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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2011.02.12(토)- 팔당 두물머리 대보름 축제를 다녀오다.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소원성취를 비를 달짚태우기가 두물머리에서 진행되었다. 달짚태우기가 시작되자 풍물패는 신명나는 사물을 울렸고,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올해 그리고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함게 만날 것을 약속하고, 유기농업이 계속될 것을 기원하는 자리를 가졌다.

팔당호를 가로질러 날아드는 차가운 강바람속에서도 이날의 대보름 축제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꼬마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은 넓은 얼음판위에서 설매를 타기도 했고, 거리낄 것이 없는 팔당호의 하늘위로 '이명박 방빼연'을 날리기도 하였다.

사실 팔당의 현실은 이렇게 웃음이 있는 곳이 아니다. 자전거도로 등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유기농단지 대부분이 강제수용 될 상황이며, 이미 상당수의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 그러나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이하 팔당 공대위)'는 여전히 투쟁중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 문제를 넘어 유기농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실 73년 팔당댐 완공 이후 원주민 마을이 숨로되면서 내몰리다시피 현재의 위치로 이주한 이후, 팔당 두물머리를 가꾸어 온 것은 정부도 지자체도 기업도 아니었다. 누구도 유기농업을 시작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수도권 시민의 생명수인 팔당호의 수질 보전을 위해 스스로 유기농업을 시작하였고, 근 30년 동안 고집스럽게 유기농업을 일구면서 팔당호 수질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정부정책에 의해 내몰렸던 이들이 다시 4대강사업이라는 망국적 사업에 의해 또 다시 삶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고, 오늘도 즐거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부터 팔당 두물머리를 지켜내는 투쟁이 삶의 온전함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며, 지역공동체를 지켜내는 투쟁이기에 이들의 투쟁은 분노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바라보는 투쟁이다.

이번 정월대보름맞이 투쟁 역시 투쟁구호보다는 노래와 춤과 놀이로 시작되었다. 썰매를 타고 있는 꼬마나 썰매를 끄는 어른이나, 연을 날리는 꼬마나 모두가 즐겁다. 그 즐거움이 이 팔당을 지켜내는 투쟁의 원동력인 것이다.



연를 날리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팔당 두물머리를 잃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다. 팔당 두물머리와 함께 한 삶이 있었기에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며, 그 길을 지켜내고 찾아가는 것은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일 것이다.



저 멀리 하늘을 수 놓고 있는 '이명박방빼연'처럼 허망한 국정운영으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잘못된 권력은 국민에 의해 거부되어야 할 것이다.

밖에서의 '방빼연'과 썰매놀이 이후에 진행되는 공연시간. 아이들의 장기자랑에 참가한 모두가 큰 웃음으로 화답하는 시간이었다.



한해의 풍년과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달짚태우기. 올해의 소원은 '내년에도 이곳에서 농사짓자'는 염원이다. 농민의 모든 것은 땅에서 시작하고 땅에서 마무리된다. 모든 것을 가진 권력자에게는 한줌의 땅이라 표현될 것이지만, 이곳 유기농민들에게는 이곳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땅이다. 삶이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생명의 땅이다. 생명의 땅을 되찾기 위한 올 한해의 투쟁이 이곳에서 즐겁게 시작하고 또 퍼져나갈 것이다.




마침 2월 15일(수) 수원지방법원은 하천점용허가취소처분과 관련하여 농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양평군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하였다. 2012년까지 허가되었던 하천점용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한 것이라 판결하였다. 4대강 관련 소송 중 최초의 승소 판결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으나, 경기도와 김문수 도지사의 '유기농업이 오염원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상처받고 아파했을 두물머리 농민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줄 수 있는 판결이라는 점이 더 기쁘다.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 이명박 정권의 터무니없이 잘못된 정책을 막아내는 마지노선이 되고 있다. 두물머리 농민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연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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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박용훈(생태지평연구소 회원. 초록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