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태시선 칼럼

[기고]‘환경 정치’ 펼 후보를 찾습니다

          
 

고철환 | 생태지평연구소 이사장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함께 시작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실질적 민주주의 시대가 잠시 후퇴하는 듯했지만 이제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소통, 시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열어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의 힘은 소통이다.

소통은 시민, 시민사회, 기업, 국가가 함께하는 공론을 향한다. 전면에 권력을 앞세우고 그 권력의 힘으로 신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다. 이제 우리는 소통을 통해서 그 과정에서 놓쳐버린 것, 잃어버린 것, 잊어버린 것을 자각하고 중앙권력과 경제발전 때문에 소외된 문제와 사람들을 새롭게 공론의 중심으로 끌어내려는 작업을 펼쳐야 한다. 그러면서 그 소통의 중심에 환경문제도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에는 탈핵, 탈토건의 비전도 중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탈핵, 탈토건의 전제는 무엇이며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를 천착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그 하나만을 해결하는 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경제, 사회, 과학기술의 총체적 산물로 환경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식의 생태화, 사회의 생태화를 미래전략으로 삼고 총체적 사회변혁을 위한 소통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잠시 과거 4년을 뒤돌아보자.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간판정책이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을 적극 전개했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과 맥을 같이하는가. 아니다. 녹색의 이행에는 두 가지 수단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과학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보전이다. 4대강 사업은 자연보전이라는 관점에서 녹색에서 벗어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나름대로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녹색과는 완전히 모순된 사업들이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경기만에서는 대략 400㎢, 즉 새만금에 버금가는 갯벌 막기가 진행된다. 인천만, 강화, 가로림만, 아산만에서 갯벌에 방조제를 쌓고 수문을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식이다. 이런 식의 자연파괴형 발전은 녹색도, 신재생에너지도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에 기초한 전략이다. 수소연료,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발전 등 모두 신기술을 필요로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기술, 특히 효율을 증가시키는 고유의 기술이 핵심이다. 애석하게도 이런 기술은 기초연구, 개발연구, 산업화 등 십수년의 시간을 통해 확보된다. 신기술 개발 대신
에 갯벌 파괴로 돌아간 것은 발전사에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목표치의 강제성에 기인한다. 신재생 신기술 개발은 없는데 당장 전력은 생산해야 하므로 방조제를 쌓아 터빈을 올려놓는 희귀한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4대강 사업도 과학기술과 자연보전의 모순을 드러낸다. 시민사회단체는 자연훼손의 문제와 더불어 토건사업을 통한 경제활성화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토건은 전통기술이므로 기술 투자가 적더라도 사업자는 그냥 트럭과 불도저를 이용해서 뚝을 쌓고 강을 파면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얻는 이득은 사실 자연을 파괴해서 얻는 이득이므로 결국 그 희생은 자연에 돌아간다. 리우 이후 지속된 20년의 지구정치와 기후변화회의는 과학기술과 자연보전의 두 축 위에 서 있다. 최근에는 자연보전이 기술 개발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자료들이 유엔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연보전을 무시하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집단지성에도 반한다.

새롭게 전개되는 우리 사회의 소통은 이제 퇴보적 환경정책을 버릴 것이다. 그 소통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호혜적 관계로 만드는 새로운 비전도 만들 것이다. 생태사회, 생태국가를 지향하는 경제·사회,·환경의 만남도 촉진할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은 환경소통의 핵심 장이어야 한다. 모든 정당은 탈토건과 탈핵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환경정치를 책임질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다수의 ‘환경 후보’를 출전시켜야 한다. 시민, 환경단체, 정부, 국회의 소통으로 새로운 미래, 생태사회를 위한 공론의 장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02115335&code=9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