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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선 칼럼

이처럼 아름다운 여주 도리섬이 파괴되어야 합니까?

 


글 사진 / 박용훈 (생태지평 회원)

다운로드 : 2010년 도리섬 풍경 사진 모음(압축파일)

다운로드 : 단양 쑥부쟁이 사진 모음(압축파일)

2월 18일 천주교 아이콜베 영상팀과 도리섬에 다녀왔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도리섬은 4대강공사의 하나로 철저히 파괴된 여주 강천리 바위늪구비 앞에 있는 남한강과 청미천을 양쪽에 낀 섬입니다. 건설단은 바위늪구비를 도리로 부르기는 하더군요.

바위늪구비 강천1리에서 보면 약간 왼쪽 상류에 있고 점동면 도리마을에서 보면 오른쪽 상류, 부론 흥원창에서 내려다보면 왼쪽 아래에 보이는 섬입니다. 차를 타고 들어가려면 삼합교에서 10여분을 굽이굽이 산길로 돌아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입니다. 멸종위기종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대규모 생육지이고, 수많은 갈대가 강가에서 그리고 벌판에서 바람부는대로 하늘을 향해 춤을 추고 노래하는 곳이고, 고라니가 마음놓고 뛰노는 곳이며, 고니를 비롯한 여러종류의 철새, 텃새를 볼 수 있는 곳이고, 커다란 맹금류가 기류를 타고 상공에서 선회하는 것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사람의 손이 타지않은, 황량함의 아름다움이 곳곳에 배어있는 곳입니다. 한번 들어가면 그 아름다움에 푹 빠져 저녁노을이 질 때가지 나오기가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차를 타고 산길을 돌아 내려가면 몇몇 집이 모여서는 대우마을이 있고 마을을 벗어나 그 안쪽으로는 탁트인 자연의 품입니다. 대우마을쪽으로는 겨레문화유산연구원이라는 곳에서 공사에 앞선 문화재표본시굴조사를 한다고 2월1일부터 10일정도 땅을 크게 판 후 다시 덮어놓은 현장들이 있는데 한겨레신문에서 졸속조사와 관련된 기사가 났었습니다. 도리섬 안쪽으로도 공사와 관련된 깃발이 여기저기 꽂혀있습니다.

도리섬을 들어가다보면 공사현장인력들로부터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오셨냐는 일종의 검문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들 모두가 무엇이 그리 신경쓰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천주교 i-kolbe 영상팀과 도리섬을 둘러보던중 바위늪구비 공사현장에서 남한강을 가로질러 도리섬 하단쪽으로 제방을 쌓아오고 있음이 영상팀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 바로 이틀전 전혀 공사기미가 없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강가운데로 도리섬쪽을 향해 흙을 쌓아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사의 정체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도리섬도 전체공사계획범위에 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도리섬을 바위늪구비와 연결하는 공사로 보이고 그렇다면 도리섬의 파괴는 시간문제일 듯 싶습니다. 도리섬은 섬 곳곳에 단양쑥부쟁이가 생육하고 있는데 다니다보니 단양쑥부쟁이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 깃발을 꽂은 곳도 눈에 보였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고라니를 비롯한 동물들은 어디로 가고, 생육조건이 까다로운 단양쑥부쟁이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비단 단양쑥부쟁이뿐일까요? 자연의 눈으로 보면 그들 하나하나가 귀한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강천1리 강가 공사현장에 박혀있는 하천사용금지공고팻말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생태계조성 및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하천사용을 금한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동식물들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천혜의 자연공원인 것을 꼭 차로 밟고 다니면서 시멘트나 철골같은 인공의 흔적을 느껴야 편안해지고, 즐길 수 있고 그런 것일까요? 생태계가 이미 완벽하게 조성이 되어있는데 이들을 밀어버리고 다시 인위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흡족해지는 것일까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는데 말이 그럴싸하지 복합문화공간이 도대체 무어라 말인가요? 자전거도시라면서 상주가 도남서원 인근 강가  산을 모두 밀어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놓았는데 현지 분들은 자동차 타고 다니고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자전거타고 즐기는 것을 본적도 없는 것처럼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지요?

이런 것이 4대강 살리기의 본질인가요? 내친김에, 4대강사업으로 수생태계가 잘 조성(?)되면 평소에 안먹던 물도 찾아 먹어야 할텐데 4대강사업으로 인해서 부산시민들이 낙동강 물 대신에 지리산댐을 만들어서 지리산 물을 끌어다가 먹어야한다는, 그래서 국립공원 지리산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친환경을 입에 달고 살면서 살아 숨쉬는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그곳에 살고있는 각종 동식물들에게는 레저가 아닌 바로 생존의 자리가 아닌가요? 이제 오직 사람만을 위한 발상으로(그것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자연을 처참하게 파괴하는 일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요?




말이 샜습니다만, 도리섬의 생명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합니다. 도리섬안을 걸으면서 그렇게 들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 쌩쌩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부딪치며 도와달라고 절박하게 이야기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지난 가을에 도리섬에서 찍은 단양쑥부쟁이 사진들과 지난 며칠간 도리섬 안팎에서 필름으로 찍은 이곳 모습을 공유합니다. 도리섬을 전부 담은 것은 아니지만 도리섬을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612필름스캔사진으로 보실 때 첫째 사진 흥원창 전경아래 좌측 섬이 도리섬입니다.)

일체의 저작권 없습니다. 출처기재여부 상관없습니다. 이곳을 살리는 일에 써주십시요.




간접적으로나마 이곳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발언해서 도리섬의 생명들이 원래 그대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땅에 말없이 눈물흘리는 도리섬들은 또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 천주교 i-kolbe 영상팀(http://i-kolbe.com) 정겨운님께서 도리섬에 다녀와서 올린 시가 다음카페에 올라와있습니다. http://cafe.daum.net/Gangs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