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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선 칼럼

춘분 즈음 내성천 불로산 그리고 비단여울 금탄


춘분을 며칠 앞두고 400년 성씨촌인 내성천 금강마을 어른들이 지난 해 옮겨 모신 인동 장씨 안양공파 조상님들을 뵈러 불로산 중턱에 올랐습니다. 이리 저리 둘러보시고는 모신 자리가 명당인 듯 산을 내려가시는 발걸음이 많이 가볍습니다.



불로산 자락 따라 큰 굽이로 운포구곡 제 7곡인 금탄이 흐릅니다. 여울이 비단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흐르는 강물 따라 햇살은 반짝이고, 이따금 맑은 새소리는 고요를 더욱 깊게 하며, 신록의 왕버드나무와 산 벚꽃이 다투어 봄을 피웠고, 귀한 한 마리 먹황새가 이곳의 겨울을 지켜왔습니다.



이제 우천, 송사, 용추, 전담, 운포, 구만, 금탄, 동저, 지포 등 한반도 사행천의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모래강길 30리 운포구곡은 거의 대부분 파괴되고 있습니다. 직선으로만 30리에 이르는, 수몰 예정 구간 강 따라 빽빽한 산의 나무들이 베어져 나간 지도 1년째 됩니다. 4대강 사업 중 구간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영주댐을 지으며 생긴 일입니다.영주가 자랑하는 무섬도, 예천의 보물이며 국가명승지인 선몽대, 회룡포 등도 점점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4대강 사업을 다시 따진다면, 대규모 준설과 8개의 보를 만든 낙동강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그 낙동강에 하천유지용수 즉 희석수를 공급할 영주댐을 짓는 인과 관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태극 수태극의 자리 금강마을에는 운곡서원 유허비가 있습니다. 강 상류에 이산서원이, 중류에 도정서원이 있고, 또 하류에는 용궁서원이 있습니다. 강이 그런 것처럼, 내성천 따라 흐르던 문화가 가볍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잘 알듯이, 끝간 데 같은데 끝간 데가 없는 자리, 불변 아닌 뒤바뀜의 공간에서 유학자들은 격물치지하였고, 그래서 서원은 태극의 모래강 따라 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에 바탕한 태극기에 대한 예의는 중요시하는 반면, 그 근본자리는 파괴되고 있지요.


 

영주댐은 거의 올라갔지만 모래강 내성천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생명력 넘치는 태극의 강길 따라 걷다 보니 끝간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어떤 희망의 사유를 해 보게 된 것이 아닐까요? 내성천에 대한, 강에 대한,그리고 ...



글/사진 박용훈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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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태지평 박용훈 회원의 글입니다. 

박용훈 회원은 4대강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내주시는 글과 사진들을 생태지평 모든 회원들과 나누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