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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원전 확장 정책의 문제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 토론회 후기>

 사용후 핵연료만이 아니라 원전 확장 정책의 문제까지 

근본적 검토와 문제점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 사용후핵연료공론화 국회-시민사회 토론회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란 말이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작년 11월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밝힌 이후 그 것과 관계된 여러 사회적 논의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원전 안에 있는 임시저장시설에 저장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에 포화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용후 핵연료 관리와 관계된 전반적 사항들을 논의하고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핵연료라는 말도 어려운데 사용후공론화란 말까지 붙어서 이 문제에 대해 일반시민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불행히도 단어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사안 자체도 한미원자력협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신규원전, 중간저장 방식과 부지, 핵정책의 사회적 통제 등 여러 굵직한 주제들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논의가 수월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과 실행의 조건 등을 주제로, 생태지평연구소를 비롯한 환경단체 5(녹색연합, 생태지평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522일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학계와 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국회-시민사회 토론회

먼저 정부 측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김정화 원전과장이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현황과 공론화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본 공론화를 통해 핵관리 시설 선정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갈 계획이라며, 사용후핵연료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함을 강조 했다. 공론화 위원회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논의 여건을 최대한 보장하며 공론화 결과에 대해서는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 인적구성도 특정 분야 과다대표를 방지하기 위해 인문사회분야, 기술공학분야, 원전소재지역, 시민환경경제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할 예정임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화 원전과장이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현황과 공론화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발제한 지앤에스이노베이션() 정익철 대표는 영국의 공론화 사례를 소개한 후 국내 공론화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한국과 같이 핵폐기물에 대해 정부 주도의 부지선정 방식을 이어오다가 1990년 후반부터 공론화를 통해 새로운 접근을 모색한 영국은 코룸(CoRWM: Committee Radioactive Waste Management) 등의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여 여러 단위의 숙의체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공론화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영국 공론화 시사점으로 단계적 목표설정을 통한 접근, 숙의적 참여에 의한 의견수렴, 합의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으로서 공론화, 여러 단위의 숙의체를 연결하는 과정으로서의 공론화 과정 등을 제시하였다. 이것과 연관하여 국내 공론화에 대해서 공론화 의제는 사후핵연료 중장기관리 대책 목표로 백지상태에서 출발해야하며, 현실적 목표는 사후 핵연료 중기 관리 대책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서 공론화 위원회는 탈이해관계자나 중립지대 인사로 구성해야하며 주된 역할이 심판의 입장에 주력해야 함을 제안했다.

지앤에스이노베이션() 정익철 대표가 영국의 공론화 사례를 소개한 후 국내 공론화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이후 지정토론에서는 각계의 여러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는 과학이 대응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과학자들도 아마추어에 불과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전통적인 동료공동체에서 시민/지역민등과 같은 사람들과 같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자력 안전에 대해서 공학적방벽과 지질학적 방벽과 함께 사회적 방벽에 대한 고민 필요하며 이 세가지 방벽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고준위핵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여년간 부지선정 둘러싼 갈등에서 앞의 두가지 방벽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회적 방벽이 부족하면 모두 실패하게 됨을 보이며, 사용후핵연료공론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공론화의 절차는 사회적 행위자들간 신뢰구축에 기반하여 진정성, 투명성, 민주성, 숙고성을 담고 설계되어야 함을 밝혔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사무처장 공론화의 최대 관건은 정부가 사전 신뢰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라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정부가 공론화 관련한 주요 의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해 놓고 진행하면 제대로 된 공론화 진행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지 선정 위주로 스스로 공론화 입지를 줄이는 오류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부지선정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의 가장 마지막 주제가 되어야 하며 현재 과거와 같이 정부는 부지선정 프레임으로 계속 몰고 가려함을 비판했다. 더불어서 반핵운동 내에서 정부에 맞서서 지역부지 선정 프레임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할 필요도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상호신뢰를 어떻게 전제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론화 의제로서는 사용후 핵연료만이 아니라 원전 확장 정책의 문제까지 근본적 검토와 문제점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공론화 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 각 이해관계자와 시민사회 등이 공론화 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며 기계적 구성이 아닌 양진영에서 공동으로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하되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사무처장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대해 시민사회 입장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한국교통대 정주용 교수는 시민사회가 이번 공론화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핵폐기물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놓치는 길이라며 공론화는 일단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시민사회의 신뢰 조치 요구를 공론화 과정에 대한 참여의 명분으로 본다며, 이미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기에 현재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공론화 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를 강조했다.

성균관대 강영진 교수는 EU에 의해 제시된 각국 핵/원자력 분야의 시민참여의 세가지 원칙 (첫째, 관련 이해당사자들 간 협력의 기틀을 만들고, 우선 그에 따른 변화는 서로에게 유익한 것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둘째, 현존하는 핵/원자력 사안에 대한 참여문제와 미래의 핵/원자력 활동에 대한 논란 간의 관계를 건전하고 분명하게 설정할 것, 셋째, 실제 관련 행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좋은 사례를 참고하되, 각국의 특수성에 맞게 가공, 재해석할 것 등)을 소개했다. 그리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론화 과정이 이후 空論으로 끝나지 않고 진정한 公論형성으로 귀결되도록 하려면, 앞서 제시한 EU3원칙에 기반하되 특히 두 번째 원칙에 대한 면밀한 고려와 함께 환경단체 등과의 사전 협의와 조율, 합의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종영 한겨레 신문 기자는 정부가 밝힌 공론화계획에 대해서 중간저장 부지선정으로만 끝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씻겨 지지 않으면 시민사회측의 공론화 참여는 힘들 것이라 보고, 그렇게 되면 구래의 입지선정 프래임으로 진행되어 사회적 갈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공론화 의제에서도 재처리 문제가 논의되지 않으면 신규원전 건설이나 계획 중인 원전 등 미래문제 논의도 힘들 것이라 밝혔다. 또한 관련 부처만 참여하는 소규모의 공론화기구가 아닌, 범국민적 논의기구로 공론화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래야 공론화 기구의 독립성 논란도 줄어 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독일 17인 위원회의 한 위원을 인터뷰 한 사례를 들어, 공론화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은 산업통상자원부 김정화 원전과장은 현재의 공론화는 부지선정을 위한 공론화는 절대 아님을 밝히며 부지선정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현재의 공론화 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또한 공론화 의제로서 향후 원자력 정책 방향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공론화 의제로서 적절치 못하며. 이미 에너지 기본계획 과정에서 다루는 문제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서도 다루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답변하였다.

재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공론화 의제로서 가능하다고 보지만 미래창조과학부나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어떤 결론이 있을지는 확답은 힘들다고 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R&D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연구차원이라고 밝혀, 그 부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 높은 갈등을 동반하는 사회적 의제를 민주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으로서 공론화의 필요성에는 참여자 모두가 동의하였지만 원전 확대 정책 하에서 진행되는 공론화의 한계와 공론화 과정의 설계에 대해서는 정부측과 시민사회 간 뚜렷한 시각차도 확인되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론화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그 공론화가 어떠한 공론화가 될 것인지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과 교감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정부는 형식적 절차가 구성되어 있으니 참여만 요구하기 보다는,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수위에 있는 한국의 상황과 원전 확대를 국가시책으로 하고 있는 정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축구경기의 룰과 경기 과정이 아무리 공정하다고 해도 그 경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공론화에 앞서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것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신뢰조치를 성실히 구축하는 것일 게다.


정리 / 김종겸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