종위기종 훼손은 절대 없다고 단언’하던 한국수자원공사 단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공사현장 곳곳에서 단양쑥부쟁이가 포크레인 삽날에 짓밟히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한강유역환경청이 조사에 나섰고, 결국 한국수자원공사에게 ‘6공구 전 구간에 대한 멸종위기종 전수 조사’를 명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구간 멸종위기종 전수조사’는 해당 지역의 공사 중단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2주가 지나도록 공사 중단은 고사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행된 공사로 인해 삼합리에 있는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까지 깔끔히 제거되고 말았습니다.


<공사 중 멸종위기종 훼손은 절대 없다던 수공 단장의 말과 달리 도리섬 공사현장에서 단양쑥부쟁이는 포크레인의 삽날에 훼손되고 있었다>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은 환경부가 해명자료를 통해 “6공구 모든 구간에 대한 법정보호종 조사를 요청한 바는 있으나, 공사중지 명령은 아니며 사후환경영향조사의 일환이었다”고 변명하며 명백한 실정법 위반을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 구간 멸종위기종 전수조사’와 ‘사후환경영향조사’는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사후환경영향조사’란 공사 이후의 변화된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에 불과합니다. 과연 환경부는 법적 보호종인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모두 제거된 지역에서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무엇을 찾아 보호하려고 한 것일까요? 우리나라 환경행정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일까요? 너무나 형식적으로 진행된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도리섬 지역이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의 자생지라는 것을 누락시킨 것도 모자라 발견된 법적 보호종들마저 없애버리는 일에 일조하는 환경부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꾸구리’와 ‘누치’도 구분 못하는 환경부
급기야 4월 15일에는 남한강 3공구 내양리 일원 준설공사 현장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배를 하얗게 드러내며 물고기가 떼로 죽자, 공사 인부들이 죽은 물고기들을 포크레인으로 땅에 파묻었다는 한 주민의 제보가 없었다면 소리소문없이 은폐될 뻔한 일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죽은 누치 외에 멸종위기종 2급인 ‘꾸구리’도 물이 다 빠진 가물막이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환경부가 협의해 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공사 중 꾸구리 보호에 주의하라”는 내용이 무색했습니다.


<내양리 공사현장에서 땅에 파묻혀있는 죽은 누치가 발견되었다>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손가락만한 ‘꾸구리’는 어른 팔뚝만한 ‘누치’로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환경부가 3공구 물고기 떼죽음 현장을 확인한 후 ‘꾸구리’는 없었다며, 기어코 ‘꾸구리’를 몸집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누치’로 변신시킨 것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만의 환경부장관과 한강유역환경청장이 ‘꾸구리’는 없다고 우기다가 현장에서 폐사 확인된 꾸구리 사진을 내미는 국회의원에게 된통 창피당한 이후였습니다. 심지어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환경단체들의 현장조사 결과를 언론보도의 과장이라고 폄하하더군요. 환경부여러분 설마 ‘꾸구리’와 ‘누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꾸구리’를 ‘누치’로 변신시켜야 할 중대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까?


<환경부는 과연 새끼 손가락 만한 멸종위기종 꾸구리(좌)와 어른 팔뚝만한 누치(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 까?>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더 황당한 것은 다음날 환경부가 ‘공사구간에서 발견되는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겠다’며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입니다. 단양쑥부쟁이의 경우 대체이식지로 지정된 5개의 증식·복원 전문기관에서 복원·증식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혜의 자생지를 4대강 삽질로 파괴하고, 엉뚱한 곳에 인공 서식지를 만들겠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이 환경부의 자랑스러운 업무추진 성과라면 차라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든 멸종위기종은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가야할 판입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가장 현명한 멸종위기종 보전대책이 서식지 원형 보전임을 잘 알고 있는 환경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작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환경부일 것입니다.



환경부 공무원 여러분의 존재이유는 무엇입니까?

환경부의 존재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부조직법 제40조에 의하면 ‘환경부장관은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의 보전과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사무를 장리(掌理)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국토를 아름답게 보존해서 다음세대에게 잘 물려주어야 하는 일이 환경부의 역할이며 역사적 책무입니다.


환경부장관이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충실한 충복 노릇을 한다지만, 환경부에서 분골쇄신 해온 공무원의 임무는 국토환경과 생태계 보전에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며, 각종 개발사업에 맞서 마지막까지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관은 몇 년 하다 말겠지만, 환경부는 앞으로도 계속 ‘환경부’ 이름표를 달고 활동해야 합니다. 개발부처가 주관하는 4대강 사업을 직접 나서서 홍보해주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극단적인 파괴사업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 환경부의 역할이라면 사실상 환경부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감히 묻겠습니다. 환경부가 왜 존재해야 하며 여러분들은 왜 환경부 공무원이 되었나요? 각자 하나 하나의 이유가 있겠지만, 공공의 자산인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저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의 존재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신참내기 환경운동가이지만, 앞으로 환경부 공무원 여러분들과 쭉 부대끼며 활동하겠지요. 지금 우리의 활동이 저 죽임의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면, 여러분의 활동은 4대강을 홍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을 떠나서 생각할 수 있다면 여러분 본연의 역할은 4대강 사업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날카롭게 평가하여 올바른 대책을 세우는 일입니다. 어서 빨리 여러분의 존재이유를 찾고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 길만이 환경부를 국토해양부 2중대라고 바꿔 부르는 현실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국토생태계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할 환경부가 생태계 파괴자를 대변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질의 중인 이찬열 국회의원(좌©남소연)과 답변중인 이만의 환경부 장관(우©유성호)>


스스로 그렇게 존재해야 할 자연(自然)이 온통 파헤쳐진 4대강 삽질 현장에서 가슴아파하며 함께 눈물 흘릴 환경부 공무원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