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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가물막이가 아니라 강물막이가 집중호우 피해 키웠다.

지난 30일부터 1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경기도 여주의 강천보(댐)와 이포보(댐) 등 4대강 사업 공사현장의 가물막이와 강변 제방 사면이 유실되었다. 이 사고는 일부 방송에서의 사건사고 기사로 다루어졌으나, 일부 종이신문에서 주요한 기사로 보도되었다.

이번 사고는 30일부터 1일까지의 집중호우로 인해 남한강물의 수위가 상승하여 여주군 여주읍 단현리 강천보(댐) 우안(右岸) 공사 현장의 가물막이 일부 구간이 급류에 쓸려 내려가고, 이포보(댐) 공사장에서도 우안 제방의 사면이 약 70여m 정도 세굴되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빠르게 회전하는 강물에 의해 제방 사면의 하단이 계속 패여 나간다는 소식이었다.

1. 너무 쉽게 무너진 가물막이 둑
5월 1일 사고 소식을 접하고 여주로 가서 확인한 현장은 소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높고 빨라진 강물에 의해 이포보(댐) 우안 양평방향 37번 도로 인근의 제방이 계속 세굴(洗掘)되고 있었다.

이포대교에서 바라본 이포교 모습. 건너편 제방 사면이 세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제방 사면은 강물에 의해 세굴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포보(댐)에서는 제방 사면의 세굴 현상 이외에도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가교의 우측연결부위가 강물에 휩쓸려 사라진 상태였다.

이포교 교각 건너편의 제방 사면의 모습. 급류에 의해 계속 제방 사면 하단부가 세굴되고 있다. ⓒ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이포보(댐) 현장에서는 이외에도 새롭게 조성된 둔치가 질퍽한 진흑에 뒤덥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 강물이 범람하던 지역에 조경공사를 한 계획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물에 잠겨버린 공염불의 안전 타령
상류의 강천보(댐) 공사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천보(댐) 우안 공사장을 둘러싼 가물막이 둑은 이미 상당부분이 사라진 상태였고, 상류에서 하류로 거침없이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교각 사이로 침수된 크레인과 콘테이너 화장실(?)등의 건물들이 침수된 상태였다.

강천보(댐) 뒤에 잠겨버린 강천보의 크레인이 보인다. 그 옆은 컨테이너 화장실로 추정된다.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현대건설에 의해 공사가 진행되는 강천보(댐) 공사장에는 ‘안전’을 강조한 문구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안전은 관심입니다.”“오늘도 안전작업 하세요” 등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러한 선전 문구 자체가 이곳은 ‘안전하지 않은 작업장’임을 뜻하는 것이다. 현대 건설에 의해 진행되는 이곳 강천보(댐) 공사장에서는 사망사고(관련 오마이 뉴스) 및 소수력발전소 공사장 가물막이 둑 붕괴사고 및 크레인 침수(2010년 6월 9일)와 이로 인한 기름 유출의혹 사고 등이 있었다. 당시 현대건설은 현장을 봉쇄한 상태로 기름 사고에 사용하는 유화제를 크레인 인근에 살포하는 모습이 확인되었었다.

강천보(댐) 가물막이둑 유실현장. 가물막이 둑 유실현장에 '안전은 관심입니다!'라는 구호만 눈에 보인다.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염불처럼 외쳐대던 ‘안전’은 최소한 4대강 현장에서는 공염불이다. 지금가지 약 20여명의 노동자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관련 부처의 장관은 ‘사고는 노동자 개인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4월 16일 낙동강 낙단보(댐)의 노동자 사망사고 몇 시간 뒤 사고현장에서 멀지 않은 상주보(댐)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는 행사에 참여 할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안전은 그냥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3. 가물막이에 의한 수위 상승 효과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강천보(댐)건설단 관계자는 "가물막이는 1초당 828t의 강물유입을 견딜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는 4월 기준 500년 빈도, 5월 기준 50년 빈도"라며 "오늘 새벽 1초당 1천t의 물이 유입되며 가물막이가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5월 2일자 보도)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 여주관측소의2011년 04월 25일 ~2011년 05월 02일 일 강우자료 그래프를 찾아보았다.

자료 출처 :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 wamis.go.kr

 


일단 당시 여주는 82mm 및 원주 등의 일강수량은 93mm 전후로 기록되었다. 일강수량과 일강우는 기준 시간이 다르지만, 일단 여주지역 일강우 그래프를 통해 이번 호우를 살펴보자. 이번 호우는 익히 알다시피 서해안을 시작으로 29일 오후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5월 1일 이른 오전 시간에 끝났으며 일부지역에서 오후까지 지속되었다. 기상청 자료를 살펴보면 여주 인근 지역인 원주 관측소에서는 4월 30일 기준 93mm의 일강수량이 관측되었고, 여주군 금사면의 경우 90.5mm의 일 강수량이 관측되었다. 이 정도의 비는 수자원공사 관련자의 의견으로는 4월 기준 500년 빈도, 5월 기준 50년 빈도의 강우라 한다.

그렇다면 언론에 보도된 이번 사고의 원인은 사실일까? 단지 계획 유량 이상의 하천수가 유입되어 가물막이 둑이 유실되고 공사장이 침수되는 현상이 발생하였을까? 사실일 수 있다. 이는 팩트에 대한 부분이기에 관련 자료만 공개된다면 쉽사리 판가름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4대강 공사현장에서는 이러한 상식은 별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사 원인과 관련하여 몇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초반부터 곤란을 겪었다. 과정이야 어찌하든 일단 강천보(댐) 지점을 비롯하여 충주댐 이하 하천의 중 지점별 하천수위(EL.m기준) 변동 현황을 찾아보았다. 남한강의 중 지점별 유량 및 수위, 해발수위 등의 자료는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강 홍수통제소의 주요 지점별 수위 자료 중. 남한강 수계의 관측지점별 자료

한강홍수통제소의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동일 시간대별로 하천수위 변동에 대해 살펴보니 뭔가 이상하다. 그림과 같이 강천보(댐) 및 여주보(댐), 이포보(댐) 지점의 유량계가 나타내는 수위가 모두 동일하게 변동이 없게 기록되었다. 3개 지점의 유량 측정 설비가 모두 낙뢰로 인해 사용불능 상태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면서 무려 20조원이 넘게 소요되는 국민혈세를 사용하는 공사판에서 이런 기본 장비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는지 의문이다.

하여간 불행히도 사고 시점 전후의 4대강 공사 3개 현장에서의 하천 수위 변화는 살펴보기 어렵다. 다만 위의 그래프에서 우리는 유의미한 변화의 단초를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남한강은 충주댐 이하 구간에서 순차적으로 그래프상의 목계 - 문막(섬강. 지천) - 강천 - 청미천(지천) - 우만 - 강천보(댐) - 여주대교 - 여주보(댐) - 이포 순으로 측정망이 설치되어 있다.

한강홍수통제소의 주요 지점별 수위자료 중 강천 및 우만 수위자료.

 

충주댐 하류인 목계 지점은 충주댐의 홍수 방어 조치에 의해 완만한 하천 수위 상승을 기록하지만, 강원도 원주에서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문막은 30일 0시 기준 51.45m에서 1일 0시 기준 52.82m로 약 2m가 상승하며, 경기도에서 유입되는 청미천의 하상수위가 30일 0시 기준 50.582m에서 1일 0시 기준 52.532까지 약 1.95m 이상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섬강 및 청미천 유입지점 하류에 위치하는 강천과 강천보(댐) 상류 2.5㎞ 지점에 위치한 우만 지점은 30일 0시 기준 36.832m에서 1일 0시 기준 38.502m으로 1.7m 상승으로 유사한 경향이나, 이후 1일 오전 3시 30분 기준 39.312m까지 약 2.48m의 급격한 상승곡선을 나타냈다.

이는 상류의 유입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하류지점에 위치한 보(댐)공사장의 가물막이에 의해 유수 소통을 저하시켜 하천수위 상승이 상류지점의 하천 수위 상승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강천보(댐)와 여주보(댐) 사이에 위치하는 여주대교 지점의 하천수위 변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댐) 설치 공사 중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에 상류지역 수해 위험성 증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물막이가 아니라 강물막이였다.


3. 경제적 관점에서의 사고 바라보기

하천에 횡단 구조물을 만들게 되면 하천 통수단면적이 줄어든 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횡단 구조물이 없던 시기에 비해 구조물이 있는 경우에는 동일한 유량이라 할지라도 유속이 빨라지고 하천 제방이 받는 부하가 커지고, 하천 경로가 변동될 경우 제방의 세굴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도 역시 일반적인 사실이다.

<가물막이의 반복적 유실, 국민 세금이 계속 흘러간다>
일단 강천보에서 이번 호우에 의해 유실된 것이 가물막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가물막이(Cofferdam)는 댐이나 갑문 등 하천의 하상구조물 혹은 해양 구조물을 축조하는 동안 하천수 혹은 해수가 유입되는 것은 막기 위해 쉬트파일(Sheet Pile)이나 토사 혹은 토석을 이용하여 임시로 막아놓은 제방이나 댐을 의미한다. 가물막이는 일종의 임시 제방 혹은 임시 댐이기에 본 구조물의 시공을 위한 물막이 성능(차수성), 임시구조물로서의 본 구조물의 시공 및 유수의 통수 구조 변경 등을 위해 설치 및 해체가 빠르고 용이해야 하는 시공성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

강천보 사고와 관련하여 계획 홍수량을 넘어 500년 빈도의 집중호우가 왔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이 구조물은 말 그대로 이번 사고 정도의 안전성과 위험성을 가진 구조물이라 하겠다. 강천보 공사장의 가물막이는 쉬트파일 형식의 가물막이에 비해 시공단가가 낮으며 설치 및 해체 속도가 빠른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쉬트파일 방식이 단가가 1천원/㎡이고, 필댐(fill dam. 흙을 주재료로 하는 흙댐)+차수매트 방식이 200원/㎡이라면 이번 강천보와 같이 유실되어 재시공을 해도 400원/㎡인 것이니 몇 번 유실되고 다시 시공해도 경제성에 앞선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필댐 자체가 경제성은 있으나 애초부터 하천수 월류(越流)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는 결점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4대강 가물막이 현장 중 Sheet file 형식이 배제된 곳은 한강의 강천보(현대건설) 가물막이 뿐이다.

4대강 보(댐) 공사 현장의 가물막이 형식. Sheet Pike 방식이 아닌 곳은 강천보(현대건설 시공) 뿐이다.


그렇기에 이번 강천보 가물막이 유실은 시공사(현대건설)의 경제적 관점으로 볼 때 몇 번 사고 나도 다른 회사처럼 쉬트파일 박아서 진행하는 공사보다는 비용 및 공사기간이 적게 먹히는 공사라 하겠다. 물론 이런 것은 갑작스럽게 비가 오지 않는 하늘의 요행을 바라면서, 자신들의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공사이기에 아무 거리낌 없이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강천보 가물막이 사고 사진. 멀리 왼편 상단에 상류측 무너진 가물막이 외측의 차수매트가 보이고, 앞쪽의 가물막이에서는 월류에 의한 유실 흔적이 보인다. ⓒ박용훈 회원(초록사진가)


가물막이가 아무리 임시 구조물이라 하여도 각각의 가물막이는 서로 다른 형태이다. 이번에 유실된 한강 6공구 강천보의 가물막이는 쉬트파일(Sheet Pile)이 미적용된 방식이다. 강천보 공사장 인근은 하상에 암반 및 모래 자갈층이 분포하여 Sheet Pile 공법이 곤란하여, 시공성, 경제성 및 공기측면에 유리한 필댐+차수매트 형식을 적용하였다고 한다.

이 형식은 공사비가 저렴하고 차수매트가 주요한 기능을 하는데, 문제는 집중호우시 통수단면적이 부족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가물막이에서 월류 현상이 발생할 경우 장기안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강천보 가물막이 유실 역시 현장에서 기록된 사진들은 하천수의 월류와 이후 가물막이 상단의 유실 및 전체 구간의 유실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한강 6공구 강천보 공사장의 가물막이는 말 그대로 설치 해체가 용이한 방식이다. 쉬트 파일이 부재한 강천보와 한강의 다른 구간인 이포보 및 여주보의 가물막이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상단 그림의 왼편은 이포보 공산 현장의 가물막이로 필댐+쉬트파일 방식으로 시공되었다. 가물막이 중단 부분에 쉬트파일이 들어가 있으며, 가물막이 상류방향은 차수매트 대신 가라망태를 이용하여 가물막이를 보호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강천보 공사장의 가물막이는 말 그대로 토사제방 현식으로 가물막이 외측에 차수매트만을 시공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피해는 집중호우에 의해 갑작스러운 유입량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일수 있지만, 다른 원인으로는 가물막이 자체가 한계를 가진 구조라 하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만 계속 강물에 쓸려 내려갈 것이다.


4. 변형된 하상구조. 홍수 고속도로 우려된다.
이번 집중호우에 의한 하천 유속 변화 및 수위 변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더 확인해야 하겠지만, 일단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으로는 집중호우시 충주댐 방류 유수가 여주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5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과거 하천이 다양한 지형과 높낮이에 따라 유수의 흐름이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의 남한강 하천은 4대강 공사로 인해 홍수고속도로로 변형되었다. 단일한 경사도를 가진 하상고와 하폭으로 유수의 흐름이 빠른 상황이다.

물론 이번 호우의 경우 충주댐에서 강천보까지 약 5시간, 이후 여주보까지 6시간, 이포보까지 약 8시간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유속 역시 2.3m/s로 자연하천의 홍수 유속과 거의 근사한 상황이라 한다.

문제는 과거와 같은 다양한 지형의 사행을 거듭하는 하천의 경우 평균유속에 의한 영향이 크지만, 남한강은 애초부터 급류하천이며 여기에 4대강 준설로 인해 인공적으로 직선화된 고속도로 같은 지형으로 변화하여, 향후 홍수시기 더 빠른 홍수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사료된다.

4대강 삽질은 어떻게 바라보든 분명히 잘못된 공사다. 애초 진행되지 말하야 할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향후 이 책임을 누가 지게 될 것인가? 정치적 정책적 책임에서부터 잘못 사용된 국민의 세금에 대한 손실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광기어린 권력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