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4대강 정비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한 뒤
동아면세점 앞에서
플래시 몹을 하려는데
전경들이 사람벽을 쳤습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꿈쩍도 않는 사람벽.
구호를 두번 이상 외쳤기 때문에
기자회견은 이미 불법집회로 '간주'되었다는 것이
그 사람벽이 들려주는 유일한 대답이었습니다.
얼마나 자신없는 정권이면
누가 입만 열라치면 저렇게 사람벽을 치고
심지어 콘테이너 벽도 치고 숨나
우습긴 하지만
그저 우습게 여기기엔
이 반복되는 무력감에 화가 납니다
대화 좀 하자!
고
또 광장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피로합니다
하지만
사람벽에 둘러싸일 때마다
덮어쓰게 되는 무력감에 비하면
훨씬 느껴볼 만한 피로지요
2.
얼마 전에는
임진강 지천인 사미천에 갔습니다
오랜세월 물 흘러온 자리 그대로의 곡류와
강변의 얕은 물가에서 쉬고 있는
어린 고기들과
무엇이 태어날지
몇마리가 살아 남을지 모를
수백개의 알을
투명한 물 아래로 들여다 보며
제가 작아지고 편안해졌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을 하면서
강변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데
서울에 갈 데가 없으니
가끔 한강 공원에 가기도 하지만
강변에 콘크리트 발라
오래 다닌 물길을 직선으로 지우고
어린 물고기들 쉬는 자리도 지우고
사람사람사람들만 우글우글하면
재미없어요
저는 저 아닌 것들을 보며
저의 한계도 보고
한계있는 온갖 것들과
무거운 삶을 가볍게 나눠가지는 것이 좋은데요.
3.
대운하논쟁에서 진 후
4대강 사업의 전략은
최대한 논쟁을 피하면서
조용히 조용히 일단 시작하면 되는거다!
로 결정된 건지
4대강 정비사업은
공론의 장이나,
공사로 인한 강 생태계 훼손 위험에 대해서는
아주 조용히
부동산 시장이나,
공사 입찰에 들썩이는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아주 떠들썩하게
진행 중이라네요
사람벽이 민주주의라는 장을 봉쇄하고 있으니
바로 그 자리에서
시끄러울 일을 만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27일 시청 광장에
북적북적 모여서
우리 모두 저마다의 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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