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국립공원 보전등급 상향조정 필요 


- IUCN 보호구역(Protected Area) 분류 Ⅱ(국립공원, National Park)에서 Ⅰa(학술적(엄정)보호지역. Strict Nature Reserve) 혹은 Ⅰb(야생원시지역. Wilderness Area) 상향 필요
- 환경부의 ‘자연공원 로프웨이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강화 개정 필요


1. 지난 8월 12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었다. 장기적 경제 불황을 타개하고자 발표된 대책이지만, 주요 내용은 실상 ‘기업과 자본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환경 및 보건, 교육 등 분야의 규제 완화’이다. 또한 ‘관광/컨텐츠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이라고 발표한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남산 케이블카, 산지관광 활성화, 한강 관광자원화‘ 등은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허황된 개발계획’일 뿐이다.

우 선 정부는 친환경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미 2차례에 걸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된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설치와 관련하여, 노선을 변경하고 친환경 공법 등을 적용하여 2015년 하반기 중 착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견해이다. 또한 서울 남산에는 곤돌라형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2. 2007년부터 논란이 된 설악산 케이블카는 실상 ‘국립공원 보전 정책’과 관련이 있다. 설악산은 1965년에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1970년 3월 24일에는 자연환경보호법에 의해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1982년 8월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설 악산 국립공원은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보호구역(Protected Area) 분류체계 Ⅱ(국립공원, National Park)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IUCN은 보호지역(Protected Area)을 “생물다양성과 자연․문화자원의 보호와 유지를 위하여 특별히 지정된 지역(land and/or sea)이며, 법적 또는 다른 효과적인 수단을 통하여 관리되고 있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IUCN, 1994). 

일반적으 로 국립공원(國立公園)은 자연공원법 제2조에 의해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이하 "경관"이라 한다)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여기에는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과 천연적으로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 희귀 생물들의 서식지, 그리고 그곳에 남겨진 뜻 깊은 유적지 등을 모두 포괄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인위적 간섭과 교란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절대보전지역으로서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시도는 2007년과 2012년에 각각 부결된 바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는 1970년에 착공되었으니 국립공원으로서의 보호를 받기 이전의 상황이라 하겠다. 하지만 2007년과 2012년 케이블카 설치 시도로 인해 정부(환경부)의 국립공원 보전 정책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결국 사회적 논란 끝에 여러 부결사유가 있지만, 국립공원에 대한 인위적 교란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되었다.

3.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는 정부가 법률적으로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지정된 국립공원은 전체 21개소, 면적은 6,653.924㎢(육지: 3,969.414㎢, 해면: 2,684.510㎢)로 전체 국토면적(100,266.2㎢)의 6.63%이며, 육지 면적 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3.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1개소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탐방객은 2013년 12월 31일 기준 46,931,809명이라고 한다. 국립관리공단에서는 2007년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후 탐방객 급증(2006년 대비 53% 증가)했다는 의견이다.(2014 국립공원기본통계 中 인용)

 

국립공원 토지소유현황을 살펴보면 국유지는 53.0%에 불과하고, 사유지가 1,333㎢로 34.2%나 차지하고 있다. 실제 사유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도 정부에게 별다른 관리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보호지역 중 가장 넓은 면적이 국립공원이기에 당연히 이곳에는 수많은 역사문화 유산 뿐 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이 높고 멸종위기종 등 보호대상 야생생물이 많다. 당연히 국가가 법률적으로 보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보전정책은 이용과 개발을 규제하는 것이 핵이 다. 일반적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보호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연구와 교육 혹은 생태모니터링 등에 필요한 시설과 탐방객을 위한 일부 보조시설 및 안내판 등 극히 제한적이다. 휴게소와 매점, 케이블카와 같이 이용객을 증가시키는 시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이용객 증가는 보호지역의 오염부하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4. 그러나 이러한 국립공원의 사회적 중요성과 가치는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부정되었다. 모든 자원을 ‘자본과 기업’에 개방하기 시작하였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역시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의 보전 및 관리를 강화시키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여 지역경제,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한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개발과 이용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 정책은 자연공원 관리 정책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 관리와 관련한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결정이다. 또다시 국립공원 보전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번 투자활성화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차지하고라도, 이번 기획에 국립공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논란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 보전 등급을 IUCN 기준 Ⅰa(학술적(엄정)보호지역. Strict Nature Reserve) 혹은 Ⅰb(야생원시지역. Wilderness Area)으로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2월 발표된 환경부의 ‘자연공원 로프웨이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의 백지화와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노선길이와 정류장 높이 기준을 완화한 2010년 10월 개정된 ‘자연공원법 시행령’의 새로운 개정 및 모법 인 자연공원원법의 재정비 필요하다. 또한 보호지역으로서의 국립공원의 확대를 위한 연구조사와 용도지구 등에 대한 제도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는 약 400억원대의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2014년 예산은 약 2,250억 원 정도이고, 이중 국립공원사업은 1,100억 원 정도이다. 그리고 이중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는 공원자연보전 사업(공원자원 조사/연구, 보호/복원, 핵심지역 매수)은 287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한 개의 케이블카 설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이 갑갑하다. 국립공원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 끝 -


Posted by 생태시선


▲  회룡포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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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서울의 한 어린이단체가 내성천 회룡포를 찾았다. 비룡산 회룡대에 올라 강을 내려다보는 순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들뜬 마음으로 산길을 내려와 강에 놓인 좁은 다리를 건너 넓은 백사장을 걷고 뛰었다. 그러다가 신발을 벗고 차가운 강물에 하나둘 조심조심 발을 담그는데 한순간에 오만가지 표정이 아이들의 얼굴을 스친다. 

아마도 얼음같이 찬 강에서 얼른 나가고 싶은 생각과 투명하게 흐르는 자연의 강을 온몸으로 느끼는 희열이 교차하는 듯하다. 서로 인증샷을 찍거나 덜 녹은 커다란 얼음덩이를 얼굴에 대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다가, 햇볕 기운이 스며든 백사장에 올라 다시 모래를 가지고 놀거나 뛰어다니면서 봄이 오는 길목을 즐긴다. 

그해 초여름에는 제주도 곶자왈작은학교 어린이들이 며칠간 상류부터 걸어서 회룡포를 찾았고, 가을에는 청주의 한 여고에서 온 수십 명의 학생들이 이곳의 장관을 즐겼다. 당시 학생들을 인솔했던 한 선생님은 한국 최고 감입곡류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다. 살아 숨 쉬는 한반도 최고의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일에 온전히 하루를 쓰는 것은 그분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오늘 또는 10년 후나 100년 후에도 우리나라 강의 본 모습을 보기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물론 학생들만 회룡포를 찾는 것은 아니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고 그리고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3년 전 이맘때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강을 지키자는 내용의 SOS 퍼포먼스를 했고, 최근에는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인간 띠잇기를 했다. 왜 회룡포를 잘 보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애국가>에 나오는 '화려강산'을 왜 보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만큼 구차한 일이다. 강과 산이 어우러져 한 폭의 명승을 만드는 이곳만큼 <애국가>의 그 소절을 상징할 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 

회룡포와 선몽대 그리고 내성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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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린 후 평소보다 강물이 불어난 예천 선몽대 일원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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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가 탁 트인 장관을 선물한다면 이곳에서 10여 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선몽대 일원은 하늘이 내린 선경이 뭔지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찾아와 시를 주고받던 곳이며, 강과 함께 숨 쉬어온 역사문화 지리서의 중요한 한 장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내성천의 강물과 10리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이 역사적 유래가 깊은 선몽대와 숲과 함께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곳으로 경관적·역사적 가치가 큰 경승지로 평가"되는 곳이다. 

퇴계 이황의 종손인 우암 이열도가 1563년에 세운 정자인 선몽대에는 서애 류성룡, 약포 정탁,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청음 김상헌 등 당대의 쟁쟁한 유학자들의 친필시가 목판에 새겨져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현판은 선몽대라는 제목의 시를 쓴 퇴계 이황의 친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수령이 대체로 100~200년 된 노송 숲과 정자와 흰모래와 절벽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광을 자랑한다. 백로가 한가로이 강을 거닐다가 훨훨 산을 넘어가는 동양화 같은 정겨운 모습을 아직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 바로 선몽대다. 이곳은 회룡포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어서 백사장에 앉아서 유유히 흐르는 강을 보면서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회룡포와 선몽대는 국가명승지 제16호와 제19호로 지정된 명승지다. 강이 명승지로 지정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인데, 더욱이 이렇게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각각 지정된 예는 없다. 그만큼 이 두 곳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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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몽대일원 2013년 8월/우측 백사장에 접한 산림은 사업이 진행되면 자전거도로를 내기 위해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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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회룡포와 선몽대 주변의 강 모습 또한 무척 아름답다. 선몽대와 회룡포 사이 개포면 일대는 강의 넉넉한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는가 하면 강폭보다 훨씬 넓은 범람원(홍수터)가 곳곳에 발달해 있다. 이렇게 홍수터가 잘 남아 있는 곳은 이제 내성천 하류뿐이다. 내성천 하류에 홍수 피해라고 할 만한 수해가 들지 않는 것은 이런 넓은 범람원이 홍수기에 불어난 강물을 받아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몽대에서 약 5km 상류에 있는 고평교와 그 아래 형호교 일대에서는 강에 펼쳐진 거대한 모래톱이 유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은 대체로 모래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원을 세웠는데, 강모래의 움직임을 통해 지금은 에너지라고 말하는 기의 흐름을 잘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성천 상류 영주댐 수몰예정지에는 이산서원이 있고, 중류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조정에 천거한 약포 정탁의 위패를 모신 도정서원이 그대로 있다. 또 하류에는 용궁학교가 옛 향기를 느끼게 한다. 

다시 불거진 '내성천 하천정비' 사업... 이번 주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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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 호명면 고평교와 형호교 사이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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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살펴봤지만, 내성천이 고평교에서부터 회룡포를 지나 낙동강을 만나기까지 27km 구간은 한반도 강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구간이다. 사실 이 구간은 진즉에 국립공원으로 지정·관리됐어야 할 공간이다. 이전 정부가 "생명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강"이라고 운운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 산과 해양은 있어도 강은 하나도 없는 나라다. 

정부는 이 27km 구간의 내성천을 국가하천으로서 직접 관리한다. 국가하천으로 관리되는 만큼 잘 보존돼야 할 텐데 지금의 상황은 그 반대다. 국토부는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으로 4대강 외 지류하천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주요 지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강을 준설하고, 강에 보를 쌓고, 홍수를 막는다며 제방을 높이고, 강변을 따라 끊이지 않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소위 생태하천이라고 하는 인공정원을 강변에 설치'하는 4대강사업의 판박이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2년 전 부산지방국토청은 낙동강 합수부인 삼강주막 일대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해 뱃길을 조성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이 내성천 일대의 환경 훼손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아 사업이 취소됐다. 당시 지율 스님과 내성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공동으로 '내성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여 개포면의 강가 밭 수백 평을 사들였다. 이는 이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서였다.

준설과 보 공사는 추진할 수 없게 됐지만, 국토부는 "내성천(국가 하천)을 홍수에 안전하고,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으로 창출"한다면서 다시 하천정비사업에 포함시키려 한다. 현재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동의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주(3월 셋째 주)에 그 동의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핵심구간인 회룡포 일대의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입지 않는 지역이라고 말하지만 국토부는 홍수위가 바뀌었다며 홍수예방을 위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해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전에는 홍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던 곳들이 이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 뭔가 잘못돼도 아주 크게 잘못됐다. 

제방 쌓는 것보다 보상 제대로 하는 게 더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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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정부 4대강사업 홍보용 카다로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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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69억 원을 들여 착공 후 60개월에 이르는 사업 기간을 계획한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사업내용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회룡포는 수려한 얼굴에 시멘트 덩어리를 발라야 한다. 회룡포 마을 주민들의 홍수피해가 염려돼 회룡포 백사장을 따라 형성된 자연제방을 대체하는 1197m 길이의 긴 제방을 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홍수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국토부는 결코 제방을 포기할 수 없는 듯하다. 

섬과도 같은 회룡포 마을은 넓은 땅을 가지고 있지만 기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열 가구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땅은 논이다. 국토부가 100년 빈도의 홍수위를 언급하니 한 번 따져보자. 어쩌다 한 번 홍수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10가구의 한 해 쌀 수확이 피해를 입거나 그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비를 국고에 잘 보관했다가 만에 하나 수해가 났을 때 보상비를 주는 게 국가 입장에서는 예산도 절약하고 경관과 생태도 잘 보전한다는 점에서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회룡포 일대에는 이 사업 말고도 다른 사업들이 추진되려 한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한눈에 보이는 우측 제방길 등을 따라 자전거도로용 포장을 하고, 주변으로 산세가 뛰어난 곳에 다시 수림대를 조성하며, 아랫마을은 자연제방 위의 논을 가로질러 제방을 쌓고 그 밑으로 생태하천을 조성하려 한다. 강과 어울려 잘 보전된 자연 속에서 살아온 회룡포 일대가 졸지에 물 폭탄이 아닌 시멘트 폭탄을 맞게 생겼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자전거도로가...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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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 개포면 내성천교 예정지 전경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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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하류에 놓으려는 자전거도로는 4대강사업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반드시 강을 따라 달려야 한다. 내성천 하류는 새로 포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제방길에서 자전거를 타기에 충분하지만, 국토부의 시각에 이 길들은 너무 초라한 모양이다. 또한 이 길은 4대강의 자전거도로처럼 반드시 강을 따라 이어져야 하는 '미션'이 있기에 가다가 막히면 산을 깎고 그것도 안 되면 다리를 놓아야 할 판이다. 그렇게 새로 놓으려는 큰 교량이 세 개다. 

물론 명분은 유지관리용 도로이자, 지역 주민 간 이동성 및 농기계 이동로 확보다. 하지만 한천 하류를 잇게 될 한천교 좌안에서 바라봤을 때 농경지와 일부 시설물만 보일 뿐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은 보이지 않는다. 이 교량의 설치 이유가 자전거도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비경을 자랑하는 선몽대 일원도 이 자전거도로를 비껴갈 수 없다. 노송 숲 앞 정면에 보이는 강변 우안으로 제방을 다시 쌓고, 그 위로 자전거도로가 지나간다. 그런데 이 구간 상류 및 하류로는 강의 습지부가 산과 직접 맞닿은 긴 구간이 있어서 자전거도로를 내려면 산 하단부를 깎아내야만 한다. 또한 이 구간은 야생동물들이 강과 산을 오가는 이동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태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 

국가하천 중 야생동물들의 이동로가 거의 전 구간에서 걸쳐 잘 확보된 강은 이제 내성천밖에 없다. 그만큼 내성천은 우리나라의 강 유역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강을 이런 식으로 훼손하면 그들이 설 땅은 이제 한반도에는 없을 것이다. 굳이 필요 없는 자전거도로 하나 때문에 생태경관이 뛰어난 내성천을 이렇게 훼손하고 야생동물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게 어떻게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 창출"인지 동의할 수 없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은 생태계에도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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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내성천 중류에서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던 한 가족이 흰수마자를 들어올려 보고 있다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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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몽대의 노송군락. 강의 경관과 어울리며 생태 문화가 어떻게 어울리고 보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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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선몽대 우안의 제방 뒤쪽으로는 집도 없고 제방과 산 사이 좁은 구간에는 농경지가 있을 뿐이다. 멀리 하류 쪽으로는 건조장으로 보이는 시설물이 몇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선몽대 명승지 구간에 제방을 새로 쌓게 되면 경관도 훼손되지만, 공사로 인한 토사유출로 수심이 얕은 내성천의 수중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다. 가뜩이나 영주댐으로 생존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는 27km 구간의 제방·교량 공사 때문에 멸종에 가까워질 것이다. 

선몽대에는 100~200년 된 소나무들이 숲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노송군락 옆에는 어린 소나무 여러 그루가 식재돼 있고, 뒤쪽 산비탈에는 젊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따르면 노송 옆으로 소나무가 더 심어진다고 한다. 현재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인데도 말이다. 

또한 이미 큰 바윗돌들이 노송들 주변으로 깔려 있는데 바위도 더 갖다놓겠다고 한다. 치장이 심하면 자칫 경박해 보인다. 덧붙여 이곳 경관과 잘 어울리게 설치된 연결교를 폭원개선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그냥 웃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부가 터무니없는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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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몽대 좌안 하류 농지와 혼재하여 펼쳐진 넓은 습지구역, 동물들이 왕래하는 발자국들이 보인다.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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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몽대 좌안을 조금 더 살펴보자. 노송 아래 넓은 모래밭 밑으로 달뿌리풀 군락 따위가 산재하는 습지구역이 다시 펼쳐진다. 이곳은 강이 범람하여 토사를 쌓아놓은 땅 위에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어서 강 습지와 농지가 혼재하는 지역이다. 국토부는 이 일대 전체에 생태하천을 조성할 계획으로 지역의 자생종을 심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돈이 투입되고 설계대로 배치하는 인공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생종은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린다. 

일괄 생태하천을 조성하려다 보면 고라니·수달·삵 등이 왕래하는 습지대가 모두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5% 정도인 상황에서 하천변 기름진 땅에 농사를 짓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국민들이 같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부득이 농사를 짓지 말아야 한다면 지자체의 행정조치로도 충분한 일이다. 자연이 알아서 할 일을 애써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모두 열거하기는 공간상 어렵지만,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합류부에 예정된 달봉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사업 때 남한강 본류와 청미천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부의 바위늪구비와 도리섬 일대는 당시 생태계의 보고로 확인됐고, 결국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훼손으로 4대강사업이 처음 중단된 바 있다. 

낙동강과 내성천이라는 국가하천과 금천이 만나는 합류부에 큰 교량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면, 이 일대의 생태계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흰수마자도 생존을 위협받는 이곳 생명 중 하나다. 

타당성 없는 사업,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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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 회룡포에서 미사를 드리는 천주교 환경사목위원회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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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국가하천 정비사업은 이렇듯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단일사업 하나하나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보전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내성천 국가하천 정비사업이 내성천을 잘 보전하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사업이 아니고,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중요 지류하천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무시하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모든 강을 똑같이 만들기 위한 사업은 끔찍하다. 올해 가을에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라는 환경관련 큰 국제행사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 여러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강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22조 원을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이 투입되고도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더 걱정하고, 각 지류의 제방을 다시 쌓는 일까지 눈으로 보게 될 지경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정부는 4대강사업이 낳은 문제들을 시급히 돌아보고 철저한 재조사와 평가를 해야 한다. 또한 국민적 합의에 따라 대책을 마련한 뒤 지류를 돌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국토부 혼자 슬그머니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지류하천 정비사업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만약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터무니없는 내성천 정비사업을 승인한다면, 이는 생태계와 국민 신뢰를 다시 한 번 무너트리는 일이다. 또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지천 정비사업들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청원한 '내성천 회룡포 환경정비사업 철회 서명'이 3월 22일까지 진행 중이다(관련 누리집)

한편, 한국의 여러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3월 18일 '환경부는 내성천 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이 정비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글/사진 : 박용훈 회원, 초록사진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70801)

Posted by 황새여울



늘어나는 환경갈등에 침묵한 대통령 

시대의 환경갈등 해소를 위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어제(1월 6일) 취임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열렸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내용은 2014년 새해 경제와 정치 및 남북관계 등 국정운영 방향이 중심이 되었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사회갈등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해결의지와 방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통 대통령’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특히 환경분야에 대해서는 원전과 에너지 문제, 규제완화로 인한 환경훼손에 대해 매우 낮은 인식을 보여주었고, 그러한 인식하에서 제시하는 정책방향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을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실망스럽다. 


우선 원전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원전비리 문제의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관행에 있다 보고, 이에 대한 개혁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원전비리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관행에서 비롯된 것은 맞으나, 그러한 관행이 피어난 토양은 40년이 넘는 원전확대정책의 지속과 독점 이익집단의 형성, 원전안전에 대한 허술한 감시감독 제도 등 구조적인 문제점에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 초기에 원전 안정성문제에 대한 최고 의결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상을 격하시킨 바 있고, 곧 확정될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증대가 기정사실화된 채로 수립될 예정에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원전비리 문제의 원인을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관행이라는 포괄적인 지적보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원전 비율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비전을 밝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일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환경분야가‘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투자’라고 하여,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문제도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장창출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적극적 대응을 위한 환경친화적 경제의 창출은 경제개발논리가 지속가능발전((ESSD, Environmental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논리 밑에서 작동되어야 가능하다. 즉 기존의 규제완화 등 무분별한 경제개발논리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치 속에서 통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규제총량제’, ‘규제개혁 장관회의’ 등을 두어 대대적인 규제완화의 의지를 밝히고 있어 상호모순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환경권과 지속가능한발전의 기조를 강화하는 선제적인 정책기조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밀양송전탑, 4대강 생태계 복원 등 국민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시급한 조치와 해결이 필요한 환경사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국민의 안녕과 안전, 국토환경 보전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을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혹여 이것이 공공선을 지키기 위해 사회 각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회갈등에 눈감고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폭력으로 누르려고만 했던 지난 1년간의 과오가 재삼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한 권력의 그늘진 모습에 대한 성찰은 부재한 상태로 사회정치적 폭력에 기초한 갈등은 늘어나고 비판이 금지되는 시대가 계속 될 것을 예고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우리 시대의 환경갈등에 필요한 것은 일방통행식의 폭력적 공권력이 아니라 올바른 환경거버넌스의 조성을 통한 환경갈등 해소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비전의 소통이다.


 2014년은 권력의 명운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시대인식의 전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공동이사장 김인경 현 고

Posted by 생태시선

무책임의 정치, 무책임의 과학
-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유출을 통해 드러난 원자력의 불편한 진실 -






                                                                                            사진 : 머니투데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배출로 일본은 물론 온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하루 300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고 유출된 오염수에서는 리터당 8000만베크렐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한다. 사고 이후 2년 반이 지났어도 복구는 커녕 더 큰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없는 폭탄으로 변해버렸다.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실이 드러난 시점이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라는 점, 하루가 다르게 방사능 오염수에 따른 피해와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일본정부는 이러한 배출사실을 지속적으로 숨겨왔을 것이라는  의혹을 충분히 받을 만 하다. 이는 그 이후의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의 보고의 신뢰를 떨어뜨려 일본 국민의 공포와 혼란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현재 상황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최대 의무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할 때 가히 일본정부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대형 재난 앞에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력한 대응으로 천재로 인한 피해가 천재에 버금가는 인재로 확대되었던 사례는 많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 때 정부의 책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사고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책임? 신속정확하게 대응하여 사고확대를 막아야 할 책임? 원상복구의 책임? 물론, 이 모든 책임들은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정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공적 책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들이 원자력 사고 앞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즉 책임이라는 말을 원자력 앞에서도 쓸 수 있는가?


어떠한 일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그 일이 일어나는 모든 과정상에 발생되는 수많은 변수와 결과 등에 대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또는 문제가 발생해도 최대한 문제발생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능력의 보유가 있어야 가능한 말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그 일의 최대치의 파국이 발생됐을 때의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수다. 즉 최대치의 파국이 어떠한 규모인지, 어떠한 상황일지에 대해 경험으로서 예상가능해야 책임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안전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어떤 뜻인가? (원전 운영을 국가가 하든, 민간이 하든 원전안전에 대한 감시와 관리에 대한 책임은 속성상 국가가 할 수 밖에 없기에 원전안전에 대한 책임의 귀속주체는 국가라 할 수 있다.) 원전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최대치의 파국에 대해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봐도 이 말은 성립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원자력으로 인해 일어나는 최대치의 파국은 인류의 공멸을 의미하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피해의 확산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일본 정부를 보고 있으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정부와 원전사업자는 원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을, 단지 사고가 나지 않게 최선의 관리와 함께 무사고에 대한 확률론적 희망만을 기도하고 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는 다른 원전국가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며 이들 국가들의 원전 당국자들은 본인은 물론 인류 전체도 책임질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번 방사능 오염수 배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사실 은폐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에 배출 사실이 발표된 것도 석연찮으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저장탱크에서 누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다른 배수밸브를 통해서도 누출된 사실도 도쿄전력이 사실을 확인한지 나흘이 지나서야 발표되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사고 은폐에 대한 의혹제기는 사실 은폐를 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사회문화와도 연관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핵연료봉의 장시간 노출로 멜트다운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밸브 개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도 총리의 현장 시찰로 이러한 조치가 늦어지면서 수소폭발을 초래하여 사태가 더 악화된 사실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정말로 공학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정치가 개입되어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버린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입만 열면 원전 공학의 완전함을 말하는 것과 달리, 실상 원자력은 과학이 아닌 정치에 의해 강하게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 직후 수만명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최고 결정권자들의 가장 큰 고려사항은 천황가계에서 내려오는 3종의 신기를 어떻게 보지 할 수 있을 지였다. 자국 국민들이 말할 수 없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일본 위정자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들의 권력을 보장해 줄 상징물의 사수 여부였고, 이는 곧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유발해 전쟁 피해를 더욱 키웠던 것이다. 물론 미국의 원폭 투하는 인류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지만 일본 위정자들의 조직적인 무책임이 전쟁 피해를 더욱 키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일본 정치권력에 만연한 무책임의 구조가 반세기 이상이 지나 오늘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위정자들의 무책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한 한국의 입장에서 서글픈 것은, 별다른 조치 없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 대책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산 농수산물의 전면 수입제한과 일본정부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등의 요구에도 정부는 ‘(그러한 조치를 할 만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도 수입제한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등의 이유로 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광우병 사태 때와 같이 선진적 통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부의 자발적 주권침해 행위를 여지없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핵마피아들에 의해 포위되어있는 한일 양국의 불운도 한 몫 끼어 있다. 한일 양국 모두 다 주요 선거가 끝 난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라 제도적 심판 기회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정부와 의회에 대책 요구를 지속하는 한편, 지금 시민 스스로의 방사능 감시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정보화가 촉진된 이후,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더 많이 알아가고 있으면서도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더욱 취약해져만 가고 있다. 무수한 핵공학자와 과학자를 보유하고도 재앙 앞에서 무력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모습은 과학의 무게가 평화와 안녕의 무게와는 일치하지 않음을 시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의 과학과 무책임의 정치가 판치고 있는 이 잔인한 시대를 태평양을 뒤 덮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가 말해 주고 있다.

 

작성 : 김종겸 연구원


Posted by 황새여울

왕버드나무가 연록의 기운을 뿜어내고 산벚꽃이 화답할 시기에 나는 금강마을 위 비단여울이라 불리는 큰 골짜기를 다시 찾았다. 계곡 불로산의 나무들은 일정 높이 밑으로 모두 베어진 채 가파른 경사면에 널브러져 누워있다. 계곡 깊은 곳, 흐르는 강물에 엎드린 채 새 잎을 피워 낸, 한 때 가장 풍채가 좋았던 왕버들의 잘린 밑둥에서 돋아난 작은 풀이 새하얀 꽃을 피우며 계곡의 슬픔을 전했다. 강을 가로질러 나와 백사장에서 절을 하였다. 나무에 큰 절을 해보기는 처음이지만 한 때 드러난 채 뒤엉킨 뿌리만으로도 어른 한 길은 되었던, 그래서 그 나무가 만들어 준 초록의 그늘 아래서 걸음을 옮기지 못하며 즐거워했던 사람들을 함께 기억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달리 없었다. 남아있는 몇 그루의 큰 나무에 다가서서 하나씩 사진을 찍었다. 한창이어야 할 알록달록한 봄의 향연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가 계곡의 고요를 더욱 깊게 하던 풍경도 슬픈 강물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고 없었다.


▲ 영주시 평은면(영주댐 수몰예정지) 2012년 6월  박용훈


이산서원에서 괴헌고택 쪽을 향해 걷다보면 맞은편 왕버드나무 군락이 점점 멀어지던 자리, 강 저편 언덕 큰 나무들 아래에서 무리지어 쉬던 원앙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연록이 비치던 물 위를 걷고 뛰고 춤추며 한끼 식사를 해결하던 백로도 떠나고, 한 여름 해를 가려주었던 큰 나무들이 밑둥만 남아있는 주위로 풀들이 올라오면서 서서 히 기억을 덮는다. 저녁이면 꼬리를 물고 이 가지 저 가지로 날아들던 그 많은 멧비둘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두월교 아래 은빛 물결로 흐르던 수십리 강길, 계절을 몇 번 바꾸면서 끝도 없이 강의 속살을 퍼가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의 긴 행렬 속에 내성천은 깊고 검푸른 강으로 변해버렸다. 한반도 모래강의 긴 세월과 함께 이곳에서살아온 흰수마자는 무사할까?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는데..


▲ 영주시 이산면(영주댐 수몰예정지) 2012년 5월  박용훈


흐르는 모래를 막는 유사조절지 공사가 시작되기 전 토일천과 만나는 강가를 그들의 흔적으로 채웠던 삵과 수달은 어디로 갔을까? 몹시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 몸을 조금 물에 잠근 채 꼼짝 않던 동호 강변 굼뜬 자라는 몸을 잘 보전하였을까? 강에 강물만 보이고 산의 나무들이 모두 베어진 어느 자리, 백로 한 마리가 제방에서 꼼짝 않고 자리를 뜨지 않는다. 두어 봉우리만 넘으면 강가 모래톱에서 쉴 수 있으련만 시위라도 하는 것일까? 해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이곳을 찾던 한 마리 먹황새는 다가올 겨울을 어디에서 보내야하나? 모래강과 산을 오가던 크고 작은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가야하나?


▲ 영주시 이산면(영주댐 수몰예정지) 2012년 4월  박용훈


한 때 성씨촌을 소개하는 책의 앞부분을 장식했다는 400년 금강마을이 참 쓸쓸하다. 고추모를 심느라 바쁜 손길 멈추고 음료수며 참외를 건네주던 마을 중턱의 한 농부, 마지막으로 수확한 벼를 집안으로 들이다 말고 프린트된 종이 몇 장을 들고 나와 운포구곡을 상세히 설명해주마 하던 기골이 장대한 노인, 어느 해 어버이날 누군가 찾아온 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환한 얼굴로 평소보다 일찍 마을회관에 출근했던 김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할머니 떠나 텅 빈 작은 마당에 누군가 대놓은 경운기 옆으로 잡풀이 무성하다.


찾아온 대학생들이랑 시원하게 웃으시던 고택 할머니는 문을 안팎으로 걸어 잠그고 담 너머로도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는다. 할머니의 소중한 물건들이 자꾸 사라진 후의 일이다. 이미 이곳을 떠난 몇 분의 할머니는 새로운 적응이 아직 낯선지 가끔 마을로 놀러와 회관에서 주무시고, 남의 텃밭에서 같이 풀을 뽑고, 그럭저럭 같이 시간을 보내시는가 보다. 금강마을에 남아있는 가구 중 열일곱 가구는 동네보다 먼저 해가 뜨는 앞산 꼭대기 선산 땅으로 이주할 계획인데, 수자원공사에서 그에 앞서 영주시내에 세를 얻게 해서라도 남아있는 동네 분들을 떠나게 하고 마을을 정리하려 하는 모양이다. “떠나는 것도 서러운데 어찌 두 번 이사 하라는가?” 하고 마을 앞을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는 한 할머니의 얼굴에 수심과 원망이 가득하다. 사진 한 장 보내드렸을 뿐인데 송이 철에 꼭 들르라던 강동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새 도청 들어서는 까닭에 살던 고향을 떠났다며 예천 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우두커니 앉아계시던 한 할머니가 생각난다. 덤프트럭 먼지 날리며 달리는 길을 걷다가 변해버린 산과 강을 바라보는데 강가 골재 반출 관리용 콘테이너 문이 열리더니 커피 한잔 하고 가라며 누군가 외친다.


▲ 영주시 평은면 금강마을(영주댐 수몰예정지) 2011년 5월  박용훈


내성천, 낙동강의 한 지천이라고 그저 쉽게 말할 수 없는 강, 4대강사업의 부조리를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강, 아직 강물과 함께 모래가 흐르는 강이고, 그래서 댐 공사가 시작되고 세 번의 봄을 보냈지만 모래강을 지키코자 하는 희망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각처에서 찾아오는 강이다. 사람들은 상주 경천대를 낙동강 제일절경이라고 말하고 구미 해평습지를 철새의 천국이라고 불렀다. 모래가 그 풍경의 중심이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바다가 있어서 태평양을 건너온 새들이 그곳을 찾았다. 이런 낙동강의 장관은 안동댐으로 그 맥이 끊긴지 오래된 낙동강 상류가 만들어 준 풍경이 아니다. 더욱이 상류는 순 모래강도 아니다. 옛 사람들은 문경 영순면에서 안동천과 내성천이 만난 후 상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칠백리 낙동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강이 휘도는 곳곳에 아름다운 백사장이 펼쳐졌던 낙동강을 있게 한 가장 큰 공덕은 마을 도랑조차 온통 모래뿐인 내성천에게 있다. 그러니 모천인 내성천을 낙동강의 한 지천 정도로만 보는 것은 온당한 대접이 아니다. 한반도 모래강의 전형으로 평가받으면서 개발에서 여러 걸음 떨어진 덕에 야생동물에 좋은 환경이고, 하류에 국가명승지 2곳을 지닐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내성천이 지금 영주댐 공사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 예천군 개포면 2011년 12월  박용훈


모래가 흐르는 강. 사람들은 내성천을 그렇게 부른다. 하늘이 이 땅에 준 선물, 지구별에서 참 은은하고 아름다운 강, 어떤 인연으로 이 강에 들어 하루 한 때라도 걸어본 사람들은 행복하다. 흐르는 강물 따라 한발 한발 모래를 밟고, 다리를 스치는 맑은 강물을 온 몸으로 느끼고, 그러다 강을 한번 건너고, 모래밭에 누워 쉬고, 다시 강을 건너고... 어느 이국에서의 체험이 아니다. 김밥 싸서 하루 가볍게 떠난 자리에서 얻는 소박한 행복이다. 아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얕은 강물에 누워서 흰 구름을 바라본 채 강물 따라 함께 흐르는 것을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편안한 휴식과 어떤

평화를 느낀다.


강 따라 걷다보면 강을 몸으로 알고, 강물 따라 흐르거나 거스르는 물고기 떼를 보면 강은 흐르는 것이라는 것도 당연히 안다. 백사장에 새겨진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삵, 수달 등 여러 동물들의 다녀간 흔적을 보면 왜 강과 육지를 연결하는 강 습지 따라서 고속도로 같은 자전거도로를 놓으면 안 되는지 알며, 모래밭 나무 그늘에서 달콤한 휴식을 맛보거나, 나무그늘 드리운 강안으로 제법 큰 물고기들이 어른거리고, 원앙이며 멧비둘기, 백로 따위가 나무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둥지를 트는 것을 보면, 조상들이 강이 휘도는 곳에 왕버들을 심은 깊은 뜻을 알면 왜 강변의 나무들을 그렇게 베면 안 되는지 안다. 다슬기며 조개들이 물 먹은 모래밭에 만들어놓은 자연의 그림들을 보다 보면 왜 강의 모래를 그렇게 퍼내면 안 되는지 안다. 내성천에 가면 강이 무엇인지, 생명의 강 운운하며 깊이 파헤치고 여러 개의 호수로 만들어버린 4대강을 왜 다시 돌려놓아야 하는지 안다.


▲ 영주시 문수면 2013년 5월  박용훈


내성천 심장부를 파괴하는 영주댐사업은 4대강사업의 하나로 1조원을 넘는 사업이면서 그 목적이 불분명한 사업이지만 핵심 본류사업이 아닌 탓인지 공사개시 3년이 지났어도 이슈화되지 못한다. 다목적댐으로서 홍수조절 편익은 0.2%인 반면 준설과 보건설로 맑은 물을 확보한다는 낙동강에 하천유지용수, 즉 희석수를 공급하는 편익이 86.2%인 전대미문의 희한한 공사다. 오죽하면 영주댐을 왜 짓느냐는 한 지상파 방송의 질문에 대해 수공 직원이 “공익사업이라는 것이 수용되는 것은 그 사업으로 인한 편익이 일반적으로 희생되는 가치보다 큰 경우에 진행된다고 보시면 된다”는 답변을 하였을까?, 영주댐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댐 때문에 철로를 이설하는, 그것도 웬만한 댐 하나 건설비용인 2,500억원을 들이는 댐이고, 댐 안쪽에 모래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상류 10여 km 지점에 흐르는 모래를 차단하는 유사조절지라는 대형구조물을 지으면서도, 댐 하류 유사량 감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댐에 배사문을 설치한다고 말하는 뻔뻔한 댐이다. 이런 구조에서 모래강 내성천은 고사를 피할 수 없다.


▲ 영주시 평은면(영주댐 공사현장) 2011년 5월  박용훈


이미 영주댐 아래 미림 강변은 아름답던 모래가 사라지고 거친 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고, 모래유실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식수에 문제가 생겨서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배급하는 물을 마신다. 영주가 내세우는 무섬마을도, 예천이 자랑하는 회룡포도 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처음 공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대수로워 하지 않던 중류와 하류의 주민들은 댐이 채 완공되기도 전에 마을의 자랑이자 새로운 소득을 낳아주는 모래의 유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곱던 회룡포 백사장은 벌써 여기저기 거친 모습을 보여준다. 무섬은 수공에 큰 보를 만들어달라고 하였는데, 그런다고 강물과 모래가 함께 떠내려가는 중력의 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백사장과 강변 초목의 균형을 잡아주던 홍수기 강 복원 기능이 댐 등에 의해 상실되면 풀들이 백사장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댐에 더해 보를 만들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들이 생길 수 있는데, 내 마을만이라도 모래유실을 막아보려는 땜질처방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면 우리가 아는 내성천은 삽시간에 사라질 것이다. 수몰예정지 상류도 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댐 만수위 위치인 이산 석포교의 주변 농민들은 만수위가 되면 제방을 높여도 제방 밑으로 스며들어온 강물에 논이 잠길 것을 걱정한다. 수공이 보상해주어야 할 땅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댐은 이렇게 저렇게 지역공동체를 해체하거나 위협하고, 아름다운 강과 그 생태계를 파괴한다. 그렇게 소위 ‘새로운 명품 관광댐’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2002년 국제댐위원회에 등록한 대형댐만 1,214개인 나라, 물을 가두는 댐이 18,000개인 나라, 국토면적당 댐밀도가 세계 1위인, 댐 천지인 나라에서 명품 댐 운운하면서...


▲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2011년 9월  박용훈


물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장담했던 4대강사업이 끝나자마자 다시 14개의 댐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지금, 슬프게도 댐이 무엇인지 알려거든 내성천에 와 보시라고 말해야 한다. 종일을 걸어도 베어진 산이고, 뒤집힌 강이다. 헐린 집터,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흩어진 텅 빈집, 의욕을 잃은 채 아직 남아있는 주민들, 댐이란 그런 것들의 다른 이름이다. 동시에 내성천은 다른 모습도 보여준다. 이제 내성천을 찾는 사람들은 논이라는 이름을 잃자마자 습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땅에 주목한다. 원래 강 습지였다가 논이 된 자리, 그 자리가 댐을 짓는 가운데 습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한편 마음 아프지만, 강이 상처받는 가운데 복원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영주시 평은면(습지화하는 수몰예정지 논둑을 걷는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2013년 5월  박용훈


공사를 멈추고 이 강이 스스로 치유하기를 기다린다면, 그리고 그 과정을 우리가 조금만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내성천은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꿔야 한다. 내 아이와 손잡고 같이 걸었고, 또 걸어야 할 이 아름다운 강에 댐 짓는 일을 중단하라고 함께 외쳐야 한다. 영주댐에 들어간 돈이 아무리 많아보여도, 아이의 아이들이 이 강을 찾아 즐거워하고,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랄 그 많은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모래가 흘러야 할 낙동강 복원까지 생각한다면 그 돈은 모두의 미래를 위해 감수해야 할 수업료가 아닐까? 이 강에 가득한

생명의 기운을 우리가 지켜낼 수 있다면 한 때 봉화, 풍기, 영주, 예천 등을 따라 유교문화의 큰 꽃을 피우며 흐르던 옛 강 내성천이 토건사회 극복이라는 문명전환의 새 물길을 열어 주지는 않을까?



글/사진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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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태지평 박용훈 회원의 글입니다.

전태일재단 '전태일통신' 7~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박용훈 회원은 4대강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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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새여울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선생님의 배려로 철새 조사에 동행하여 도요새를 보았습니다. 호주에서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고, 태평양을 건너 부산 앞바다까지 온 손바닥만한 새 때문에 부산이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부산이 태평양을 향해 열린 항구도시라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남북정상이 만나고 금강산이 열렸을 때, 기차를 타고 유럽대륙까지 가는 날을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정부가 다시 바뀌고서도 쉽게 좋아질 분위기는 아닌 듯 합니다. 

도요새의 절반 가까이는 대륙간 여행에서 목적지까지 다다르지 못하는가 봅니다만, 그래도 이들은 부산 앞바다에서 몸집을 두배로 불린 뒤 다시 먼 북쪽을 향해 날아가겠지요. 아마도 이 작은 새는 삼천리 물을 때리고 구만리 하늘에 솟는다는 전설 속 대붕의 현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람의 탐욕으로 이 새들이 내려앉을 자리는 점점 줄어듭니다.



이번 주 토요일(6월 8일)에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일대에서 영양댐 건설을 반대하고 응원해주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장파천문화제'가 있습니다. 농번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일텐데도 지역주민들이 손님 맞을 여러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장파천 계곡 걷기, 장승세우기, 오색실 꼬기, 공연, 대동놀이 등 행사와 김정욱교수님 강연, 장파천 사진전 등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함께 할 것으로 보이며, 서울에서는 두어 단체가 아침 일찍 버스를 대절하여 출발하는군요. 환경연합은 당일 저녁 영양에서 서울로 출발하고, 영주댐이 지어지는 내성천 탐방을 함께하는 이틀 일정의 단체도 있군요. 

영양댐 문제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영주댐 문제와 함께 향후 우리사회가 댐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지에 깊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5월 20일 민주당 4대강조사위원회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민주당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입니다. 정부차원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6월 중에 조사작업단 구성을 마칠 모양입니다. 5월 29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것을 요구하였다고 합니다. 민주당이 당 위원회의 이름 앞에 불법비리를 넣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군요. 불법비리는 당연히 조사하고,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아야 하겠지요. 그건 법대로 처리하면 되는 일입니다. 

제는 강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일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정치력이 필요한 것은 이 부문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의 태도, 정체성이 정부의 4대강사업 조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변수의 하나일 것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물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면서 사업이 끝나자마자 영양댐 등 14개 댐을 짓겠다고 하는 것도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4대강사업을 왜 하였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맑은 물을 충분히 확보할 낙동강에, 낙동강 중하류의 수질개선을 하겠다며 건설중인 영주댐 문제도 짚어보아야 합니다. 영주댐 문제는 모래강 내성천의 생사 문제이면서 동시에 4대강사업의 정체성 등을 확인하는 자리이고, 앞으로 낙동강 복원의 주요 변수이기도 합니다.


글/사진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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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새여울


영주댐.. 기차가 먼저 떠나고..


햇볕 나른한 봄 날,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강가 철길 따라 안동역을 떠나 옹천역을 들른 후 송리원 철교를 지나서 평은역을 향하는 기차행렬이 눈에 들어옵니다. 댐이 완공되기 전 떠나야 하는 자리, 기차가 먼저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금강마을 어른의 마음이 그저 그럴 것 같지는 않겠습니다만, 기차가 지나는 길 좇아 잠시 눈길을 주시곤 농협에 다녀올 일이 있다며 덤덤한 표정으로 마을을 내려갑니다. 72년 긴 세월, 내성천을 바로 바라보는 긴 굽이, 운포구곡 구만이라는 목 좋은 언덕을 지켜온 평은역은 이 날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110여년 철도 역사상 댐 공사때문에 처음으로 철로를 이설하는 일이 생겼고, 이에 2,576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이 날짜 영주신문은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최초의 기록들을 세우며, 환경과 문화와 역사와 그리고 후대의 땅을 서서히 잠그며, 4대강사업의 하나인 영주댐 공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래가 흐르는 강" 내성천 생명의 서사시


지율스님의 “모래가 흐르는 강”이 개봉 첫날 부산의 한 상영관에서 매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래강 내성천의 생명을 기록한 서사시입니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 지난 몇 년 간의 낙동강과 남한강이 지나가고 지나갔습니다.


지난 수년간 강의 생명들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각 방면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고 싸우고 강을 지켜왔습니다. 지금 4대강에는 16개의 대형 보가 들어섰고, 다시 14개의 댐 추진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댐 백지화 또는 탈 댐을 위한 운동이 전개될 것입니다“모래가 흐르는 강”은 4억5천만m³의 모래를 파낸 4대강사업을 둘러싼 가장 큰 싸움의 공간은 바로 한반도 모래강의 원형을 지녔으나 영주댐으로 파괴되는 내성천임을 예고하는 듯 저에게는 보입니다. 동시에 그 싸움은 이제까지의 싸움과는 다른 시공간에서의 싸움임을, 다른 대상과 다른 언어의 싸움임을, 그래서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고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갑옷을 전쟁터에 나서는 그 누군가에게 내어놓듯, 길고 긴 시간 풍찬노숙하며 내성천 구석구석 깃든 생명의 기운들을 꿰어 우리 앞에 내어놓은, 스님의 자비와 생명의 언어가, 강과 강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파괴를 목도하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싸웠던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기를, 우리가 그 긴 시간 싸워왔음에도 무언가 부족했던 그 하나를 채워 함께 생명의 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강을 과거의 시간 속에서 회상하지 않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가 함께 노래할 수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 다시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선은 가까운 상영관을 찾아 스님의 생명의 언어에 같이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고맙게도 내성천이 아직 그곳에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종교환경회의, 영양댐 반대 주민 방문과 격려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불교 등 5대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에서 영양댐 계획은 백지화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지난 3월 30일 영양군청을 방문하여 전달하고, 영양군청 앞에서 진행 중인 영양댐 백지화를 위한 금식기도회를 방문한 후, 송하리 마을에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장파천의 맑고 아름다운 계곡과 천도교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신사의 49일 기도처인 다들바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성직자들의 방문과 격려는 큰 힘이 되는 듯 마을 할머니들이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합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이런 응원과 격려방문이 산골 동네 어른들에게는 천군만마입니다.


KBS 환경스페셜 폐방, 그러나 이 땅의 생명에 대한 기록은 계속 되어야...


“지구, 인류, 미래의 철학이 담긴 생태 환경 다큐멘터리” KBS 환경스페셜이 오는 4월 3일 밤 10시, 15년 539회 기록을 끝으로 시청자의 안방에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알게 모르게 의지하던 가까운 벗을 잃는 듯 합니다.


지난 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의 광범위한 남한강 재첩 폐사조사시 수중 촬영했던 윤순태감독은 동강댐 백지화 과정에서의 환경에 대한 깊은 사회적 관심이 KBS 환경스페셜을 낳았다고 회고합니다. 15년간 이 땅의 환경과 생태를 시청자들에게 보고해 온 환경스페셜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들을 짧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KBS 내부적으로는 폐방의 타당한 여러 이유가 있어서 결정하였을 수 있겠지만, 이 땅의 환경과 생태가 전 방위적인 파괴의 위험에 처한 지금 환경스페셜이 방송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환경스페셜만한 깊이 있는 환경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송이 따로 있어보이지도 않습니다. 공영방송 KBS에 시청료를 납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한다면 환경스페셜은 이 땅의 생명에 대한 기록을 계속하여야 하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하여야 합니다.


글/사진 박용훈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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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태지평 박용훈 회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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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새여울


춘분을 며칠 앞두고 400년 성씨촌인 내성천 금강마을 어른들이 지난 해 옮겨 모신 인동 장씨 안양공파 조상님들을 뵈러 불로산 중턱에 올랐습니다. 이리 저리 둘러보시고는 모신 자리가 명당인 듯 산을 내려가시는 발걸음이 많이 가볍습니다.



불로산 자락 따라 큰 굽이로 운포구곡 제 7곡인 금탄이 흐릅니다. 여울이 비단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흐르는 강물 따라 햇살은 반짝이고, 이따금 맑은 새소리는 고요를 더욱 깊게 하며, 신록의 왕버드나무와 산 벚꽃이 다투어 봄을 피웠고, 귀한 한 마리 먹황새가 이곳의 겨울을 지켜왔습니다.



이제 우천, 송사, 용추, 전담, 운포, 구만, 금탄, 동저, 지포 등 한반도 사행천의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모래강길 30리 운포구곡은 거의 대부분 파괴되고 있습니다. 직선으로만 30리에 이르는, 수몰 예정 구간 강 따라 빽빽한 산의 나무들이 베어져 나간 지도 1년째 됩니다. 4대강 사업 중 구간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영주댐을 지으며 생긴 일입니다.영주가 자랑하는 무섬도, 예천의 보물이며 국가명승지인 선몽대, 회룡포 등도 점점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4대강 사업을 다시 따진다면, 대규모 준설과 8개의 보를 만든 낙동강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그 낙동강에 하천유지용수 즉 희석수를 공급할 영주댐을 짓는 인과 관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태극 수태극의 자리 금강마을에는 운곡서원 유허비가 있습니다. 강 상류에 이산서원이, 중류에 도정서원이 있고, 또 하류에는 용궁서원이 있습니다. 강이 그런 것처럼, 내성천 따라 흐르던 문화가 가볍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잘 알듯이, 끝간 데 같은데 끝간 데가 없는 자리, 불변 아닌 뒤바뀜의 공간에서 유학자들은 격물치지하였고, 그래서 서원은 태극의 모래강 따라 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에 바탕한 태극기에 대한 예의는 중요시하는 반면, 그 근본자리는 파괴되고 있지요.


 

영주댐은 거의 올라갔지만 모래강 내성천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생명력 넘치는 태극의 강길 따라 걷다 보니 끝간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어떤 희망의 사유를 해 보게 된 것이 아닐까요? 내성천에 대한, 강에 대한,그리고 ...



글/사진 박용훈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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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태지평 박용훈 회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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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새여울

          
 

고철환 | 생태지평연구소 이사장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함께 시작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실질적 민주주의 시대가 잠시 후퇴하는 듯했지만 이제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소통, 시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열어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의 힘은 소통이다.

소통은 시민, 시민사회, 기업, 국가가 함께하는 공론을 향한다. 전면에 권력을 앞세우고 그 권력의 힘으로 신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다. 이제 우리는 소통을 통해서 그 과정에서 놓쳐버린 것,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을 자각하고 중앙권력과 경제발전 때문에 소외된 문제와 사람들을 새롭게 공론의 중심으로 끌어내려는 작업을 펼쳐야 한다. 그러면서 그 소통의 중심에 환경문제도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에는 탈핵, 탈토건의 비전도 중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탈핵, 탈토건의 전제는 무엇이며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를 천착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그 하나만을 해결하는 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경제, 사회, 과학기술의 총체적 산물로 환경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식의 생태화, 사회의 생태화를 미래전략으로 삼고 총체적 사회변혁을 위한 소통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잠시 과거 4년을 뒤돌아보자.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간판정책이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을 적극 전개했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과 맥을 같이하는가. 아니다. 녹색의 이행에는 두 가지 수단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과학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보전이다. 4대강 사업은 자연보전이라는 관점에서 녹색에서 벗어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나름대로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녹색과는 완전히 모순된 사업들이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경기만에서는 대략 400㎢, 즉 새만금에 버금가는 갯벌 막기가 진행된다. 인천만, 강화, 가로림만, 아산만에서 갯벌에 방조제를 쌓고 수문을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식이다. 이런 식의 자연파괴형 발전은 녹색도, 신재생에너지도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에 기초한 전략이다. 수소연료,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발전 등 모두 신기술을 필요로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기술, 특히 효율을 증가시키는 고유의 기술이 핵심이다. 애석하게도 이런 기술은 기초연구, 개발연구, 산업화 등 십수년의 시간을 통해 확보된다. 신기술 개발 대신
에 갯벌 파괴로 돌아간 것은 발전사에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목표치의 강제성에 기인한다. 신재생 신기술 개발은 없는데 당장 전력은 생산해야 하므로 방조제를 쌓아 터빈을 올려놓는 희귀한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4대강 사업도 과학기술과 자연보전의 모순을 드러낸다. 시민사회단체는 자연훼손의 문제와 더불어 토건사업을 통한 경제활성화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토건은 전통기술이므로 기술 투자가 적더라도 사업자는 그냥 트럭과 불도저를 이용해서 뚝을 쌓고 강을 파면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얻는 이득은 사실 자연을 파괴해서 얻는 이득이므로 결국 그 희생은 자연에 돌아간다. 리우 이후 지속된 20년의 지구정치와 기후변화회의는 과학기술과 자연보전의 두 축 위에 서 있다. 최근에는 자연보전이 기술 개발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자료들이 유엔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연보전을 무시하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집단지성에도 반한다.

새롭게 전개되는 우리 사회의 소통은 이제 퇴보적 환경정책을 버릴 것이다. 그 소통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호혜적 관계로 만드는 새로운 비전도 만들 것이다. 생태사회, 생태국가를 지향하는 경제·사회,·환경의 만남도 촉진할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은 환경소통의 핵심 장이어야 한다. 모든 정당은 탈토건과 탈핵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환경정치를 책임질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다수의 ‘환경 후보’를 출전시켜야 한다. 시민, 환경단체, 정부, 국회의 소통으로 새로운 미래, 생태사회를 위한 공론의 장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02115335&code=990304

 
Posted by 친환경지구인


현대판 청백리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
 

명호 연구원(생태지평연구소)

밥 그릇 투정부리던 어른
세상이 어수선하다. 아이들 밥그릇 가지고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투정부리던 서울시장은 자리에서 물러나 야인이 되었다. 국가의 기틀을 바로 세우겠다던 그는 자신의 뜻대로 진행된 선거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희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시 주민투표와 관련하여 16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권 선거에서는 약 300억 원의 선거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한 정치인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무려 460억 원의 국민세금이 낭비되는 셈이다.

세금 낭비성 행위는 이것만이 아니다. ‘세금혁명당’의 자료에 의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체도 불분명한 ‘한강 르네상스사업’에 5,400억 원, ‘남산 르네상스사업’에 1,800억 원, ‘디자인 서울거리 조성사업’에 870억 원,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 834억 원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한강 르네상스사업의 핵심사업인 ‘서해뱃길 사업’의 사업성은 부풀려졌고 민간사업자의 예측으로도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국제선 운항만으로 매년 25억 원의 적자가 난다고 한다. 서울 서부의 강남-북을 연결하는 양화대교에서는 서해뱃길 사업을 위해 멀쩡한 다리를 ㄷ자 형태로 만드는 이상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공감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서울시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이런 것을 통해 보면 얼마나 많은 국민 세금이 치적성 사업에 투입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오세훈 전 시장은 온갖 혈세낭비 사업은 다 추진하면서 유독 우리 아이들 밥 먹는 문제에만 인색하게구니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어디에서 찾으려 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토건사업과 세금
사실 지방자치단체의 불필요한 토목사업 혹은 치적성 사업에 의한 세금낭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토건사업 전체가 나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요불급한 곳에 혈세를 쏟아 붓는 토건사업이 문제이다. 불요불급한 토건사업에 예산을 투입한 결과는 결국 복지예산 및 교육, 공공의료 예산의 축소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11년 4대강 사업 예산확보를 위해 전국 1만 5천여 경로당에 지원되는 동절기 난방비 411억 원을 전액 삭감하였다. 이렇듯이 한정된 예산의 잘못된 사용은 사회적 소득 불평등 감소를 위한 노력을 저해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소득 불평등 감소 효과 면에서 최하위이다.

그렇기에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도자의 결정에는 매우 신중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그리고 공명정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년 수천억 원의 토건사업에 소요되는 서울시 예산이 시민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입되었다면 우리는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잘못된 혈세낭비성 사업의 시작은 사실 우리로부터 시작된다.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선거철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선거철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서울 행정이니, 국가 행정에서 쉽게 관심의 끈을 놓고 만다. 그들이 진행하는 모든 일이 결국 우리의 세금을 사용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관심하다. 우리의 무관심이 결국 우리 혈세로 진행되는 낭비성 토목사업을 부추기고, 우리의 복지와 삶의 질 하락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납부한 세금이 토목사업에 쓰였다는 역사는 기원전 4,0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세금(稅金)의 '세(稅)'는 곡식을 나타내는 '벼 화(禾)'와 '바꿀 태(兌)'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兌'는 '빼내다'의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수확 중 일부를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납부하는 것을 세금이라 한 것이다.

세금의 역사는 ‘혁명의 역사’라고 알려져 있다. 자유·평등·박애의 표어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근대사의 출발점이라는 프랑스 대혁명(1789년) 역시 세금과 관련된 일이었다. 당시 프랑스에서 성직자와 귀족을 제외한 95%의 국민 중 대다수인 농민들은 농가소득의 약 80%를 세금으로 납부하면서도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결국 특권층에 대한 세금 징수와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진리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대혁명‘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홍길동에서부터 임꺽정에 이르기까지 온통 탐관오리에 대한 배경 설명이 있지 않은가? 임꺽정의 난에 대해 [명종실록] 편찬자는 “도적이 성행하는 것은 수령의 가렴주구 탓이며, 수령의 가렴주구는 재상이 청렴하지 못한 탓이다. 오늘날 재상들의 탐오한 풍습이 한이 없기 때문에 수령들은 백성의 고혈(膏血)을 짜내어 권요(權要)를 섬기고 돼지와 닭을 마구 잡는 등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런데도 곤궁한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도적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는 형편이다”라고 평했다. 탐관오리의 가혹한 징세가 과거의 잘못된 권력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국민의 혈세를 잘못된 토건사업을 위해 낭비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의 모습이 현대판 탐관오리가 아닐까 한다.

현대판 청백리(淸白吏)를 선택하자.
‘탐관오리’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권력을 탐하는 추한 관리를 말하는 것이며, ‘백성의 재물을 탐내어 빼앗는,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를 말한다. 역사에는 무수한 탐관오리도 있었지만 그 반대로 대대로 칭송되는 청백리(淸白吏)도 있었다. 40년 재상에도 불구하고 초가삼간도 없었다는 오리(梧里) 이원익(1547~1634)도 있었고, 강직한 선비라는 백사(白沙) 이항복(1556~1618)도 있었다.

오는 10월 26일이면 다시 서울시장을 뽑게 된다. 누가 될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저마다 제시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불요불급한 토건사업으로, 신기루 같은 망상(妄想)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거나, 국민을 무시하거나 현혹하는 그릇된 정치를 반복적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통과 독단, 독선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우리의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내는 세금의 사용처를 끝까지 살펴보고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일구어가는 가족 공동체에서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 없는 원력과 공업을 쌓고 있다. 서울 시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원력 역시 중요하다. ‘나만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일구어가는 공동체’를 위한 선택. 주인 된 자의 밝은 눈이 기대된다. 어수선한 세상을 바로잡자.

Posted by 생태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