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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해양

[2011연안습지기초조사 습지보호지역 모니터링] 고창-부안 줄포만갯벌 조사현장 - 공존의 의미를, 사람이 묻고 바다가 답하다 -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한국의 서해안 일대 갯벌은 '습지'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국내보다 국외에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곳이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생태지평연구소도 2008년부터 정부의 연안습지 기초조사의 일환으로 국내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습지보전법에 의하면 5년마다 습지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조사를 통해 연안습지(갯벌) 현황과 특성과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고, 훼손된 갯벌에 대해서는 복원방안을 마련하며,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습지보호지역 정책을 수립하여 대중들의 인식을 증진하는 것을 취지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습지보호지역 모니터링은 2008년에는 무안-진도 갯벌, 2009년은 순천-보성 벌교 갯벌을 조사했으며, 3회째인 올해에는 고창-줄포 갯벌을 조사 중에 있다. 전북 고창 갯벌과 부안 줄포만갯벌은 각각 2007년 12월과 2006년 12월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10년에는 국제적인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다. 생태지평연구소의 이번 조사는 고창-줄포 갯벌에 대한 현황 조사와 갯벌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 담당 공무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지역의 특성과 변화, 주요 관리정책, 위협요소 등 다양한 쟁점 등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창군과 부안군의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 등록 지점. 빨간 빗금이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부분이며 그 안에 들어있는 파란색 지점이 고창 갯벌의 습지보호지역, 녹색 지점이 부안 줄포만 습지 보호지역이다. 지도 윗 부분에 군산과 부안 변산반도를 잇는 새만금 방조제가 표시되어 있다.>


그 동안 조사차 무안, 목포, 보령 등 서남해안 지역을 다녀 봐서인지 그 곳들처럼 바다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고창과 부안이,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설지 않았다. 주진천 하구를 지나 고창의 갯벌에 다다르기 전 하전갯벌센터를 들려 이 지역의 대표적인 갯벌체험시설을 둘러보았다. 마을 정보센터와 같이 있는 갯벌센터는 겨울이라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성수기에는 방문객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갯벌택시로 쓰이고 있는 트랙터 위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그 너머로 멀리 방파제가 보인다. 방파제 위에서 보이는, 바닷물이 다 빠진 곰소만 갯벌의 모습은 눈과 뻘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눈과 어우러져 펼쳐진 곰소만내의 고창 갯벌. 맞은 편에 부안군이 보인다.>


<고창군 하전갯벌센터>


특이하게도 갯벌위에서 굴삭기 몇 대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갯벌에 굴 껍질이 많아져서 바지락 양식이 되지 않아 올해 처음으로 군에서 굴삭기를 동원해서 그것들을 걷어내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아마도 곰소만일대의 퇴적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굴껍질이 붙어버리는 현상이 심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선 이후 이 곳 곰소만에 모래질이 늘어나면서 지형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장장 33km의 둑으로 바다를 막고 군산과 부안 해안을 무차별로 매립하는 것이 주목적인 새만금 사업은 수천년간 이어져온 육지와 해안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죽음의 사업을 하고도 해안생태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고는 새만금사업의 추진자들도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바로 아래 위치한 고창과 부안의 곰소만도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굴삭기가 갯벌까지 들어가 작업을 하는 광경이 그런 영향의 하나가 아닐까했다.


<고창갯벌 위 포크레인: 갯벌에 들러 붙은 굴껍질을 굴삭기를 동원해서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곰소만일대의 퇴적이 급속히 진행되어감에 따라 굴껍질이 붙어버리는 현상이 심해진 것 같다.>


습지복원예산 159억원에서 71억으로, 또 깍일지도...

현재 고창 갯벌 일대에 갯벌 복원사업이 진행중이다. 수십년간 퇴적이 급격히 진행되어 조석간만의 활력이 떨어진 곰소만 일대 갯벌에는 곳곳에 허물어진 방파제와 방파제 안쪽의 훼손된 갈대군락지 모습이 보였고 그런 모습들이 이 곳 갯벌 복원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복원계획상 나온 복원의 방향은 우려스러웠다. 방파제 둑을 최소화 하여 자연적인 해수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방향이 아니라 방파제 둑을 증설보수하고 둑에 수문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해수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즉 관광객 증대를 목적으로 한 공원형태의 복원이 진행 중이었다. 복원 후에 이 지역이 관광명소로 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복원이란 의미를 생각해 볼 때 갯벌을 둑으로 가둔 상태에서 진정한 복원이 될지 의문이었다.


<복원사업이 이루어 지고 있는 고창 갯벌. 염생식생대가 많이 훼손되어 있다.>

<고창 갯벌 복원 사업>

또한 초기 159억원이었던 복원 사업비가 현재 79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복원은 이전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중장기 관리정책과 복원사업의 방향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오히려 예산 문제로 인해 복원사업의 방향보다는 복원의 정상적 진행 자체가 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갯벌 안쪽에 위치한 고창 염전. 파이프 등을 이용하여 바닷물을 끌어와 소금을 채취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습지보호관리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진다

곧바로 고창군청에서 담당공무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고창 갯벌이 복원지역으로 선정되어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기에 다른 지역보다 습지관리정책에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복원예산은 해가 바뀔 때 마다 원래 계획된 예산에서 깍이고 있고, 전북도에서도 습지보호관리를 위한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에서 주도적으로 복원사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보다 습지보호관리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된 이후 주민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고장이 생태적으로 우수하게 평가되었다는 사실이 지역 농수산물의 홍보나 관광객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고창의 한 어민들에게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다수 주민들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습지보호지정 이후 관광객 증대에 대한 기대감과 그에 맞는 활발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갯벌 체험과 관련해서도 체험객들이 생생하고 기억에 남는 체험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 개발과정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갯벌, 그냥 내버려 두면 쓰레기장 되었을 것

다음날, 눈 길을 헤치고 23번 국도를 따라 고창을 지나 부안 줄포를 향했다. 옛날에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흥성했다던 칠산앞바다와 부안 줄포만 항이다. 그러나 이제 수십년 간 배가 드나들지 않게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상실감이 큰 곳으로 변해버렸다. 가는 곳곳마다 시간이 멈춘 듯 줄포는 옛모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변화가 없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안 줄포항 내의 상점가>

 옛날 중국인이 운영했다는 이국적인 모습의 상점 건물을 지나 한 아담한 다방에서 수년 째 줄포에 거주하고 있다는 주민을 만났다. 상업에 종사한다는 그는 줄포만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매우 반기고 있었고, 지정된 이후의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줄포만 갯벌은 2006년 습지보호지역지정 과정에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에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갯벌을 쓰레기장으로 불렀던 사람들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 후에는 인식이 바뀌었다”

그의 말에서 퇴적이 급속도로 진행중인 줄포만 갯벌에 대한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주민들이 습지보호지역지정 이후 인식이 변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또한 습지보전을 위해서 부안군청에서 관광인프라 구축과 주민교육에 힘써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특히 교육시설과 관련해서는 주민들이 자체교육 후에 일선 교육체험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렇게 습지보호구역 지정 후의 변화된 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생태관광지로 개발하려는 바램이 고창의 주민뿐만 아니라 부안 줄포의 주민에게도 보였다.

 <눈 덮힌 줄포 생태공원. 눈에 덮혀있어 줄포만 갯벌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한편, 습지보호지역 보전관리를 담당하는 부안군에 대해서는 일부 주민들의 불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서 공무원들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좀 더 이해를 쌓아서 습지보전관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부안군청의 담당자의 말로는 예산부족의 이유로 습지보호지역관리를 위해 예정된 사업계획이 상당부분 보류가 된 상태라는 것이다. 갯벌학습장, 갯벌 관리시설 등 습지보호지역 관리계획상 기획된 시기별, 내용별 배정된 계획이 현재 예산상의 이유로 진행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창갯벌 습지보호지역과 마찬가지로 부안 줄포만갯벌습지보호지역도 지역 생태자원에 대한 예산당국의 무관심으로 보존관리가 불안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갯벌과 사람이 공존했던 바다의 기억

짧은 일정이었고, 광활하지는 않지만 오밀 조밀하게 굴곡이 진 고창과 부안 줄포만 갯벌을 쌓인 눈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갯벌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이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보전과 관리방안, 관련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관련 정책당국과 지자체는 이런 주민들의 요구에 발맞추어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습지보호지역의 보전을 통한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습지보존에 대한 가치를 관광자원화로만 연계하려는 현재의 관점을 넘어 좀 더 다양한 가치를 인식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갯벌 체험장 등의 방문객 시설 등이 주가 아니라 갯벌이 주민의 삶과 어우러져서 건강하게 보존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 인공시설이 최소화 될수록 갯벌의 가치는 높아진 다는 것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것이 주요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습지에 대한 가치를 지역민들이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은 거꾸로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만나본 담당 공무원들은 습지보전관리에 대한 예산이 감소된 상황에서 계획했던 관리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 하기 힘든 점을 토로했다. 정부의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지원의 지속과 이후 평가를 통해 정책과 예산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의 지정과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것으로 끝이 아니라 지정과 등록 이후의 보존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노력해야 한다.

갯벌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는 곳들 중 가장 역동적인 곳이다. 하루 두 번씩 땅이었던 곳이 바다로 바뀌면서 바다 끝의 경계인 동시에 땅 끝의 경계로 존재하는 갯벌은 끊임없이 생명의 대사가 이루어지는 생명의 터이다. 그 터에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또 태어난다. 이 생명의 터를 보전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고창-부안 줄포만 갯벌에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 옛날 갯벌과 사람이 공존했던 바다의 기억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줄포습지생태공원>

글: 김종겸 연구원(생태지평연구소)

작성자 : 생태지평 / 등록일: 2011 0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