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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해양

무안갯벌에서 8개국 청년들이 모여 함께한 ‘2013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 리뷰



무안에서 열렸던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의 좌충우돌 이모저모 풍경~! (늦은 리뷰죠?^^)

 

지난 2013년 8월 9일부터 22일까지 전남 무안갯벌습지보호지역에서 '2013 유네스코 국제워크 캠프'가 열렸다. <무안 생태갯벌 보호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원봉사>를 주제로  대만, 러시아, 벨라루스, 스페인, 인도네시아, 일본, 홍콩, 한국 등 8개국에서 15명의 대학생이 참가하여 13박 14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무안갯벌을 보호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였다. 이번 캠프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최하고, 생태지평연구소가 주관하며, 무안군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유네스코 국제캠프는 1964년 제 13차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는 청년문제 연구 및 청년활동 촉진을 각 회원국에 권고하였다. 이 결의에 부응하기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여러 청년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1966년 처음으로 국제야영봉사(International Work Camp)를 개최하였다. 이후 1979년 국제청년캠프(International Youth Camp: IYC), 2009년 청년지역행동 (Youth in Community Action YiCA)을 거쳐 현재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UNESCO International Workcamp)로 행사명을 바꾸어 새롭게 출발한다. 2013 년을 맞이해 지난 48년간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는 약 4,800명에 이르는 세계 90개국의 청년들이 참가한 세계 유수의 국제 청년행사로 자리를 잡았다.(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전남 무안갯벌은 2001년 한국 최초의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세계 5대 갯벌인 한국의 서남해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국제워크캠프도 서남해안 갯벌의 환경보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이 갯벌현장에서 환경보전 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시각과 청년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또한 생태지평연구소에서 지난 7년간 지역주민들과 함께 무안갯벌의 보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왔던 곳이기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캠프를 진행하였다.

 

 ▲ 2013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가 열린 한국 제1호 갯벌습지보호지역인 무안갯벌 풍경 ⓒ생태지평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전남 무안. 대중교통도 없고, 슈퍼마켓도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무안군 해제면 노문마을회관에서 처음 만난 청년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언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지만, 저마다 가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더듬더듬 영어로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저녁을 먹고, 마을회관 숙소에서 무더운 여름의 첫날밤을 맞이했다.  

 

그런데 다음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온 안야와 케이트는 우리를 보자마자 큰일났다며, “너무 더워요!”, “에어컨 없나요?”라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추운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는 한국의 여름이 고문일 수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되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온 노바는 “한국 날씨가 우리나라 기후와 비슷해요”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역시 세계는 다양하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친구들을 달래서 국제워크캠프 개막식을 시작하는 무안생태갯벌센터로 향했다. 여기는 무안군 해제면 유월리에서 유일하게 행사를 할 수 있는 최첨단(?)의 문명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안야와 케이트는 여기가 시원하다며,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누워버렸다. 허걱-!

 

 

 

 ▲ 생태지평연구소에서 무안갯벌과 일정소개를 간단히 마치고, 참가자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한 후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무안군과 티셔츠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생태지평

 

 

이번 국제워크캠프에서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갯벌보전활동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을 돕기 위해 황토갯벌 농수산물 무인판매소를 제작하고, 무안갯벌을 홍보하기 위해 마을에 환경벽화를 꾸미고, 지역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유네스코 주니어 국제캠프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무안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습지보호지역 전통어업 활동과 무안 5일장 체험 등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캠프가 청년들의 방학일정에 맞추어 한여름에 진행되기 때문에 가장 무더운 날씨에 그늘도 없는 곳에서 매일매일 땀방울을 흘리며 활동하느라 고생도 많았지만, 청년들의 노력 덕분에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성과들이 있었다. 

 

캠프 첫 주에는 무인 농수산물 가판대 만들기와 마을벽화 그리는 일이 진행되었다. 3개 팀으로 나누어 각자 원하는 팀에 들어가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먼저 가판대 제작팀은 마을주민들과 상의하여 가판대 디자인을 하고, 나무를 자르고, 연결하고, 붙이고, 칠하는 등의 제작활동을 했다.

 

 

 

 




 ▲ 짜라쟌~~! 갯벌보전활동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제작한 농수산물 무인가판대이다. 무안에는 드넓은 황토밭에서 양파, 양배추, 고구마, 마늘 등 다양한 농산물이 재배되고, 갯벌에서는 낙지, 굴, 꼬막, 숭어 등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된다. 무인가판대는 무안생태갯벌센터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무안의 농수산물을 알리고, 무안갯벌습지보호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생태지평

 

   

마을벽화팀 중 첫 번째 팀은 마을 어르신의 집 담벼락을 도화지로 생각하고, 무안갯벌을 주제로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그림에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집주인께서도 흐뭇해하는 벽화가 탄생했다. 이걸 보신 이웃주민들도 우리집 담벼락도 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대다하다. ㅎㅎ

 

 





 

▲ 무안군 해제면 유월리 갯벌마을의 마을벽화를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협동심과 상상력이 필요했다. 한국의 갯벌생물들을 잘 알지 못해 고민하다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벽화를 완성해갔다. ⓒ생태지평

 

 

마을벽화팀 중 다른 팀은 도로가에 있는 밭 담벼락을 칠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차가 다니는 도로변이라 눈에 잘 띄는 곳이어서 책임이 막중했는데, 그늘이 없는 곳이어서 작업 중에 종종 지치는 날도 많았고, 그림의 컨셉을 잡지못하고 좌충우돌 하다 결국 어렵게 그림을 잘 완성시켰다. 일단 그림이 완성되었다는 것에 박수! 대단하다...

 

 

 





▲ 장난기 많은 3팀은 도로변에 벽화를 그리는 일도 좌충우돌, 시끌벅적하게 해냈다. 각자 생각하는 갯벌생물들을 그려 넣고, ‘Let's Protect Muan Tidal Flat'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단 벽화가 완성되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ㅎㅎ ⓒ생태지평

 

 

그리고 둘째 주에는 유네스코 주니어 캠프와 다양한 문화체험을 진행했다. 지역의 어린이들일수록 외국인을 만나거나 국제문화를 접하고,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초등학교의 사전신청을 받아서 주니어 캠프를 개최했다. 오시는 부모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까요?”라고 여쭤보시는데, “언어는 관심이고,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죠”라는 뻔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쏘뤼....뜨에 부 치...;; 

 

 

 

 

 

▲ 국가별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한 조가 되어 나라별 간단한 회화와 전통문화를 배우면서 8개국으로 이름쓰기, 퀴즈 맞추기, 자기소개하기 등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실내외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했다. ⓒ생태지평

 

 

2주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 때문에 캠프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주말에 다함께 찜잘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아침마다 웃옷을 안 입고 마을을 조깅하는 마르코와 케이트의 비키니 복장 때문에 마을 어르신들이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하고, 페인트를 온 몸에 뒤집어쓴 채 마트에 가기 위해 매일 경쟁하고, 몸빼를 사겠다고 5일장에서 너도나도 몸빼를 쇼핑하고, 나탈리아 누나를 짝사랑하는 무안의 남학생,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으로 끝까지 온갖 일을 다 도맡아 한 희복이와 한국대학생 참가자들은 아직도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청년들 하나하나 가진 재능이 발견될 때마다 참 놀라웠고, 무안에 오기까지의 과정 등을 생각해 볼 때 충분히 이미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안 해제면 유월리의 고등학생들도 캠프기간 동안 함께 봉사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 활기를 찾고, 페이스북 친구도 되면서 영어사전도 조금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 모습에 앞으로 사회를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해나가는 국제 청년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기의 이런 캠프의 기억은 아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도 그랬던 것처럼.

 

▲ 주민들과 함께한 무안의 전통어업인 후리질 체험(그물 고기잡이) ⓒ생태지평


▲ 이 날 잡은 생선을 바닷물에 씻어 바로 회로 먹는 바람에 컬쳐 쇼크가 온 사람들도 있었다. 쏘뤼...  ⓒ생태지평


▲ 무안 해제면 유월리 마을회관 어른들께 식사대접을 하기 위해 놀러와서 한 컷 찍었다. ⓒ생태지평

 


* 글 : 이승화(생태지평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