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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슈

용산 미군기지오염은 정부의 협상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오염은 정부의 협상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부터 해결해야 -





용산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일찍부터 군사목적으로 사용된 곳이다. 700여 년 전에는 몽고군의 병참기지로,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 병력이 주둔하기도 했다. 근대에 일본군이 용산일대 300만평을 강제 수용하면서 현재와 같은 주둔지로 사용되었고, 해방 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군사기지로만 우리에게 각인되어있다.


이처럼 역사의 상처뿐인 땅이 곧 우리에게 돌아온다. 한미 양국이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YRP)’을 체결하고 2016년까지 기지이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군이 지속적으로 발생시킨 환경오염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전과정에서 정화협상과 더불어 책임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 국가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선결과제 역시, 오염문제의 해결이다.
  
처음 용산미군기지 환경문제가 불거진 때는 2000년이다.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질 포름알데히드와 시체 방부처리 용액을 무단 방류한 ‘한강독극물방류사건’이 발생하면서 부터이다. 이 사건으로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환경조항이 최초로 신설되었다. 더불어 미군의 환경오염 방지 및 사후처리와 관련된 각종규정들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언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현재까지도 SOFA개정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2001년 녹사평역에서 대규모 기름오염이 확인되고, 2003년에서야 정부와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내에서 누출된 유류가 지하수 흐름을 따라 녹사평역 지하터널내로 흘러나간 것으로 판단되었다”라고 발표한다. 합의내용은 미 측이 오염을 인정하고, 직접정화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발표로 당시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용산기지 문제는 오염자부담의 원칙을 관찰시키고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듬해, 당시 SOFA 환경분과위원회 위원장인 대니얼M. 윌슨 대령이 용산기지 내에서 환경부에 통보하지 않은 기름오염사고가 7건이 더 있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게 된다. 윌슨 대령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용산기지 내 초등학교(Build. 3579)와 사우스포스트(South Post) 등 8곳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중, 캠프 코이너에서 발생한 오염사고(2002년 5월 발생)만 환경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정부는 7건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었고, 언론을 통해 관련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SOFA협상의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6월 17일과 25일, 정부와 주한미군이 SOFA 환경분과위원회와 합동위원회를 연달아 개최하고 용산기지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용산기지 오염과 관련해 ‘EJWG(환경공동실무협의체)를 설치하고, 자료공유와 오염원 공동조사를 위해 긴밀히 노력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3년의 내용과 달라진 것이 없다. 되려확인된 것은 10년 동안 오염정화작업이 진행되지 않았고, 오염범위는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SOFA테이블의 결과가 해결책 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유는 SOFA 제 4조에 명시되어 있는 ‘원상회복과 보상책임을 면제’하고 있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미 측은 이 조항을 주한미군이 야기한 어떠한 환경오염에 대하여도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KISE(인간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알려져 있는 급박하고 상당한 위험요소)라는 예매한 오염기준을 제시함으로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락펴락한다. 정부는 미 측의 협상전략에 말려들어 수년째 반복된 결과만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SOFA개정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오염조사를 위한 기지내부로의 출입허용과 오염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유하자는 것이다. 사전에 오염원을 제거하고 오염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수십 건의 미군 환경사고는 두 가지사항을 이행하지 못해 책임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환경담당관이 미군 주둔지역에 출입이 가능하고, 위반사항들에 대한 조사관할권도 가지고 있다. 특히 비상시에는 미군에 통보 없이도 기지를 출입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 세밀한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부와 국방부, 환경부와 서울시 등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SOFA개정에 대한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 스스로의 의지와 행동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두 눈을 가린 채 정부가 하는 말을 믿어 왔다. 국익에 부합된 환경과 안전, 주권을 고집하는 방향에서 협상이 진행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국민과 국회를 배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된 협상의 결과는 실망감뿐이었다.
협상 실패로 인해 미국이 부담해야 할 정화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SOFA 개정을 포함하여,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우선적인 협상력을 펼쳐야 한다.
이제는 변화를 위한 선택만이 필요하다. 용산기지에서 시작해야한다. 지금의 협상은 용산의 역사와 국가적 상징성을 복원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인철(생태지평연구소 정책팀장)
 
 
*문화연대 문화빵21호. [특집] 용산 미군기지 어떻게 할 것인가? 에 실린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