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갯벌과 해양

2년간 진행된 ‘갯벌 시민모니터링’ 공론화와 그 의미

 

 


생태지평연구소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전국의 갯벌․해양 분야 모니터링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시민,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2년에 걸쳐 갯벌 시민모니터링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왔다. 전국의 시민모니터링 방법론을 체계화하고, 전국에서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다보니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시민’이고, 일상이 ‘모니터링’이다.
“올해 벚꽃은 빨리 피는 것 같아.”, “우리 집 논에 찾아오는 철새들이 늘었어.”, “해변에 모래사장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데?” “올해 갯벌에서 낙지가 많이 잡혔어.” 등 우리는 살다보면 흔히 오랫동안 몸으로 체감하여 얻게 된 경험을 근거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반응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스럽게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볼 때 우리들은 어찌 보면 일상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을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바닷가 주민들은 비가 오는 시기, 어류의 산란과 포획 시기, 꽃이 피고 지는 시기 등 갯벌의 물때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아주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갯벌을 이용해왔다. 시민모니터링은 이러한 토착 지식을 가진 주민들이 보전가치가 있는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환경변화 과정을 관찰함으로서 생태계의 현명한 이용과 보전활동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모니터링(Monitoring)이 무엇일까? 모니터(monitor)는 긴 기간을 두고 무엇의 전개・발달 과정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며, 모니터링(monitoring)은 이러한 모니터(monitor)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생태계 모니터링(Ecosystem monitoring)은 생태계의 발달 및 진행과정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Regularly check ecosystem’s development or progress, and sometimes comment on it.)이다. ‘시민모니터링’은 시민들이 직접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포함한 자연환경 및 생태특성에 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평가하여 자료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안에서 가능한 시민모니터링 분야로는 물새, 저서생물, 염생식물, 사회문화, 해양쓰레기, 퇴적환경 분야 등이다. 물새는 생태계 구성과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시민모니터링 분야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저서생물은 갯벌의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한 종 특성이 나타나며, 시민들이 직접 채집·동정이 가능한 대형저서 동물을 중심으로 수행된다. 해안가 식물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활발한 모니터링이 되고 있지 못하며, 문화 모니터링은 갯벌을 이용하는 인간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나아가 산호와 수중경관 모니터링 등도 가능하며,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생태계 모니터링 지표가 될 수 있다.

 

갯벌 시민모니터링의 목적은 시민이 직접 중장기적으로 갯벌생태계의 변화관찰을 통해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기초적인 과학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통해 정부의 관리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조사주기가 길고, 일상적인 조사가 어려운 전문가 모니터링을 보완하고,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대중인식을 증진시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은 다양한 저서생물과 철새 등이 살아가는 중요한 생태계이며, 밀물과 썰물에 의한 변화뿐 아니라 간척과 매립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한 변화가 활발히 일어나는 곳이다. 산업시설과 관광단지 등이 연안에 집중됨에 따라 발생하는 연안오염도 갯벌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곳이다.

▲ 무안갯벌에서 열린 1차 갯벌 저서생물 현장교육 워크숍(2013.9.27~28) 모습. 저서생물 시민모니터링 교육강사로 임현식 교수(목포대학교), 세이노 사토쿠오 교수(규슈대학 공학연구원 생태공학연구실), 아시카가 유키코 이사장(일본 NPO법인 물가에서 노는 모임)이 참여하였다. ⓒ생태지평

‘진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갯벌 시민모니터링
“저희가 제대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인천 영종도에서 4년째 어린이들과 갯벌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이다. 전국에서 다양한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이들 또한 모두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갯벌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나 시민모니터링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다.

기존의 국내 시민모니터링은 ‘시민참여·인식 증진’, ‘과학적 데이터 확보’, ‘전문가조사 보완’이라는 목적에서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민모니터링에 기대하는 점과 사회적 필요성 등을 반영해 시민모니터링 시행 목적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서회적으로 시민모니터링에 요구되는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사결과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시민조사자를 현장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모니터링 교육이 먼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전국에서 각자 주어진 여건(?)에 맞게 알아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습지보호지역 시민모니터링은 정부에서 각 지역해양항만청을 통해 시민모니터링 수행기관을 공개입찰로 선정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높은 사업성과를 얻기 위한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참여과정을 축소하고, 지역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는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본래 의미의 시민모니터링 체계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별로 매우 다양한 기관과 시민들이 갯벌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이 매우 다양하고, 운영방안이나 지원이 지역별로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민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따라서 갯벌시민모니터링을 체계화하기 위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 부안 줄포갯벌에서 열린 2차 갯벌 저서생물 현장교육 워크숍(2013.10.29)에는 류종성 교수(안양대학교)가 교육강사로 참여하였다(위). 태안에서 열린 3차 워크숍(2013.11.27)에서는 암반지역 저서생물 모니터링을 위해 제종길 박사(도시와 자연 연구소)가 교육강사로 참여하였다(아래). ⓒ생태지평


‘전국 갯벌 시민모니터링 네트워크’의 첫 걸음과 과제

생태지평연구소는 황해생태지역 지원사업(YSESP)의 지원으로 2012년부터 시민모니터링에 대한 다양한 사례분석과 여러 이해관계자, 전문가들과 함께 여러 차례 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모니터링 방법론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면서 전국에서 갯벌 시민모니터링을 추진하는 다양한 조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2013년에는 전국에서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갯벌 시민모니터링 현장교육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갯벌 저서생물에 대한 국내 다양한 모니터링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별 시민모니터링 사례를 공유하면서 시민조사자들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렇게 지속적인 만남의 자리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드디어 지난 3월 6일(목)~7일(금) 강화갯벌에 열린 워크숍에서는 서남해안 주요 갯벌지역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전국 갯벌 시민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성의 필요성이 제안되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함께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의 시민 조사자들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갯벌 시민모니터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힘을 모을 것을 함께 결의하였다.

향후 시민모니터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사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갯벌 시민모니터링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조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체계적인 조사방법론과 운영방안도 마련되어야 하며, 전국적으로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등등등 많은 과제들이 남겨져 있지만, 시민모니터링이 활성화된다면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해양환경 관리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민모니터링 방법론에 대한 긴 논의과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다시 새로운 걸음을 다시 내딛게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 자발적으로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굉장히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시민모니터링은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 갯벌이 환경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고, 여행객들과 함께 하면 갯벌이 생태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넓고 평평한 땅 ‘갯벌’은 늘 열려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시민모니터링이 활성화되고, 내 고장을 아끼는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


▲ 강화갯벌에서 열린 4차 갯벌 저서생물 현장교육 워크숍(2014.3.6~7)에는 류종성 교수(안양대학교)가 저서생물 모니터링을 위한 서식처 구분방법을 교육하고, 김순래 위원장(강화도시민연대)이 강화갯벌 Mapping 사례를 발표했다.   둘째날에는 <지역별 대표 갯벌 저서생물 및 서식처 사례 공유 : 여상경(녹색습지교육원), 서경옥(시흥환경연합), 강인숙(인천녹색연합), 김인숙(서산‧태안환경연합), 최이순(무안생태갯벌센터), 정희봉(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서 지역사례를 발표했으며, <갯벌 시민모니터링 방법론 정립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종합토론을 진행하였다. ⓒ생태지평


▲ 단체사진 짜쟌~~! ⓒ생태지평

* 글 : 이승화(생태지평연구소)


* 참고문헌
- 갯벌 시민모니터링 현장교육 및 워크숍 강의자료(2013), 임현식
- 갯벌생태계 보전 및 관리를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과 협력(2013), 장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