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이슈

[기자회견문] 국토파괴, 난개발 조장하는 개발제한구역 용도변경 허용 · 환경규제 완화 철회하라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도별 특화산업 선정, 지역산업 입지 공급,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의 용도변경 허용, 산, 농지 개발허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보전산지내 공장 적기 입지 지원, 도시형공장 입지규제 완화, 환경영향평가 절차 완화, 비도시 계획관리지역의 개발 허용등 지난 2013년부터 지속되었던 기업을 위한 환경규제완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이번 정부의 발표의 핵심은 각종 환경규제를 풀어줄테니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개발해보라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는데도 생각만큼 개발이 안 되니 주거시설만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을 공장도 짓고, 상업시설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허용하고, 개발제한구역 택지 개발시 임대주택을 35%이상 지어야 하지만 이 비율도 낮추고, 임대주택용지가 분양이 안 될 경우에는 분양주택용지로 변경하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산과 농지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미 서울주변 수도권 외곽지역에는 주택보다 공장이 더 많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장이 들어서고 있어 난개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규제를 풀고 주거시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에 공장이나 상업시설도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은 전국적인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행위이다.  


이번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규제 완화는 불법을 합법화, 양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기 때문에 신고 및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공장들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이번 규제완화를 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김해공항주변 개발제한구역 역시 이미 환경관련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곳으로 언론에 의하면 이번 3월초에도 190여곳 중 18곳이 환경관련 불법행위로 단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곳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들어올 수 없는 곳에 불법 운영되고 있는 시설을 합법화하고, 나아가 그런 공장이 더 들어설 수 있도록 양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용도변경 허용으로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등 절차를 거치기 떄문에 난개발이나 특혜시비는 문제될게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20~60일)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조정 요구를 최대 2회까지 한정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영향평가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정부는 말로는 환경영향평가 등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뒤로는 오히려 그 법조차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추진되는 규제 완화가 어디까지 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우려스럽다. 적어도 지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규제는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현 정부 기간 동안 또 한 번 힘겨운 싸움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명분으로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 사업을 추진하였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 일자리 창출은 커녕 불법·담합사업으로 판명되었고, 환경파괴의 상징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며 공급했던 보금자리 주택은 건설사의 땅장사, 집장사로 전락되더니 폐기되었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을 명분으로 개발제한구역만 대폭 해제되었고, 건설사와 개발업자만 이익을 봤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개발사업을 부추기는 박근혜 정부 역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돈 많은 개발업자와 부동산 투기업자, 소수의 기업을 위해 국토 난개발과 환경파괴로 고통을 겪을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국민들에게 남겨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세상의 규제는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와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규제, 두 종류밖에 없고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모든 규제는 사회악이고 타파해야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정부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토·환경보호를 일차적임 임무로 하는 환경부조차 경제와 기업을 위해 환경을 희생양 삼고 스스로 환경규제를 무력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한국환경회의는 환경규제를 풀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이번 대책은 국토난개발과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업민원 해소,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규제 완화 및 환경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4. 3. 17.


한국환경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