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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둘러싼 논쟁과 전망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둘러싼 논쟁과 전망




국가에너지위원회 출범

우 리나라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25개, 정부위원회는 403개에 이를 정도로 그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함께 ‘참여정부=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따라 붙고 있다. 얼마 전 행자부에서도 유명무실한 정부위원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안을 발표한바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합적인 정책 마련과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귀를 열어놓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서 나름의 의미부여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정부위원회 가운데, 2006년 말 새롭게 출범한 위원회가 있다. 바로 ‘국가에너지위원회’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미래시대의 최대 쟁점이자 경쟁력인 ‘에너지’ 문제에 대해 민-관이 공동으로 논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국무총리와 주요 관계부처 장관들, 그리고 민간에서 위촉된 위원까지 포괄하는 회의인만큼 그에 따른 긴장감과 파급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에너지위원회가 독립사무국의 설치를 거부하고, 주요 실무를 산자부가 담당하게 되면서 지금의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다양한 정책 논의 보다는 에너지 확보의 ‘당위성’만 주장하는 기존 정부 부처의 정책 추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로 인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민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접근할 수 없는 몇 사람만의 성역으로서 굳어질까 우려스럽다.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 과정과 역할

지 난 2002년부터 시민사회에서는 급변하는 에너지 분야의 전망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금껏 과소평가되어 오던 환경성, 공익성을 강화하여 정책의 참여주체가 확대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기본법의 제정과 이를 토대로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사회적으로는 2003년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반대운동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자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면서 공공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주도의 일방적 영역이었던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례적으로 이 과정에서 민-관 합의기구가 구성되어 지난 20여 년간 주요 갈등사안이던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2가지 의제(원자력발전소 정책, 방폐장 공론화)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에너지 정책의 공론화 논의와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 운동이 확산되었지만, 이를 둘러싼 국회나 정부 부처,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한 채 2006년 3월 진통 끝에 정부의 안을 토대로 하는 에너지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한 급진적인 의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국가에너지위원회라는 민-관 차원의 논의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국 가에너지위원회 산하에는 에너지정책, 기술기반, 자원개발, 갈등관리의 4가지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회의가 열리고, 논쟁이 치열한 분야가 갈등관리전문위원회인데, 안정적 전력수급 구조를 유지하면서 원전의 적정비중을 도출하고, 원전 가동에 따라 발생되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주요 갈등사안이자 대규모 발전사업인 원자력의 이용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갈 등관리전문위원회 산하의 원전적정비중TF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경제성과 사업자들의 의향을 근거로 원자력발전소의 확대를 주장하는 그룹과 단계적 축소를 주장하는 그룹, 사용후핵연료TF에서는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재처리 주장과 영구적 폐기처분을 주장하는 그룹간의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의제는 매우 까다롭고, 급진적인 의제인 만큼 정부나 시민사회는 그동안 부족했던 논의과정을 만회하기 위해 내용의 진보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행착오를 계속해서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둘러싼 쟁점과 제안

이 러한 국가에너지위원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점이 필요하다. 현재 위원회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원회 사무처의 독립성 확보이다. 현재 별도의 사무처 없이 실무를 산자부가 진행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확대와 같은 독단적인 의제를 선정하거나, 정부 사업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정책의 한계점,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일부 위원회가 운영되는 등 객관성과 독립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기본법의 이념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의 구축을 위하여 정부와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등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의 독립사무처가 그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산자부가 입법예고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이 그간의 국가에너지위원회의 노력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산자부가 방폐물을 관리할 기구에 대한 역할이나 소속, 기구 등이 정해져서 있는 법안을 상정한 상황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 원자력위원회, 방폐물관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충돌될 것이며, 공론화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방폐물 처분 비용에 대해 그동안 재정을 다른 용도로 활용해온 한수원의 입장을 반영, 기금의 출자를 10년간 유예하고, 정부의 기금 출자를 가능케 하는 내용은 결국 정부가 여전히 원자력의 리스크를 국민의 세금으로 담보하는 것으로 향후 원전의 축소나 단계적 폐지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산자부 산하의 방폐물관리공단이 설립되기 때문에 방폐물에 대한 주도권은 결국 산자부 손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이 법안이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을 고려하겠다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이제 막 공론화 과정이 수립되려는 마당에 산자부는 에너지정책의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욱이 국가에너지 기본계획과 같은 중차대한 의제를 다루면서 본위원회 및 전문위원의 구성이 몇몇 전문가와 시민단체로만 구성된 점 역시 문제이다. 대부분의 전문위원들이 원자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인사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에너지 정책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배제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장기에너지 정책 속에서 원자력 적정 비중에 대한 논의가 기술적 검토만이 중시될 뿐, 환경성 및 사회적 수용성 등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고,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형식 절차적 측면으로 한정시키거나 혹은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에 관한 한정시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에너지 민주주의와 국가에너지위원회

앞 서 지적하였듯이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기존에 존재하였던 다양한 민관위원회와 법률적 위상에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 매우 다르다.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및 장기 에너지 믹스, 원자력 적정 비중 등은 한국 사회의 미래 에너지 전망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렇기에 국가에너지위원회의 논의는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시민사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서로의 지혜를 모아 나가는 과정과 내용이 되어야 하며, 그 최종 결과는 다중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수렴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형식화되어 일방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민관 거버넌스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차분하고 장기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지형을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수급 체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에너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며, 사회적 공론화에 기초한 에너지 정책의 수립 과정일 것이다.

 

국 가에너지위원회의 운영과 의제선정, 의사결정 방식, 결과의 도출 방식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설립의 목적과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지금에라도 관련 규정의 수정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이 모두 공유되어 사회적 소통을 통한 검증과 새로운 대안 모색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국가에너지위원회답게 만드는 것이며, 사회적 소통과 공론화 정신에 충실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 획의 수립이라는 막중한 권한과 임무를 가진 국가에너지위원회. 이를 정상화 시키는 것은 결국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인 압력이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국가에너지 위원회의 운영과 의제에 대한 사회적 공유와 확산이 시급하며,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역할일 것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자체의 사회적 공유를 기대한다.

 

* 글: 이승화 (생태지평 연구소 / 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