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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남한강 강길 걷기 후기> 대학생 새내기, 4대강 공사현장을 가다.


대학생 새내기, 4대강 공사현장을 가다. -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보영(20, 광운대 영어학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했었다. 그럴 때 마다 막연하게 심각하다고 생각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4월 24일에 생태지평 연구소가 진행하고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남한강을 직접 볼 수 있는 ‘여주 남한강길 걷기’ 행사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가기로 결심했다.

이호대교 위 버스 안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보았다. 원래는 넓고 아름다운 모래사장이었다고 하는데 당일 두 눈으로 확인한 모습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강가의 나무는 뿌리채 뽑혀 있었고, 강은 파헤쳐지고 물은 흙탕물로 가득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저 포크레인을 비롯하여 온갖 알 수 없는 거대한 기계들이 현란하게 움직이는 이미지로 기억될 뿐이다. 안내자에 의하면 ‘보’가 만들어지면 강의 물이 가두어지게 되고 일정량의 깊이가 유지되고, 이로 인해 유속이 4분의 1가량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그 한 마디가 머릿속에 가득히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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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영 이호대교 위에서 본 공사현장 강의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져 있다.

‘이호대교’를 지나 ‘강천보’ 건설 현장에 갔다. 공사로 인해 원래 강폭보다 줄어들었고 거의 강바닥이 드러난 상태였다. 안내자는 이 공사로 양촌리란 마을전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남한강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파괴되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우울한 기분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울한 기분을 뒤로한 채 강변생태계가 아직 잘 보존되고 있는 ‘부라우나루-우만리나루’에 갔다. 공사현장으로 메말라가던 강을 본 후이기 때문에 이곳이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은 듯 기뻤다. 길을 따라 가면서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벚꽃의 꽃잎이 날리는 장면을 보고, 샛노란 개나리가 핀 모습도 보았다. 그밖에도 이름을 알지 못하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았다.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강가에 있는 무덤가에 핀 할미꽃을 보는 순간 엄숙함이 느껴졌다. 할미꽃에서 왠지 이곳만은 인간으로부터 지키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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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영 ‘부라우나루-우만리나루’에서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엘름댄스’였다. 엘름댄스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인간으로 인해 죽어간 느릅나무를 기리기 위해 춘 춤으로 치유와 평화를 상징한다. 우리는 공사가 진행 중인 강 옆, 과거에 나무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뽑혀진 나무들로 가득한 황량한 벌판인 곳에서 이 춤을 추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간 나무들의 슬픔이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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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동진 치유와 평화의 상징 ‘엘름댄스’ 우리들은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나무들을 위해 ‘엘름 댄스’ 춤을 추었다.


이전의 여주 남한강은 강물과 자갈, 모래, 습지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온갖 생명들이 어우러져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재 생태계가 살아있다고 말할만한 곳은 별로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단양 쑥부쟁이, 표범장지뱀, 꾸구리 등의 멸종위기종들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죽어가며 진정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사라져 가고, 많은 생명들이 죽어 가는데 굳이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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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저지범대위 뿌리 채 뽑히는 단양쑥부쟁이 여주 도리아섬 일대에서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뿌리 채 뽑히고 있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수경스님과의 대화’에서 수경스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국민들의 의식, 삶의 내용이 바뀌어서 한국 사회가 희망적으로 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앞으로 희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관자의 입장을 취했다. 머릿속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자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대신 누군가 하겠지’라는 알량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사 사람들이 반기를 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 한국인의 ‘냄비근성’에 불과하다거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사회를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회의주의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남한강 강길 걷기’행사에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을 보고나서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여러 환경단체들과 종교계에서 이 사업에 반대하며 사람들에게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의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경스님이 말씀하신 “노력”이라는 것이 대학생이라는 나의 위치에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 친구들을 보면 사회문제보단 이성과의 고민, 학업문제가 주된 이야깃거리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내가 다녀온 남한강의 현실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해주는 작은 실천으로 주변 친구들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