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밀양으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출발했습니다. 765kV송전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밀양 주민들을 응원하고송전탑공사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서울에서만 19대의 버스가 출발했습니다이번 밀양희망버스의 참가자수와 열기는 작년 1차 희망버스 때보다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1월 25일~26일, 12일간의 2차 밀양희망버스 참가기를 정리해봤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약간 걱정이 되는 아침서울의 하늘은 흐렸지만 희망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표정은 약간 들 떠 보였습니다밀양에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응원하고 연대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지만무거운 마음보다는 경쾌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도 연대란 것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서울에서부터 출발해네 시간이 걸려 밀양 나들목 부근에서 도착한 참가자들은 잠시 하차하여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독감(AI) 문제로 밀양의 양계업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차량소득과 개인별 자외선 방역과정을 거쳤습니다이후 곧바로 밀양시청에 다다랐습니다전국 각지에서 온 4천여명의 참가자들로 밀양 시청 주변이 인산인해가 되었습니다도착 전부터 수천명의 경찰들과 수십대의 경찰버스가 밀양시청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이후 이 경찰들은 밀양 희망버스가 진행되는 12일간 줄곧 참가자들과 같이 움직였습니다).




시청에서 간단한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곧 바로 밀양 시내를 행진했습니다밀양 시청 -> 밀양교(故 유한숙 어르신 시민 분향소 부근) -> 한전 밀양지점 -> 밀양 경찰서 등의 코스로 4천여명의 참가자가 매우 긴 행렬을 이루며 밀양 송전탑 공사 중지경찰해산대화재개’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또 다른 참가자는 밀양 송전탑 공사 중지경찰해산대화재개’ 등의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를 밀양 시내 곳곳에 붙이는 방식으로일부 참가자는 밀양765kV송전탑의 문제점이 정리된 유인물을 밀양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공사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4천여명의 참가자 모두 말 그대로 밀양시내를 평화롭게 헤집고’ 다녔습니다.

주말에도 불구하고 밀양 시내는 한적하였지만곳곳에 밀양 시민들이 나와서 수천명의 행진대열을 보고 있었습니다타지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지역 문제로 행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놀란 표정이었습니다간혹 행진하는 우리를 응원하는 밀양 주민들도 있었습니다우리가 나누어준 피켓을 같이 들고 우리의 행진을 응원해 주었던 밀양 어느 병원의 간호사들과 청소년그들 역시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우리를 그렇게 기다려 왔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故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분향소가 있는 영남루의 시민체육공원 위의 밀양교를 지날 때 참가자 전원이 잠시 동안 묵념하면서 고인을 추모하였습니다이미 희망버스 출발일 이틀 전에 서울 조계사에서 故 유한숙 어르신의 49제가 치러졌으나아직도 정부와 밀양시는 故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을 복합적 원인으로 인한 죽음으로 매도하면서밀양 송전탑과의 관련을 부인하고 있습니다아직까지도 고인의 유언에 의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밀양 송전탑으로 인해 돌아가신 밀양주민이 두 분이나 나왔지만 공사는 강행되고 있고한전과 밀양시장은 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덧 행진대열이 한전 밀양지점에 다다라한전 앞에 긴행렬로 늘어섰고 그 앞을 다시 경찰들이 막아섰습니다한전 앞에서 잠시 故 유한숙 어르신의 유족인 아들 유동환님의 발언이 있었습니다참가자 모두의 연대에 감사드리고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계속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요지의 말씀이었습니다.

 

한전 앞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연이어서 공사중지경찰해산을 외쳤습니다전기는 당연히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에너지이고 전기를 공공적으로 공급해야하는 한전의 역할과 기능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그러나 전력공급시설이 충분한데도 끝을 모르고 전력시설을 공급하려고 하는 현재의 한전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전기는 무한한 자원이 아닙니다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현재 정점을 넘어서는 석유와 가스 등의 유한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를 사용할수록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지구의 대기와 환경이 더욱 위태로워집니다원전 또한 우라늄이라는 유한하고 매우 위험한 원료를 쓰고있으며원전의 부산물인 핵폐기물에 대해서는 핵발전이 시작된지 60년이 다되었지만아직 까지 인류가 그 처분시설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이러한 유한하고 위험한 에너지를 계속 써야하는 화력/원자력 발전소와 그것을 위한 송전탑 공사를피해주민의 외침을 무시하고서라도 계속해서 만들려는 한전의 작태는 분명 사회적으로 제지되고 통제되어야 합니다이번 밀양 희망버스도 그러한 한전의 폭주를 멈추기 위한 일환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마침내 참가자들이 행진의 마지막 지점인 밀양역에 도착했습니다밀양역에서는 밀양 주민들이 준비한 저녁을 먹고,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라는 제목의 문화제가 진행되었습니다문화제가 진행되는 행사장 옆에는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이 투쟁기금을 모으기 위해 직접 준비한 농산물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대추고춧가루, ‘밀양765kV송전탑out’ 이 새겨진 후드티와 텀블러 등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었습니다겨울밤이었음에도 참가자들이 든 촛불과 행사장의 열기로,밀양의 밤은 따뜻했습니다.

 

문화제가 끝나고 4000여명의 참가자는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서 각기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 마을로 향했습니다제가 갔던 마을은 단장면 골안마을이었으며 인근의 생태학습관에서 밀양에서의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마침 이 날 밤 저녁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건설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님께서 학습관을 방문하여 참가자들과 말씀을 나눌 시간이 주어졌습니다밀양 송전탑을 막기 위한 지난 수년 동안의 밀양 주민들의 지난한 싸움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받은 고통과 상처를 이계삼 국장님은 덤덤하게 말씀하셨습니다되려 그 모습이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본인들이 너무나도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그럼에도 그 싸움은 계속 될 것이며 희망버스와 같은 연대의 손길로 더욱 힘이 날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이셨습니다또한 오랫동안 밀양송전탑 싸움을 같이 했던 동화전 마을 주민들의 상당수가 최근 한전측의 보상안에 합의를 해줬으며이제 동화전 마을의 몇 몇 주민들만이 더욱 더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되어 굉장히 힘들어 하고 계시다고 하십니다다행이도 이러한 힘든 시기에 밀양희망버스가 방문해줘서 무척 큰 힘이 됐다고 하십니다그 말을 듣고 참가자 모두가 참가한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참가자들은 오전 일찍 일어나 밀양 공사현장을 방문했습니다제가 있던 버스 참가자들이 향한 마을은 골안마을 108번 공사현장이었습니다. 7시 조금 넘어 마을 입구에 들어선 후멀리서 경찰 대열 몇 몇이 산 중턱의 공사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참가자들이 공사현장이 있는 산 중턱에 오르기 전 미리 입산 통제를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밀양 할머니들은 구부정한 몸을 가누며자신들을 막겠다고 버티고 선 그 경찰들 앞에서당신들의 아픔을 같이 하려는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이미 경찰 수십명이 108번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참가자들과 잠시 실랑이가 이어졌으며 결국 그 길을 우회하여 산길로 힘겹게 오르기를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그러한 과정을 몇 번이나 거치면서참가자 모두는 경찰과 숨바꼭질 하듯이 공사현장까지 진격해야 했습니다사유지도 아닌데 왜 경찰이 다니라고 있는 길을 막고 있냐는 항의에도 묵묵부답으로 무조건 막아선 그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밀양 할머니와 할어버지들은 수년 째 이렇게 오르고 싸우기를 반복해 왔다고 합니다.

 

한 시간 가까이를 씨름한 끝에 다다른 공사현장 입구에는 경찰 수 백명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공사현장 주위는 망으로 둘러쳐져 있었습니다국책사업이라는 공사현장 앞에 보이는 그러한 모습이 그 공사가 얼마나 정당성이 없는 공사인지 간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그날 오전 내내 경찰이 보여준 작태는 민간 용역회사 직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정당한 이유 없이 시민의 진로를 막고는폭력행위를 기도할 어떠한 증거도 보이지 않은 사람들을 제지하려는 그들의 행위는 국민의 경찰이 아니라 특정 조직과 기관에 충성하는 하수인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공사현장 입구에 모인 참가자들은 연신 공사중지경찰해산을 외쳤습니다그 외침에도 끄떡없이 공사는 계속되었고경찰은 공공의 안위보다는 그 공사의 안위에 더 신경쓰면서 참가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며 감시하고 있었습니다참가자와 같이 오르신 밀양의 할아버지는 몇 년간 계속된 이러한 싸움의 고통과 한전과 경찰의 무지막지한 행태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결국 철망으로 둘러쳐진 공사현장과 그 앞을 막아선 경찰들에 분노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하산하였습니다하산 후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참가자 전원의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아침을 차려주시는 주민분들이 하나 같이 참 와줘서 고맙다”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정말 기뻐하셨습니다비록 12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그 동안만이라도 밀양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자그마한 힘이라도 되었다는 생각에 출발 전 가졌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 것 같았습니다.

 

이후 故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분향소가 있는 영남루가 내다보이는 밀양 시민체육공원에서 마지막 집회와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전국 각 지역에서 방문한 분들의 소감과 이에 대한 밀양 주민들의 답례가 이어졌고마지막으로 밀양 765kV송전탑 공사를 중지하고 즉각 밀양 주민들과 대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치고 12일간의 밀양 희망버스의 밀양에서의 행사가 끝이 났습니다다음의 3차 밀양 희망버스를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밀양주민들과 헤어졌습니다.

 

짧은 12일이었지만 4000여명의 밀양희망버스 참가자들로 인해 밀양 주민분들이 매우 힘을 얻었다고 하며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거나 공사를 찬성한 밀양 주민들이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이슈가 되었기를 기대해 봤습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큰 힘을 얻은 것은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 자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짧게나마 연대의 힘을 느꼈고 우리의 지지와 응원으로 밀양 주민들의 얼굴에 잠시나마 웃음이 피어났다는 것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12일 동안의 일정에서 밀양 765kV송전탑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던 것과 함께희망버스의 의미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희망버스는 지역간 연대를 통해 갈등의 경계를 넘고 고통의 연대를 이루는 것입니다부당한 권력은 항상 사회 구성원들이 원자화’/‘파편화되기를 원합니다그래서 개인이 부당한 탄압을 받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을 막는 고통의 경계를 계속 만들려 합니다희망버스는 이러한 고통의 경계구획에 정면으로 맞섭니다왜냐하면 밀양 송전탑의 문제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밀양 765kV송전탑 문제는 원전확대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정부주도의 폭력적 개발방식이라는우리사회의 대표적인 문제가 응축된 국민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희망버스는 타인의 고통새로운 길로 갈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가능성과 계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밀양 송전탑 공사가 멈춰지는 날 까지 밀양 희망버스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작성 생태지평

Posted by ma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