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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슈

바다를 둘로 가를 수는 없습니다

▲ 4월 14일 강정 포구에서 열린 '강정평화콘서트, 강정의 푸른 밤'. 평화의 염원을 담아 풍등을 띄워 마무리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촉구 전국 시민행동의 날 참석을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첫 일정으로 4월 6일 추락 사고로 입원하신 문정현 신부님을 뵙기 전,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문정현 신부의 추락 사고는 “그동안 경찰과 해경이 공사예정지도 아닌 곳에서 출입을 무리하게 통제하며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해 온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보고, “국가 공권력의 폭력과 무례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경찰 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을 뵈러 병실을 방문했을 때, 문 신부님은 침대가 아닌 의자에 앉아계셨습니다. 사고 이후로 많이 회복하신 듯 보였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기자회견을 마치고 문 신부님을 문안하러 온 신부님들과 수녀님들로 병실이 금세 꽉 찼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문 신부님의 쾌유를 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들떠보였습니다. 


▲ 4월 6일 추락사고로 입원한 문정현 신부님은 의자에 앉아 신부님들과 한동안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다음 날 열린 제주 해군기지 촉구 전국 시민행동의 날 행사에 모인 이들 또한 4·11 총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5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오히려 강정마을에서 들리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특별히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투쟁을 6년째 이어온 박정섭 위원장의 방문과 지지 발언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두 분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고향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졌습니다. 


강정마을 포구로 자리를 옮겨 열린 ‘강정평화콘서트, 강정의 푸른 밤’은 차라리 축제에 가까웠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며 강정의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았지만,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전국에서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고 모인 이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더 큰 평화의 힘을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밤을 풍등을 띄워 밝혔습니다.      


 멀리 가로림만에서 고향을 지키는 싸움을 질기게 해온 박정섭 위원장님, 강정 마을의 강동균 회장님을 만나 지지와 격려, 연대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2012년 봄, 강정 마을에서는 갈갈이 찢어진 구럼비처럼 상한 마음이지만, 서로 위로하고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굴하지 않는 저항의 의지는 날로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을 땐 어설픈 염려의 마음으로 방문했으나, 돌아올 땐 위로와 힘을 받았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월요일, 문규현 신부님이 쓰러지시고 활동가들의 저항의 몸부림을 전기톱으로 자르려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에 잠시 어두워졌지만 다시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문정현·문규현 신부님의 쾌유와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해 두 손을 모았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바다를 둘로 갈랐습니다. 구럼비로 가는 길은 철조망으로 막고, 높은 담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바다를 둘로 가를 수 없듯, 모든 탐욕과 거짓은 이제 곧 드러나고 평화의 길이 마침내 이길 것입니다.

▲ 문정현 신부님이 추락하신 자리에서 어처구니 없이 바다를 갈라 놓은 경계를 보았습니다.

▲ 감추고 싶은 게 많은 듯, 높은 담을 쌓아 숨어버렸습니다. 

▲ 구럼비 바위는 참혹하게 찢기고 갈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 철조망으로 막은 구럼비 가는 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려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푸르릅니다. 

▲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는 이어질 것입니다. 문정현·문규현 신부님의 쾌유와 강정마을의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