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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4/24 남한강길걷기] 공사현장 똑똑히 바라보기

                                                                            글쓴이 이승은 생태지평 연구원


이곳은 이호대교 위.

원주방향 길의 왼편은 강천보 설치현장이며, 오른편은 준설현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사현장 중간에 세워진 빨간 통에까지 물이 차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넓고 넉넉하게 흘렀던 강의 2/3를 가물막이로 막아놓고 물을 모두 빼낸 채 바닥의 모래를 강의 원래 깊이보다 5m나 더 깊게 파고 있다. 그곳에 보가 설치되는 것이다. 좁아진 강의 검푸른 색은 무섭다는 느낌마저 든다. 다른 곳에는 파낸 모래를 쌓아두는 야적장이 있다고 한다. 전체 구간에 걸쳐 이런 야적장이 12군데가 있다고 한다. 모래산이다. 생명의 보금자리를 모두 걷어낸 시체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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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대교 원주방향 길 왼편 다리아래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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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대교 원주방향 길 왼편 다리아래. 저 멀리 강천보 설치현장이 보인다.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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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대교 위 원주방향 길 오른편 준설현장. 강바닥을 수면과 6m 차이가 나게 파고 있다. ⓒ 생태지평



아~강천보. 가장 빠른 파괴의 현장.
강천보가 설치되는 곳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다.
파란 천. 벌써 교각이 올라가는 곳이 보이고 있다. 정말로 빠른 속도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모든 강 중 남한강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벌써 20%정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강변의 임대농민들을 모두 쫓아내고 토지소유주에게 땅값의 3배를 보상했다고 한다. 돈과 땅만 오고갔을 뿐 사실 그곳에 생명들에게 누구도 값을 매기거나 옮겨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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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보 설치현장. 파란 천을 덮어둔 곳에 보가 설치될 예정이다. ⓒ 생태지평

세종대교 아래.
식생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는 곳이다. 식생을 제거해야 준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식생제거작업을 한다. 제거된 식생은 나무들의 무덤인 적치장으로 간다. 새싹과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들이 우리 발아래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식생들을 모두 걷어내고 모래를 다지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바르고 강변 체육 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폭신폭신 살아있는 흙길과 자연습지를 콘크리트길과 인공연못으로 바꿔놓는다고 하는데... 수십년 동안 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크디 큰 나무를 뽑아버리고 어디선가 자란 묘목을 가져와 심을텐데... 과연 무엇이 더 값진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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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교 아래. 살아있는 생명은 포크레인에 파여 임목폐기물로 취급당하고 있다.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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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교 아래. 식생을 제거해야 준설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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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교 아래. 임목폐기물은 적치장으로 이동된다. ⓒ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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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교 아래. 이것이 4대강 살리기인가. ⓒ 생태지평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가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현장이라서 같이 올 수 밖에 없었다."
50대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내가 어릴 적 서울 마포에 살 때는 한강이 참 정겹고 강수욕도 하고 가깝게 놀러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젠 모두 다 한강처럼 만들려고 한다. 강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줄 몰랐다."
그러자 20대 청년이 이야기한다.
"억울하다... 나는 강이 본래 어떤 모습인지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남한강마저 이렇게 다 콘크리트로 메우고 일직선으로 만들어버리다니... 난 참 억울하다."



2010년 4월의 남한강, 그리고 28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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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남한강 강길걷기에 참가자들과 수경스님과 함께 ⓒ 생태지평

4월 24일 진행된 '남한강길 걷기'는 세곳의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이미 다 파헤쳐진 바위늪구비 건너에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부라우나루와 우만리나루의 아름다운 강길을 걸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처참한 공사현장을 보며 기계와 자만심을 앞세운 인간의 무서움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청년들과 오체투지를 하고 오신 수경스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현재 공사현장 모습을 똑똑히 보아야 한다. 아주 세밀하게 보아야 한다."
무엇이 보이겠습니까? MB의 얼굴입니까? 현대, 삼성, 대림건설의 모습입니까?  
아닙니다. 바로 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돌아가기보다 일직선으로 조금 더 빨리 가려하고, 목적만 달성된다면 그 중간에 조금 거치적거리는 것들은 무시하고 지나가고, 기다리기 싫어하고, 기계에 의존하며, 무언가 했다고 티내며 겉으로 드러내기 좋아하는 딱 나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내가 만들어낸 사업이며 나의 삶 전체가 4대강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몇마디 말로 ‘4대강 사업 반대하시죠? 4대강 사업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부끄러운 면모를 드러내는 일이며 그것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부끄러운 사업을 '생명이 깨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한강'이란 모토로 푯말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요. 어찌 이렇게 창피한 사업을 녹색성장이라며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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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이것은 곧 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며 소통하기 보다는 빨리 가려하고, 목적만 달성된다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성장이란 이름으로 무시하고 지나가고, 기계에 의존하며, 무언가 했다고 티내며 겉으로 드러내기 좋아하는 그 사람.
수경스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이 악인을 돕는 것은(잠시 악인을 돕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진정으로 그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잘못을 더욱 크게 하여 훗날 그를 더욱 크게 벌하시기 위함이다.' 하늘=자연의 뜻을 감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입으로만 반대반대 외칠 것이 아니라 내가 자연에 가깝게 몸을 뉘어야합니다. 다시 강 길에 서야 합니다.

 
강길 걷기를 시작할 즈음 주변에 선관위 사람들이 우리를 주시합니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피켓이나 현수막 등을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걸음이 자칫 집회의 행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방선거는 우리의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최종목적은 우리의 삶과 우리 아이들의 삶을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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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 앞 강변에서 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놀고 있다. ⓒ 생태지평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내일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