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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세계에서 유일한 바위늪구비에서만 존재하는 단양쑥부쟁이, 파괴되다(3/14)

 <생태지평연구소>는 3월 11일부터 4대강 공사로 파괴되고 있는 여주강에 2명의 연구원을 현장에 파견하여 매일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일매일의 현장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을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4대강 공사가 중단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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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말)

 "사람이 3사람 밖에 없으니 일을 하기 참 힘드네요. 오늘은 수경스님과 일행이 전체적으로 공사 현장이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조사할 지 보기 위해 돌아다녔습니다.

이번주는 전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위한 지점 선정과 무엇을 모니터링 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오가고 있습니다. 금주 중으로 모니터링을 위한 장비를 장만 할 예정입니다. 수질을 빨리 체크해야 하겠더라구요. 앞으로.. 이런 식으로 자주 보고를 하겠습니다. 

모두 힘들 냅시다.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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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강을 모시는 사람들 일지

강변의 주위가 가장 정직하게 보이는 시간인 아침나절에 우리 일행은 강천보 인근 지역을 살피기 위해 나섰다. 일요일 이른 아침인 8시경에도 부산하게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부지런하다’란 느낌보다는 ‘조급하다’란 느낌이 들었다. 신륵사 위쪽 제방 길로 가는 도중 공사장 출입을 막는 간판이 세워진 것을 보면서 외부의 접촉을 경계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취약함이란 말이 생각났다. 공사장에는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흙으로 강을 경계지우고 있는 모습은 마치 물위로 흙을 쏟아 두부모를 자르듯 강을 잘라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방수부직포로 가물막이 길 위를 덮는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물막이 둑 사이로 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공사인 것 같은데 가물막이 안쪽 공사현장에서 배출되는 탁수가 가물막이를 통과하여 강 본류로 침투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공사 중 탁수유입에 대한 대책이 매우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은 끊임없이 흙을 푸고 나르고 비우고 있었다. 준설토 야적장 현장에는 쌓아놓은 준설토가 자그마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여주대교에서 바라본 공사현장은 마치 거대한 염전처럼 보였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수경스님을 비롯한 일행은 여주 4지구 공사현장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몇 컷 찍지도 못한 사이 현장직원들과 작은 실랑이가 이어졌고 이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들은 강뿐만이 아니라 도로 전체도 자신들의 안방인 양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리 위에서의 사진 촬영 역시 자신들의 공사현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막무가내로 막아서고 있다. 무엇이 이리도 두려운 것일까? 4대강 사업이 국민들에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진행하는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라면 왜 국민들에게 이 모습을 전달하는 것을 기어이 막으려 하는 것일까?

일행은 여주지역 취수장(상수원보호구역)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 강 주변의 절경을 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이번 주에 있을 여강선원 수륙제 장소의 적합여부를 알아봤다. 왼쪽 편으로 보이는 산 밑쪽으로 오탁방지막이 보였다. 여주지역의 취수장까지도 공사의 흔적이 보이는 것을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그 후 또 다른 상수원보호구역 한 군데를 돌아본 후 간 곳은 여주 바위늪구비 공사현장이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바위늪구비에서만 존재한다 할 수 있는 단양쑥부쟁이 집단서식지는 파괴될 데로 파괴된 상태이고, 멸종위기종을 파괴하고도 공사는 도도히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현장으로 들어갈 것을 두려워(?)하는 공사 관계자들은 입구를 차량으로 틀어막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단양쑥부쟁이를 공사 중에도 보호 한답시고 줄로 연결한 울타리 아닌 울타리는 단양쑥부쟁이를 더욱 더 능멸하고 있었다.

얼마 안있어 라디오 인 팀과 같이 바위늪구비 현장을 중계했다. 우리 일행이 공사현장의 진행상황과 바위늪구비 파괴의 의미를 설명했다. 점심 식사 이후 곧장 향한 곳은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흥원창이었다. 강을 사이로 강 옆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산과 맞은 편의 강변의 경치는 섬강과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섬강교 안쪽으로 갈수록 강변 경치는 어두워져 갔다. 산까지 걸쳐져 있는 오탁방지막이 흥원창 전제를 조이고 있는 듯 했다. 남한강의 하루는 그렇게 어두워져갔다. 낙조가 절경을 이루던 흥원창은 이제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 글: 명호, 김종겸(생태지평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