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존 로빈슨 박사 초청강연회] 이론과 실천이 함께하는 생태계, 건축, 인문사회의 실험공간 CIRS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을 찾아서..."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교수 존 로빈슨 박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 생태지평

  지난 6월 4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아주 특별한 강연회가 열렸다. ‘생태지평연구소’와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의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번 초청강연회에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존 로빈슨 박사(Prof. John Robinson)가 ‘이론과 실천이 함께 하는 생태계․건축․인문사회의 실험공간 CIRS(Center for Interactive Research on Sustainability)'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아 주었다. 이 자리에는 여러 교수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생태지평연구원들이 함께 했다.

  존 로빈슨 박사 초청강연회는 생태지평연구소의 이사로 계신 조경만 교수의 제안으로 열리게 된 것으로, 향후 CIRS센터와 생태지평연구소 간의 국제적인 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구원들의 정기적인 교육․연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기획된 첫 번째 교류 프로그램이다.

  존 로빈슨 박사는 북미에서 지속가능성을 열어가는 학문연합과 R&D(연구개발)를 주도해 온 학자이며, 그린피스의 발상지인 벤쿠버에서 다양한 환경단체와 정부기관들에 학문적 기여를 해 온 실천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지속가능성 연구와 교육을 총괄하고 환경연구와 실천을 수행하는 USI(UBC Vancouver Sustainability Initiative)의 총책임자로서 북미에서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 여러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이 존 로빈슨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 생태지평

  이번 강연을 통해 존 로빈슨 박사가 소개하고 있는 CIRS 센터는 그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촉발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상호작용 연구과정에서 구상되었고, 10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 9월 건축이 시작되었다. 아직 건립중인 CIRS 센터는 북미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건축물이며, 연구와 실천을 위한 살아있는 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CIRS는 세계최초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공간, 건축, 자연과학, 사회문화 분야가 서로 연계되고, 연구자와 시민과 기업과 정부가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 하는 센터이다. 북미 건축의 환경기준인 LEED를 넘어 더 생태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비용 또한 최소화하여 시민사회에서 널리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 되고자 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 집중해서 강연을 듣고 있는 연구원들 ⓒ 생태지평

  존 로빈슨 박사는 지금이야말로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이를 위해 적절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별히 이번 강연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2007년 UN의 보고 자료에 따르면 2050년에 도시인구는 지금의 2배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지역인구는 현저히 감소되어 도시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도시인구문제는 곧바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와 직결된다. 그리고 도시를 특징짓는 것은 무엇보다 수많은 건축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건축물 구조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결국 소진시켜 버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물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건축물들을 만들어 가는 일이 시급하다.

  존 로빈슨 박사는 CIRS를 통해서 이를 위한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건축물은 단순히 물리적 주거 공간만이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과 디자인이 통합된, 그리고 인간행동의 접촉이 이뤄지는 행동의 매개체이다. 그는 거주자와 분리되어 있는 비인간적 건축물이 아닌 문화적․사회적 공간 감각이 살아 있는 인간적인 건축물을 만들고자 한다. 건축물 공간 안에는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이 일어나게 되고, 그러한 활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된다. 그가 바라는 건축물은 효율성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소통되고 긴밀하게 하나 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그는 그렇게 건물의 스타일을 바꿈으로서 단지 환경을 보존하는 차원이 아닌 환경을 개선하고 복원시키는데 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정책담당자들은 에너지의 공급에만 관심이 있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과 행동의 전환이다. 에너지 사용을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는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에너지를 어떻게 순환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건축 환경을 새롭게 하여 에너지 감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건축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서는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모든 기획과 디자인이 조화롭게 통합적으로 다루어 져야 하며 시민과 연구자, 기업과 정부가 다 함께 참여해야 한다. 서로 다른 각자의 입장들이 모아져서 마치 양탄자처럼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게 된다.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게임을 함께 진행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질문들과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하나의 새로운 모델이 구상되는 것이다.

  그는 또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가 책이나 논문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연구 공간 안에 구체적인 공동의 과제가 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실천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이러한 모델을 만드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삶의 현장 곳곳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있음을 알리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 존 로빈슨 박사와 생태지평 연구원들. 다 함께 기념 촬영. ⓒ 생태지평

  존 로빈슨 박사의 강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USI가 지속가능성을 가르치고, 배우고, 연구하고, 참여하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USI는 두 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지향해 가고 있는데, 하나는 캠퍼스 내에서의 지속가능한 연구, 교육, 실천이며 다른 한 가지는 캠퍼스를 넘어 지역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들의 변화를 이끄는 중간자로서 대학의 역할이다.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참여적 접근을 이끌어 가며, 지속가능한 혁신의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고 있는 USI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