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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해양

태안 이후 7년 만에 재현된 여수 기름유출사고와 교훈

태안 이후 7년 만에 재현된 여수 기름유출사고와 교훈

- 하루 평균 약 230여척의 유조선이 다니는 한국에 안전지대는 없다 -




지난 1월 31일 전남 여수에서 또다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7년 만이다. 두 지역 모두 인근에 대규모 정유사가 있기 때문에 해상에서의 유조선 이동이 잦은 곳이어서 늘 기름유출사고의 위험을 떠안고 있는 곳이었다.
 
이 사고는 기름유출사고 발생 직후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사고를 키운 점, 기름유출사고 발생 과정에 GS칼텍스와 삼성중공업이라는 대기업이 관여해 있는 점, 그리고 사고 인근 연안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많이 닮아 있다. 이것은 태안에서 발생했던 사회적 문제들이 여수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양오염사고+국가산업단지의 위험을 떠안고 살아가는 여수시민들
우이산(WU YI SAN)호가 항해부주의로 GS칼텍스 원유이송 송유관을 파손시켜 164㎘의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된 사고가 일어난 여수시 낙포동 원유 부두는 광양만으로 진입하는 입구로 남해군과 여수시와 접한 커다란 만(gulf)의 형태이다.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LNG사업단지 등이 밀집해 있는 국가 산업단지로 실제 사고현장에서는 해상에서 육지로 연결되는 거대한 대규모 송유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역은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바닷물 유통이 어려워 자연정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인근 대도시로 기름이 흘러들어가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당시 기름은 한 달 만에 충청도와 전라도를 넘어 제주도까지 흘러들어갔다. 현재 여수에서도 기름은 남해까지 흘러들어간 상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수는 과거에도 기름유출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곳이다. 잘 알려진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 외에도 호남 사파이어호(1995년), 제2유화호(1998년), 하카타호(1998년), 이스턴브라이트호(2007년) 등 크고 작은 기름유출사고가 빈번하였다. 실제로 해양오염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남해 해역(전체 해양오염사고의 54%)에서 지난 5년간 일어난 해양오염사고가 여수는 평균 32건으로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기름유출량도 여수가 62.9.㎘로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로 인한 해양오염사고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수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초기방제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름유출량이 드럼통 4개 분량인 800ℓ라는 GS칼텍스측의 축소보고 내용만 믿고 경미한 사고로 판단하여 대책수립이 늦어지면서 사고 영향 범위가 더욱 확산되었다.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면 기름 유출량에 따라 지휘체계와 대응방법이 달라지고, 방제계획이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대응을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사고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흘러나온 유류가 100㎘이상이 유출될 경우 ‘대규모 해양오염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를 발령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이번 사고도 도선사의 실수로 일어난 인재(人災)로 보이는데, 실제 해양오염사고는 운항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33.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운항시간 단축이나 안전속도 및 항로를 준수하지 않는 무리한 운항, 선박 운항자의 안전의식 결여 등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므로 여수와 같이 대규모 석유사업단지가 밀집한 해역일수록 철저한 방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선박운항자들의 책임과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 여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신덕마을 방제현장 ⓒ생태지평
 
혼란을 가중시키는 피해주민의 보상체계
대형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주민들은 경제적 피해로 인한 고통이 가장 클 것이다. 태안 주민들은 매년 삼성 본관 앞에서 기름유출사고에 항의하는 상경집회를 벌이는데, 그 이유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7년째인 2013년이 되어서야 법원은 사정재판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체 신고 채권 약 4조 2,271억원 중 약 7,361억원(피해주민손해 5,182억원, 후순위 채권 2,179억원)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유조선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사고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국제협약과 국내법에 의한 배ㆍ보상 체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매우 복잡한 보상절차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당시에도 정부에서는 주민들에게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고, 주민들은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무법인과 손해사정사 등 대리인들이 난립하기도 했다. 대형 기름유출사고를 경험하지 못한 정부는 국제기금과 협의하는 과정이나 피해조사 과정에서 한계를 보였고, 방제작업 종료일, 조업제한조치에 따른 손해기간, 무면허·무허가·미신고어업 등 위법소득에 대한 손해, 비수산 분야의 피해보상 방안 등의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이 매우 혼란스러웠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GS칼텍스 측이 先 보상을 한다면서 방제관련 비용과 확인된 피해에 대해 선 지급을 추진하고, 협의회를 구성하여 보상절차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기업의 책임을 묻는 국내법의 한계가 있다. 2009년 법원에서는 태안 사태가 삼성중공업의 고의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님이 인정되어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건을 일으킨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사고도 주민들이 피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피해보상에 대한 논의는 장기간 계속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해양수산부가 먼저 주민들에게 보상에 대한 정확한 지침과 매뉴얼을 전달하고 피해보상에 대한 계획을 협의하고 공유해야 하며, 기름이 유입된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태안사고의 경험을 비추어 체계적이고, 일관된 보상절차를 추진하여 국민들의 세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류오염사고의 경우 책임당사자 등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지우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해안특성에 따른 방제로 생태계 영향 최소화해야
기름유출사고는 환경피해와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주민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수시 낙포동 원유 부두 아래로는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지역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또한 미역, 톳, 의 해초류와 우럭, 김 등을 양식하고, 어선어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과 만리포해수욕장 등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서해안이 대표적인 관광지였으나 기름유출사고 이후 어장은 철거되고, 어업활동은 제되었으며, 관광업은 침체되었다.
기름이 유출되면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어패류의 산란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생태계도 변화시킨다. 유류오염은 해초류의 성장에 매우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고 직후 패류와 쭈꾸미 같은 연체동물, 게와 같은 갑각류에서도 기름유출의 영향이 확인되었다.
 
해양생태계는 유입된 기름 외에도 방제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고온고압 세척이나 자갈을 고온에서 끓이는 등의 과도하게 방제를 진행한 경우에는 생물이 자라지 않거나 새로운 생물이 진입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방제작업을 할 때도 관광지 및 친수공간의 경우 사고이전 수준의 방제를 추진하지만, 오히려 방제작업을 실시할 경우 생태계 피해가 더 커지는 해안과 자연적 방제가 가능한 지역을 선정하여 알맞은 방제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 7년, 태안에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는 기름의 흔적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유수입국이면서 원유의 99.9%를 수입하는 에너지 빈국이다. 한국 연안에서는 하루 평균 약 230여척의 유조선이 81만 톤의 기름을 운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오염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위험은 여수, 서산(태안), 울산, 인천 등 대규모 석유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주민이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도 태안 해안과 충남전라 도서지역에는 갯벌이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아직도 기름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원유 12,547kl가 유출된 충남 태안 지역은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파괴, 피해보상 문제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혼란을 겪었는지 국민들 모두가 지켜보았다. 이번 여수에서 유출된 기름의 양이 비교적 적을지라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와 환경피해, 주민 건강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고, 반복되지 않도록 태안 사고의 교훈을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여수 기름유출사고 현장에서 선박 주위로 떠있는 유막을 확인할 수 있다. ⓒ생태지평


 ▲ 2013 유징분포조사 결과 여전히 남아있는 기름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좌: 의항리, 우: 가의도) ⓒ생태지평
 
* 이승화 연구원(생태지평연구소 / 2014.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