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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박지성도 공 차러 오고 싶을 그곳! 아이들이 DMZ에서 공 찬 이야기!

-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저자와 함께 하는 청소년DMZ탐방

 


“3대 2로 평화팀이 승리했습니다!”
“와아”
짝짝짝
비무장지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중학교 잔디구장에 평화와 생명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평소 비무장지대와 멀리 떨어져 살아온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모여 축구공을 찹니다. 바로 ‘저자와 함께 하는 청소년DMZ탐방’에 참석한 31명의 아이들입니다.

 

5월의 마지막 주말, 도서출판 한울림과 생태지평연구소는 책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부제-생태운동가 아빠가 들려주는 DMZ의 생명과 평화 이야기) 출판을 기념하며 청소년 30여명과 함께 DMZ탐방을 진행하였습니다.

서울 합정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한 우리들은 12시 30분에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 도착했습니다.

입소식 때 만난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님은 청소년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토종벌이 대부분 죽어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은 전지구적 환경위기를 말해주고 있고, 거기에서 밝은 눈을 가지고 올바른 실천을 하는 청소년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평화생명동산 전시관을 둘러보며 교육을 받은 후 잔디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준비된 체육경기는 총 3개. 팀은 ‘생명팀’과 ‘평화팀’으로 나뉘었습니다. 첫 번째 경기인 여왕벌닭싸움은 아직 몸이 잘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가만히 서있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 경기인 2인 3각은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잡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생명팀과 평화팀 모두 마지막 주자에서 승패가 갈리는 막상막하의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각각 한번씩 경기를 이긴 상황에서 시작된 축구경기는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모두 같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멀리 포근한 산자락 아래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로 “생명, 파이팅~”, “평화, 잘해라~”라는 응원의 소리가 파도를 이루었습니다.



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자에게 듣는 DMZ이야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의 저자인 박진섭 부소장(생태지평)은 미래세대에게 질문했습니다. 희망의 땅을 만들어갈 것인가? 지금까지의 전쟁과 갈등의 시간을 연장해갈 것인가? 아이들이 지금 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박진섭 부소장은 반드시 너희들 세대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지뢰를 밟지 않았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DMZ가 지뢰밭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지뢰가 없는 길로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다보면 DMZ에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DMZ골든벨은 책에서 읽었던 것과 오늘 차 안에서, 전시관에서, 저자의 이야기에서 들었던 DMZ에 대한 모든 지식을 총정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번의 패자부활전이 있었지만 모든 아이들은 한 문제 한 문제를 최선을 다해서 풀었습니다. 물론 DMZ를 잘 몰랐기 안타깝게 틀리게 되는 답들도 있었습니다. 산양을 사냥으로 쓴 아이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6월 25일이라고 쓴 아이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길을 만나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상치 못하게 DMZ골든벨의 1등은 중고생 형, 누나들을 제치고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차지했습니다. 1등의 비결은 오늘 모든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것과 더불어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책을 끝까지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골든벨DMZ 1등을 한 전우철 학생^^

 

 평화생명동산에서의 첫 번째 밤이자 마지막 밤이 깊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다같이 큰 원을 만들어 공동체놀이를 하면서 오늘 미처 허물지 못한 우리들끼리의 벽을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내일, DMZ에서의 마지막 날이 너무 짧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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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일요일. 주말이지만 오전 7시 30분에 기상을 했습니다. 정성헌 이사장님과 함께 평화생명동산을 같이 돌며 아침산책을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평화생명동산을 내려다보니 맑은 공기와 더불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구들은 벌써 평화생명동산 곳곳을 사진 찍으며 오늘의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해발 1049m 고지에 있는 을지전망대는 남한 군인과 북한 군인이 서로의 모습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을 만큼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스탈린 고지, 모택동고지,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등은 한국전쟁 당시 더 높고 좋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수많은 목숨이 사라진 아픔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모습이 잘 보인다는 점을 이용하여 남한에서는 1992년 미스코리아대회 수영복심사를 했고, 북한은 매봉 아래 선녀폭포에서 북한여군이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심리전이 너무나 왜곡된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은 멀리 희미하게 나타난 금강산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북관계가 다시 좋아지면 금강산에서도 공을 차는 날이 오겠지요?


을지전망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지형인 분지마을을 볼 수 있습니다. 양구군 해안면은 ‘펀치볼 마을’로도 유명한데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가 이 지형을 보고 화채그릇을 닮았다고 하여 펀치볼이라고 부른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해안은 마을주민들을 괴롭히는 뱀이 자주 나타나자 돼지(해(亥))를 풀어놓았더니 돼지가 뱀을 모두 잡아먹어 편안해진(안(安)) 마을이 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이는 대로 묘사한 외국인과 마을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우리 선조들이 붙인 이름 가운데 우리는 어떤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어야 할까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아쉬워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아직 DMZ를 다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탐방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습니다. 희망의 땅을 만들어갈 아이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대해봅니다. 이번엔 철조망 높이뛰기를 해볼까요?



글쓴이 - 이승은(생태지평 DMZ보전연구팀)
사진 - 생태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