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기름횃불에 의지해 걷던 갯벌, 조업용 램프를 들고 다니며 게와 낙지를 잡던 어민들의 모습, 자연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던 탄도의 숲과 길, 바람이 빚어낸 섬속의 섬 야광주도, 그리고 은하수처럼 이어진 풀등….
'2012 무안갯벌문화제, 매향(埋香)'의 후속프로그램으로 5월 19일에서 20일까지 진행된 '무안갯벌 생태여행'은 바라본 갯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갯벌의 일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 무안갯벌의 무한한 생명력과 그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2012 무안갯벌문화제 '갯벌의 생명에 천년의 약속, 매향(埋香)'"
인류가 바다에 정착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풍성함으로 채워준 바다에 감사하고 복을 구하는 매향 의례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통해 바다와 갯벌에 감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바다에게 '매향' 의례문을 낭독하고 있다 .
무안갯벌문화제에 이어 시작된 '야간 횃불 갯벌탐험'은 “무안갯벌 생태여행”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야간 갯벌체험'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기름횃불'을 이용한 칠게 잡이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 박종주 대표가 기름횃불 에피소드와 사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나무횃불'에서 '손전등'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사용된 '기름횃불'는 이전 횃대보다 밝고, 장시간 불을 비출 수 있어서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름횃불을 사용하던 시절은 기름이 귀해 그나마 있는 집에서 사용했으며, 보통의 시골 집에서는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박종주 대표(황토갯벌 용산마을영농조합)는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면 기름 구하기 위해 동문서주하던 어린 아이들과 손전등 발명가가 떠오른다고 한다.
▲ 바닷가재 새끼인줄 알았는데, 딱총새우란다. |
야간 갯벌체험에서는 칠게 뿐 아니라 밤게, 쏙, 갯지렁이, 딱총새우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 기름 횃불을 들고 삼삼오오 바다로 향하고 있다.
늘어선 기름횃불와 그 사이로 어수룩한 초보 어민(?)이 된 여행자들의 몸놀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갯벌을 활기차게 만들고 있었다. 한 시간여 지속된 체험은 지역에서 칠게잡이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의 어업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기며 마치게 되었다. 박종주 대표의 말이 없었다면 아마 갯벌 끝까지 갔을 것이다.
▲ 돌아다니는 녀석들만 잡았는데 이리도 많다.
잡은 칠게를 보면서 흡족해 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에는 기쁨과 갯벌에 대한 감사가 묻어나고 있었다. 지금껏 갯벌하면 간척사업 대상지라고 여겼던 나에게도 이렇게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 죽었을까 걱정하며 놓아준 칠게와 고동, 갯벌에 놓아주자 금세 숨어버린다.
멀리까지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정리할 즈음, 갯벌로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따라가 봤다. 게와 고동에게 죽지말라고 말을 건네며 놓아주고 있었다. 순간 웃음이 나와 참고 있었는데, 내 손에 들려있는 칠게 꾸러미를 보는 순간 되려 미안해졌다. 다시 보내주는 대인배와 먹기 위해 벼르고 있는 소인배의 모습을 본 것이다.
▲ 짚에 꼬아 만든 낙지호롱, 옛날엔 귀하디 귀했단다.
▲ 햇살을 만끽하다보니 출발할 시간을 잊어버려, 텐트 접기에 여념이 없다.
▲어린아이 마냥 설레였던 도선. |
이번 갯벌생태여행의 묘미는 무안에 위치한 탄도(炭島)의 생태와 역사, 문화를 보는 것이었다.
탄도로 통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선'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얽힌 이야기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 임기였던 1970년 대, 섬주민이 선거를 하려고 어선을 타고 출항을 했다가 배가 전복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접한 박 전 대통령은 "나라의 큰 일을 위해 힘쓰다가 죽었으니,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큰 배를 설치해주자"라고 했고, 그것이 섬과 내륙을 이어주는 도선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 도선은 그 이후로 섬사람들의 보물 1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었다.
▲ 탄도 앞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고 계신 주민 |
▲ 낡은 모습이 너무도 정겨운 돌담
마을은 외부인의 발길이 적어 오랜시간 동안 있는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바닷바람과 비를 지금껏 이겨내 회색빛으로 바랜 벽돌담과 길가에 말리고 있는 파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대문없는 집이 어릴시절 고향집의 향수로 다가온다.
▲ 왜 떠났을까? 섬 떠난 신을 생각하며.
삼색숲을 향해 가는 길, ‘바다 신이 섬을 떠나 터만 남았다’는 당산터 이야기와 삼색숲이 만들어진 이유를 들으면서 웃음과 안타가움이 교차되었다. 삼색 숲은 소나무, 사스레피나무, 대나무, 세 종류의 나무가 어우러진 숲의 이름이다. 해안을 따라 넓게 자생하는 대나무 숲, 방풍림 역할을 하는 소나무숲, 대나무숲과 소나무숲 사이로 사스레피나무가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었다.
▲ 숲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밖에서 보면 큰 소나무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면 소나무보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사스레피나무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섬에서 숲의 천이 과정을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다.
▲ 서해안에서 듣게 되는 동해바다소리
▲ 야광주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
▲ 해변에 둥지를 툰 도요새, 작은 알 두개.
해변을 따라 맞은 편에 위치한 작은 섬, 야광주도를 바라 봤다.
▲ 버섯 머리 야광주도 앞에서
▲ 풀등을 뒤로하고 마을로 향하는 걸음이 모두들 가볍다. 이제 집이다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이라 야광주도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길게 늘어선 풀등의 모습은 나중을 기약하기에 충분했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서 바라보는 갯벌과 바다 위 새들, 조업 중인 어선들을 바라보니, 여행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아쉬움과 편안함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도요새알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무사히 태어나 내가 걷지 못하는 저 갯벌을 걷고, 날개짓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글 : 정소원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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