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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이주민과 함께 DMZ에 가요!

“이주민과 함께 DMZ에 가요!”
- 방글라데시에서 온 라나씨를 만나다. - 
 

▲ 봄기운이 쏟아지는 4월 두번째 금요일, 라나씨를 만났다.

생태지평연구소는 2011년 DMZ평화생태기행을 이주민들과 함께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DMZ(비무장지대)는 낯설고 멀리 있는 땅이 아닌 희망을 그려볼 수 있는 땅입니다. 한국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멀리 고향에서 건너왔던 이주민들의 소망도 DMZ평화생태기행을 통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김포마하이주민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이주민 라나씨를 만났습니다. 
 
이주민 100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문화’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존재한다. TV를 틀면 이주민의 삶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고, 전국 각자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많은 지자체에서도 정책과 행사의 대상이 되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1998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온 라나씨를 만났을 때 가장 조심스러웠던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너와 나를 다른 사람이라 구분하거나 나의 시각에 따라 이주민을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다.

“사람은 원래 똑같아요. 도움은 누구나 필요해요.
하지만 이주민은 누구한테 말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몰라요.”
 
한국에 온지 13년째.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귀여운 딸을 키우며 사는 가장 라나씨는 오른쪽 넷째 손가락 한마디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도와달라는 직장동료의 말에 열심히 도와주어야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질꺼야라고 생각하며 짐을 날라주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라나씨는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된 이주노동자가 있다고 하면 달려가서 도와주고 대신 이야기해주고 돈도 모아주는 등 열심히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나서고 있다.

 
“일만하니까 한국 사람들 전부 나빠 보여요.”
많은 경우 이주노동자에게 주어진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라나씨는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한국사회에 깊게 깔려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끊임없이 느끼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결국 이주노동자도 한국인에 대해서 나쁜 생각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사장님 나빠요.”라고 외치며 이주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블랑카가 했던 말을 “한국인 나빠요.”라고 바꿨어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라나씨는 한국에서 명지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가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아직 졸업은 못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어디에서 사람을 만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주민이기는 했지만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과 밖에서 만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학교를 안 갔으면 절대 못 느꼈을 사람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이주민분들과 DMZ기행을 꼭 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작년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한국이 매우 불안한 정국이며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다. 한국이 전쟁을 겪어서 외국에서 보기엔 아직 못 살고 어렵게 사는 나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라나씨가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라나씨는 돈을 벌고 삶의 터전만 만든 것이 아니라 기쁨과 아픔과 슬픔의 정까지 같이 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특수한 분단상황이 만들어낸 생태구역 DMZ(비무장지대)를 가보게 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니 라나씨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한번 보고 한번만 가서는 제대로 알 수 없어요”

DMZ를 생각하는 라나씨의 마음이 넉넉했다. 그렇게 한국을 바라봤을까?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놀러오시면 가이드 해드릴께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생활을 해올 수 있었던 라나씨에게 도움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었다. 한번 인연을 맺고 도움을 받았을 때에는 꼭 도움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라나씨가 열심히 살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이제는 우리가 이주민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박2일 DMZ기행을 다녀오는 것을 넘어서 기행을 통한 멘토도 맺고 지속적으로 안부도 물어봐주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60년 전에 있었던 남과 북의 전쟁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속에 피어난 희망을 보러 가는 길을 꼭 라나씨를 비롯한 이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한국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이주민 분들께 DMZ를 통해서 희망을 함께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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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씨는 김포 마하이주민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된 이주민으로 2005년 귀화하여 정지성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상 식품 판매 장사를 시작했지만 법무부에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단속을 너무나 심하게 해서 본인도 3개월 전에 잡혔다가 다행히 풀려났다고 합니다. 심한 단속의 여파로 있는 돈을 모두 쏟아 부은 장사도 망하고 지금은 싱크대 만드는 공장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가는 DMZ 기행’은 현재 다음(daum)모금청원과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