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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마지막이기를 거부하는 내성천의 찬란한 봄

/ 글.사진: 박용훈(생태지평 회원. 초록사진작가)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내성천 강가 버드나무들이 경쟁하듯 연둣빛 노란 꽃을 피우면 농부들은 봄이 왔음을 압니다. 은은한 모래강물 따라 연둣빛 수채화가 아롱거릴 때면 강을 찾는 고라니, 수달, 백로, 물떼새들의 발자국에서도 봄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연이어 왕버들이 크게 기지개를 켜고, 강물따라 이어진 계곡에 점점이 분홍색 산벚나무꽃이 왕버들의 초록에 화답하면 내성천의 봄은 절정을 맞이합니다.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사실 왕버들은 빛깔로만 그 이름값을 하지는 않습니다. 왕버들이 줄지어 강가에 큰 그늘을 만들면 그 그늘 아래로 온갖 새들과 물고기들이 몰려들고, 사람들은 한여름 농사일을 하다가 잠시 그 그늘에서 쉬기도 합니다. 또한 왕버들의 생명력 강한 뿌리가 강가의 흙을 힘껏 잡아쥠으로 큰 비 올 때 강가 농토의 파숫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왕버들은 제방의 유실을 막기위해 조상때부터 강가에 심어왔는데 유감스럽게도 왕버들을 베고 돌망태 제방을 높이 쌓으면서 많이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물고기의 종류도 단순해지고 큰 물고기들도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평은면 수몰예정지 강가에서 밑둥 직경이 1미터 내외의 큰 왕버들 20그루가 베어지는 참사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한 생태학자의 말처럼 왕버들을 서둘러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내성천 하류는 또 다른 모습으로 봄을 보여줍니다. 넓어진 강폭에 강물은 아침햇살에 반짝거리고, 강가 범람지에는 키작은 초지에 노오란 꽃들이 끝없이 펼쳐지면서 봄소식을 전합니다. 강가 범람원이 이렇게 살아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곳은 아마도 가끔 농부가 풀베러 오는 정도인 듯 합니다. 큰 비가 한번 오고 물이 채 빠지지 않은 웅덩이에는 뜻밖에 물방개가 헤엄을 칩니다. 큰 놈은 놓치고 작은 놈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넓은 백사장에는 어치의 파란 작은 깃털하나가 바람 따라 뒹굴고, 조사차 같이 간 정선생님은 흰목물떼새라며 탐조용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저는 기록이라는 흔적을 남기는데 정선생님은 그저 보기만 합니다. 수달의 흔적은 상 하류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백로는 강에서 한가롭게 너울거립니다. 같이 간 모두에게 내성천은 경이로움이며 즐거움입니다.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댐이 만들어지면 첫 번째로 수몰되는 금강마을의 봄은 농부의 손 끝에서 시작됩니다. 5월 8일 아침 일찍부터 고추 묘를 심는 한 농부는 내성천과 함께 살아왔던 지난 날들을 추억하며 올가을까지만 농사짓고 떠날 생각이라고 합니다. 내년에 농사짓는 것은 보상에 문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이 날 금강마을은 대부분 고추 묘를 심느라 분주하였는데 이즈음부터 아침 5시면 밭으로 가는 고된 농사일이 시작됩니다. 어쨌든 이것이 마지막 농사라 다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오후 1시경 마을회관에 놀러간다는 한 할머니는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회관에 출석하셨습니다.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고 환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아마도 자식들 중 누군가가 손주와 함께 찾아뵈었던 모양입니다. 금강마을은 마을주민의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고 이 분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에 마음아파 합니다. 이 봄이 그 분들께 금강마을에서의 마지막 봄이 되지 않기를 빕니다.



<이하 - 사진으로 보는 내성천의 찬란한 봄>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

 

20110514_내성천의 봄(박용훈. 초록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