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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물범 그리고 백령도 - 백령도에서 지구의 미래를 본다.


지금 제가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 백령도입니다.
 
2010년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된 채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되었던 곳, 2011년 최고의 인기 배우인 현빈이 해병대로 입대하고 자대배치 받은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백령도를 다시 보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 전 이곳에 왔습니다.



백령도는 우리나
라에서 유일하게 물범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바로 물범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 분들도 계실껍니다. 하지만 물범은 1만년 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1만년전 유빙기 때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서해로 물이 들어오자 알래스카, 일본 홋가이도, 베링해등지로 올라가던 물범 가운데 일부가 이쪽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1만년의 시간동안 물범들은 다른 곳에서 사는 물범과  전혀 다른 유전자를 가지게 진화해왔습니다. 한마디로 백령도에서 만나는 물범은 오로지 이곳에서만 사는 토박이물범인 것입니다.

 온몸에 점박이 무늬가 있어서 점박이물범이라고 부릅니다. 덩치는 170cm에 몸무게는 80~130kg정도로 성인 남성과 비슷합니다. 점박이물범은 겨울에 중국 해안에서 번식을 하여 4월 중순이 되면 백령도로 내려와서 여름과 가을 보냅니다. 물범이 좋아하는 까나리가 많고 남과 북의 휴전상태로 인해 고기잡이배나 유람선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백령도는 물범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공간이 됩니다. 
 
 백령도에 와서 점박이물범도 보고 섬주민분들의 생활도 보다보니 느끼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점박이물범은 현재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우리가 잘 보호해야 하는 종입니다.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에만 해도 8000마리 이상 살았으나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과도한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현재는 200~300마리정도만이 백령도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500마리는 있어야 물범이 멸종되지 않고 있을 수 있지만 계속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아서 앞으로 물범을 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인간의 영향입니다.

두 번째,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살아가는 것이 주는 느낌입니다. 섬은 아무래도 순환이 어렵습니다.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이지만 이곳에서 모든 물건을 다 생산해내고 다 소비할 수 없고, 소비에서 나온 쓰레기를 다 처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한된 공간이 주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이용하고 서로가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가입니다.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은 부족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석상을 서로 높게 세우려다가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것이 이스터섬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만들어버렸을 것입니다.
 
 세 번째, 그래서인지 백령도는 ‘자연’이라는 주어진 조건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습니다. 제가 아직도 백령도에 있는 까닭은 풍랑주의보로 배가 뜰 수 없어서 일정이 하루 연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잘 이용하며 산다고 할 수 있어도 자연을 넘어서서 살 수는 없습니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순응하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해야 합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4시간 동안 달려온 백령도에 있는 4일 동안 점박이 물범도 보고, 손에 닿을 것 같이 가까이에 있는 북녘땅도 보고,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기암괴석이 있는 두무진도 보았습니다. 현빈이 근무하고 있는 백령도 바닷가도 걸었습니다. ^^;) 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제가 지금 작은 섬에 들어와 있고 우리는 지구라는 바다위에 떠 있는 조금 큰 섬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작은 섬에서는 그 무엇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바로 나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거대함도 느껴지고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곳에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있다는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아직 백령도에는 구름이 다 걷히지 않았지만 세상을 좀 더 자연의 눈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부터! 

 
2011년 5월 19일 백령도에서 배가 출항하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