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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새 단체장 ‘졸속 4대강’ 검증에서 출발하라


[싱크탱크 맞대면] ‘4대강 반대’ 신임 단체장의 소임

적법절차·의견수렴 과정 안거쳐
환경평가 재요구, 인·허가 거부 등
공사 중단 위한 행정 조처 가능
설계변경·예산집행 베일도 벗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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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국민의 관심은 4대강사업을 반대했던 신임 단체장과 야권의 대응에 쏠리고 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4대강 중단을 과연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6·2 지방선거에서의 가장 큰 쟁점은 4대강 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의 추진과 중단이라는 대격돌 속에서 치른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완패, 그리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민심은 거세게 불어닥친 북풍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관심은 이명박 정부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그간 침묵으로 일관해 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방송 연설에서 ‘4대강 사업의 중단 없는 강행’이라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의 표심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대립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 처지에서 보면 그간 환경단체와 종교계 등 반대운동진영만 상대하면 됐으나, 이제는 정치적 입지가 한층 넓어진 민주당 등 야권과 당선된 신임 단체장까지 상대해야 한다. 경남과 충남 등 도지사 당선자들은 공개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면서 주어진 권한에 의한 구체적인 행정조처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대상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국가하천으로 국토해양부가 관리부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의지대로 4대강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다. 지난 15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신임 단체장이 원치 않는 구간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을 무기 삼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장들을 협박하기 위한 의미가 다분하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완강하게 반대하면 사업추진이 정부의 의지대로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침이 재차 확인되는 순간 국민들의 관심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신임 단체장과 야권의 대응에 쏠리고 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4대강 사업 중단을 과연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단체장들은 4대강 사업의 절차가 적법하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진행되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국토해양부와 시·도가 맺은 4대강 사업 협약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면 자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4대강 사업이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철저한 검증차원이다. 특히 속도전으로 진행하는 공사현장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루어져 법정보호종마저 누락된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만약 고의적으로 이를 누락시킨 것이라면 환경영향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해야 한다. 주민 의견 수렴을 철저하게 진행했는가에 대한 검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4대강 사업 초기 단계에서 정부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환경영향평가상의 주민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자의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 사회적 논란이 확대된다 해도 공사현장에는 24시간 쉼 없이 강을 파헤치는 작업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공사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체장의 권한범위에서 4대강 사업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정조처가 시행 가능하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속도전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사를 일시 멈추고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정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중 상당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행정조처는 준설토 적재공간 제공을 거부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준설토 적재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지방정부와 합의도 없이 농지를 불법적으로 점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한 4대강 사업과 연계하여 정비예정인 지방하천에 대해서는 정비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사용으로 만들어진 임시도로에 대해서 적법성을 판별하고 소음·진동·먼지 등을 일으키는 공사차량에 대해서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이를 위배할 경우 출입을 불허하는 조처도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2단계인 하천구역 내 친수환경 조성과 3단계인 주변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인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

애초 계획이 부실했기 때문에 수시로 설계를 변경하는 사태가 공사구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공사과정에서 잦은 설계변경이 이루어졌다면 예산낭비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지방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참여기업과 고용인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그 허구성이 분명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공사 설계와 예산 사용이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있어 그 베일을 벗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임 단체장들의 이런 조처만으로도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에 일정한 균열을 낼 수 있다. 지난 15일 정당, 종교, 시민사회, 전문가 등 각계가 모인 4대강 사업 중단 연석회의에서 국회검증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바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참여해야만 위원회 구성이 가능하겠지만 야권은 넓어진 정치공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지방에서 제시된 정보와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나가는 정치의 본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정당, 지방정부,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긴밀한 협조와 연대로 힘과 지혜를 모아나간다면 4대강 사업 중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정보공개를 시작으로 정책토론, 현장검증 등을 통해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과 신임 단체장이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표로 위임한 역할에 충실한다면 반드시 4대강 사업은 멈출 것이다.

한겨레(http://www.hani.co.kr) 2010. 0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