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후쿠시마 방사능 물질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프랑스기상청)
* 글 : 명 호(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원자력 전문가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진 주부들은 연일 방사능 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자료를 찾아 분석하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꿈에서나 발생할 것 같은 재앙이 현실화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름 아닌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
고소식. 그리고 그로부터 3주 만에 ‘죽음의 재’라는 ‘세슘’과 ‘악마의 재’라는 ‘플루토늄’ 등 방사능 물질이 전 세계로 계
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엄청난 인명피해도 불행한 일이지만, 더 큰 불행은 핵발전소 사고에 의
한 재앙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1954년 구 소련에서 원자력을 이용한 핵 발전을 시작한 이후, 인류는 핵발전을 둘러싼 위험성 논란을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1986년 역시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전 세계를 핵의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인류 사상 최악의 핵사고로 평가되는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에 발생하였고, 사고 발생 이후 10일
만에 화재사고는 진압되었지만 이후 방사능 물질은 대기 중에 확산되어 전 세계로 유출되었습니다. 발전소에서 유출
된 방사성 물질이 지구 반대편인 남반구에서도 발견되었을 정도입니다. 이 사고 이후 인근지역에서 약 3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이주하였고, 사고지점으로부터 30km 이내 지역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출입금지 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사실 화석연료(석유 및 석탄 등)의 고갈을 우려하는 인류에게 핵발전은 마치 ‘화수분’처럼 ‘고갈의 우려가 없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에너지’로 인식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1954년 구 소련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1956년 영국에서 상업용 운전을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핵발전에 대한 당 시대의 인식은 1954년 미국 원자력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루이스 스트라우스라는
사람이 말했다는 “너무 싸 계량하기 조차 어렵다(too cheap to meter)."는 발언에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모든 고민을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 원자력은 말 그대로 ‘꿈의 에너지’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꿈의 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에서
핵 발전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계속 지적되었고, 핵 발전 확산 정책이 급격히 제동 걸리게 되었습니
다. 특히 유럽에서는 핵발전 확산 정책을 포기하고 풍력 및 태양광 등 친환경적인 에너지로의 정책적 전환이 계속
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2017년까지 핵 발전을 포기하겠다는 정책을 현실화 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아무리 사소한 안전사고라 할지라도 사고 영향 범위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운전 중에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등 핵폐기물 관리의 위험성, 수명이 종료된 핵발전소의 처리 문제 등 여러 난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평균적으로 40년 동안 가동되는 핵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사용후 핵연료 등 핵폐기물은 수 만
년의 반감기 동안 관리되어야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세대의 편리성 때문에 우리의 후손들은 수만 년 동안 핵폐
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골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먹는 사람과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하여간 상업용 핵발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고, 인명피해 역시 계속되었습니다.
덕분에 1954년 핵발전이 개발된 이후 57년 만에 우리는 우리와 전혀 상관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던, 아니 존재 자체
도 몰랐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고준위 방사능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대재앙에 경악하고 있고, 3주도 되지
않아 서울에서도 발견되었다는 방사능 물질의 영향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부심하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사태 앞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 핵발전를 찬동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소 사고가 1/1백
만 ~ 1/10억 의 사고 확률이라 주장하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을 평가하는 원자력계의 자료를 살펴보면 핵발전소사고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번개 맞아 죽을 확률 1/1만 보다 낮은 확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다른 결과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핵발전소와 같은 핵산업은 값싼 전기로 위장
된 핵발전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와 달리,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위험성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게 합니
다. 즉 핵사고에 의한 위험은 개인 삶에 있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위험과 달리 개인의 자주적 결정권한이 배제된 위
험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는 자동차 사고 등과 같은 특정 사고 패턴에 의한 개인적 위험의 문제
와 달리 불완전성을 내포한 거대기술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핵산업은 사고 자체가 개인, 지역, 국경, 세대를 넘어서는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어떤 산업 및 사고보다도
잠재된 위험성이 높습니다. 핵산업계 종사자들의 주장과 달리 그 자체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 사고 발생
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사회적 비용 및 노력이 너무나 큰, 그리고 일상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한, 그럼에도 불
구하고 여전히 위험성이 큰 산업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핵산업과 관련한 모든 논의는 안전하다는 가정에서 논의를 출
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위험한 설비이며, 핵산업 위험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어느 수준까지 형성할 것인가
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출발되어야 합니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법적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불행히도 방법이 없
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 지금 당장 확산되는 방사성물질에 의한 인체영향을 최소화하기 위
한 대책이 정부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의 유입을 차단하고, 대기 중에 확산되는 방사
능 물질의 정도에 대한 정보공개, 그리고 오염 단계마다의 방호대책 등이 국민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이 위험한 핵발전을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죽음의 재를 유포할 수밖에 없는 핵 발전을
계속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태양광 및 풍력 등과 같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회로 전환할 것인가
에 대한 우리 모두의 결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작은 전등 하나 끄는 노력에서 원자력의 필요성을 벗어나는 노력
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후쿠시마 핵사고가 한국사회에 주는 과제일 것입니다.
▲ 1986년 체르노빌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확산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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