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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4대강 전도사'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십시오 [오마이뉴스 / 박진섭 생티지평 부소장]]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군산시 옥도면 새만금 신시도광장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질문을 하나 던져 보겠습니다.

 

4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새만금 방조제 준공식에서 "4대강 사업이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것"이라고 한 기념사는 선거법 위반일까요, 아닐까요? 이는 분명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발언이지요. 선거관리위원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찬성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을 적용할지 궁금합니다.

 

하루 전날인 4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단체 등의 선거쟁점관련 활동방법 안내'라는 자료를 홈페이지(e-선거정보)에 게재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쟁점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정부, 정당, 시민단체, 종교단체가 할 수 있는 사례와 할 수 없는 사례를 세세히 구분해 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관위가 특별히 4대강 사업 관련 찬반활동에 대해 세세히 구분하여 기준 지침서와 같은 양식을 만든 것은 4대강 사업이 이번 선거의 핵심적인 쟁점이 되고 있음을 방증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많은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의 찬성과 반대 견해에 따라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선관위가 세부 지침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문에 선관위가 자유로운 선거참여와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선관위, 형평성 있는 법 적용 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선관위는 왜 이 자료를 만들었으며, 형평성 있는 법 적용을 하고 있을까요? 내용을 한 번 살펴봅시다.

 

정부를 향해 '선거쟁점 사안의 광범위한 홍보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어는 이 '자제'라는 단어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사업과 관련이 없는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광고하거나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 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자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질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를 대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찬성 발언은 선거법 위반일까요, 아닐까요?

 

선관위가 정부에 할 수 있다고 제시한 내용은 정부 정책과 관련한 해당 공무원 등에 대한 설명회의 제한적 개최, 국가기관에 홍보물 배치 등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새만금 준공식에 참석하여 관련 공무원도 아니고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발언을 했습니다. 선거법 위반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TV 또는 라디오 광고 등도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4대강 홍보 시설물은 버젓이 설치되어 있고 광고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선관위는 이를 제재하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선관위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선거활동 지침은 4대강 파괴사업을 반대하는 활동을 막기 위한 내용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법 적용의 형평성이 크게 어긋난 것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장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 공무원 교육은 괜찮고, 환경단체 광고는 안 되고

 

하나 더 사례를 들겠습니다. 하나는 국토해양부의 4대강사업에 대한 공무원 교육이며 다른 하나는 환경단체의 회원모집에 대한 라디오 광고 내용입니다. 여기에 대한 선관위의 대응은 너무나 판이합니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사업을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중앙 및 지방공무원 28만7000명을 대상으로 4대강사업의 찬성교육을 실시한다는 겁니다.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공무원에 대한 관제교육입니다. 선거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에 대해 선거쟁점인 4대강사업에 대해 찬성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 4대강 반대 플래카드는 단속하면서 4대강 홍보는 그대로는 현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사진은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 있는 4대강 홍보전광판.
ⓒ 최병성
 4대강

특히 국토해양부가 선관위에 보낸 공무원 교육 추진배경에는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4대강 사업이 환경·생태를 보호하면서 치수공간을 확보하는 사업임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하여 공무원 대상 국정설명회 개최'한다는 것입니다.

 

선관위가 중립적이고 형평성이 있다면 이처럼 노골적인 4대강 사업 찬성교육에 대해 마땅히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선관위의 결정은 상상 밖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국가 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국정설명회라 할지라도 선거의 공정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개최하여야 할 것임(2010. 4. 12.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회답)"이라는 회신을 보냈습니다. 다소 축소해서 공무원 교육을 하라는 것이지요.

 

반면 환경단체에게는 어떤 적용을 했을까요?

 

"시인 도종환입니다. 모래하천의 흰수마자, 아름다운 전설의 단양 쑥부쟁이,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4대강 사업으로 우리땅 우리강의 이 소중한 생명들은 다 어디로 가게 될까요? 환경운동연합의 회원이 되어 주세요."

 

한 환경단체가 회원모집을 위해 만든 이 라디오 광고는 여지없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물론 4대강을 언급했다는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이나 국토해양부처럼 노골적으로 4대강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정리당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정당 또는 예비후보자간 선거쟁점으로 부각되거나 선거공약으로 채택된 시기에 귀문과 같은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것임(2010.4.13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회답)"이라는 회신을 보냈습니다.

 

4대강을 찬성하는 정부에게는 '자제와 축소'라는 겸양을, 환경단체에게는 '위반'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지요. 누가 봐도 형평성 없는 결정입니다. 선거는 국민들의 선택과 결정을 받는 엄중한 공간이기도 합니다만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이해를 표현하는 축제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를 잘 정리하면 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야 하는 까닭

 

  
▲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KTX대구역에는 4대강 홍보관이 있습니다. 이것도 선거법 위반 아닌가요?
ⓒ 최병성
 최병성

선거가 정책 대결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힘있고 권력이 있는 쪽에는 열어두고 다른 쪽을 막는 것은 공정한 룰이 아닙니다. 선거법도 문제가 많지만 형평성과 균형이 없는 법집행의 문제가 훨씬 심각합니다. 그래서 선관위에 촉구합니다. 4대강 찬성 발언을 한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선관위는 공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 전례가 없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2004년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여 헌재에 제출한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선거법 9조인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사유입니다. 이런 사례로 본다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항을 조사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4대강 사업이 선거의 중요 쟁점으로 부각되었을까요? 4대강 사업은 지방선거 이전부터 국가적 관심사항으로 논란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2010년에 들어와서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많은 종교단체들이 나서서 4대강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화들짝 놀란 것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홍보 부족'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성직자들의 4대강파괴사업 중단요구와 국민다수의 반대는 홍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는 길거리마다 대형 광고판이 붙어있고 TV에서는 끊이지 않고 4대강사업에 대한 홍보가 계속되었습니다. 무슨 홍보가 더 필요합니까? 성직자들이 행동에 나서고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홍보 부족이 아니라 '4대강사업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멈추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거공간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으로 나오도록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선거문화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투표참여의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방선거를 넘어서서 국가 미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국민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결정하는 공론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공간에 입을 막으려 한다면 도대체 선거는 왜 하는 것입니까?

 

지방선거 해야 하니 입 다물라니요

 

  
▲ 경기도 안양의 한 성당에 붙은 '4대강 반대 플래카드'
ⓒ 최병성
 4대강

4대강 파괴 사업은 지금 전무후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계속하고 싶겠지만 그 부정적인 여파가 속속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서식하고 있는 남한강 도리섬은 환경영향조사도 하지 않는 지역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공사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합니까? 공사장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데도 홍보물 한 장 시민들에게 나눠주지 못하고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는 1인 시위도 하지 못 하는 나라가 어디 정상입니까? 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강 길을 걷기 위해 어렵게 달려간 시민들에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딱지를 통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국민의 식수원이 시시각각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용히 굴종하라고 하는 것은 지성에 대한 모독입니다. 진정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 쟁점없이 평화롭게(?) 선거를 치르고 싶다면 선거기간 동안이나마 공사가 멈추어야 합니다. 쟁점이 과열되어서 문제라면 쟁점을 소멸시키면 됩니다. 소멸이 어렵다면 유보라도 해야 합니다. 이것이 4대강 파괴사업의 반대 목소리를 막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국가의 책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선거공간을 통해 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 스스로의 평가와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법은 공평하고 균형있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시민이 찍은 강사진 한장도 전시하지 못하게 하면서 대통령은 공공의 장소에서 방송에서 4대강 사업을 홍보한다면 어느 국민이 법의 권위를 인정하고 법을 준수하려고 할까요? 대통령은 법의 보호 속에 있고 국민들은 법으로부터 배제된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자긍심을 느끼겠습니까?

 

선관위는 지금 당장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4대강 파괴 사업에 대한 중단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남한강에서, 낙동강에서, 금강에서, 영산강에서 4대강 파괴 사업에 대한 항의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의 한복판에서도 불편부당한 선거법의 족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 28일 오전 내·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는 서울 효자동 청와대 맞은편 '청와대사랑채' 2층에 '4대강 살리기' 홍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 권우성
 4대강사업홍보
  
▲ 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4대강 사업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4대강사업홍보
  
▲ 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대형 모니터에 4대강 사업 홍보 영상이 반복해서 상영되고 있다.
ⓒ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