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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슈

이상한 설문조사 - 한국인의 64%가 원자력에 긍정적인 의견??

한국인의 64%가 원자력에 긍정적인 의견??
- 핵에너지 선호도 여론조사의 허와 실. 논의의 시작이 잘못되었다. -

1. 한국인의 64%가 원자력에 긍정적이라고??
지난 4월 20일 세계 47개국을 대상으로 핵발전에 설문조사(GLOBAL BAROMETER OF VIEWS ON NUCLEAR ENERGY After Japan Earthquake. Gallup international & Worldwide Independent Network of Market Research) 결과가 공개되었다.

한국에서는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기초로 대다수 언론들이 지난 4월 20일자로 주요 기사로 보도하였다. 대다수 언론의 보도내용은 한국인의 64%가 원자력에 긍정적이며, 이는 세계 2위의 결과라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한국인 64% 원자력에 긍정적. 세계 2위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 기사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설문조사 결과가 너무 축약적이어서, 관련 여론조사의 질문지 및 결과, 배경자료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여론조사를 수행한 기관(한국갤럽)에서는 관련 질문지 및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며, 함축적인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조사의 개요>
1. 조사 대상국 : 한국,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인도, 핀란드 등 47개국
2. 총 표본수 : 34,122명 (한국: 1,03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3. 조사 방법 : 국가별로 전화 조사, 면접 조사, 온라인 조사 (한국 : 전화 조사)
4. 조사 일시 : 2011년 3월 21일~4월 10일 (한국 : 3월 23일)
5. 조사 기관 : 각 국가의 Gallup International Association(GIA) 회원사 (한국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주요 내용- 보도자료 내용 소 제목>
- 한국인 원전 이용 ‘찬성’ 64%, 일본 원전 사고 후 ‘반대’ 14% 늘어
- 원전 이용 찬성 중국 1위, 한국 2위, 원전 이용 반대는 유럽에서 많아
- 중국 원전 사고 가능성 ‘높다’ 81%


2.. 한국. 핵에너지 찬성 세계 2위??

관련하여 연합뉴스의 보도내용을 살펴보자.

연합뉴스는 4월 19일자 기사를 통해 "한국인 64%, 원자력에 긍정적..세계 2위"라는 제목을 사용하였으며, 부제로는 ‘WIN-갤럽 47개국 여론조사...日사고에도 영향 거의 없어. 오스트리아 가장 부정적..."긍정적" 세계평균 57%→49%’라는 특이한 부제를 사용하였다.

또한 본 내용으로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고 원자력에 대해 가장 호의적../..원자력에 긍정적/호의적이라는 한국인은 64%../..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한국은 거의 변화가 없어../..사고 이전 한국에서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10%로 조사대상 47개국 중 가장 낮았다.../..반면 오스트리아는 응답자의 90%가 원전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으며 그리스(89%), 아제르바이잔(76%), 세르비아ㆍ세르비아(75%) 등도 반대 여론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사고 당사국인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루마니아는 기존에 원자력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이 다수였다가 이번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여론이 뒤집힌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경우 사고 이전에 긍정적인 국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62%였지만 사고 이후 39%로 하락폭이 가장 컸으며 부정적이라는 답은 10%에서 24%로 크게 늘었다. 47개국 전체로는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가 57%에서 49%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응답자가 부정적인 쪽보다 6%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원전 지지자와 반대자 간의 격차는 사고 이전 25%포인트에서 이후 6%포인트로 급감했다.(이상 연합뉴스 기시 요약)’

이웃나라 일본에서 핵 발전사고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사고(혹은 사고등급 이상의 사고)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고, 방사성물질에 대한 국내 유입에 따른 건강영향에 대해 민감한 상황에서의 여론조사 결과치고는 뭔가 이상하다. 궁금하여 관련 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갤럽인터내셔널(Gallup international)의 보도자료 원문(총 15페이지)과 설문지 및 결과( Volume 1: TABULAR PRESENTATION OF ALL 8 QUESTIONS COUNTRY-WISE)와 배경자료(Background Paper on)를 구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라는 것은 설문조사기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질문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많은 편차와 결과를 드러낸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다양한 주관적 의견를 피력하기 앞서, 일단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3. 전혀 다른 비중의 설문조사 주요 결과
보도자료 원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제목 부분은 한국 갤럽의 보도자료 및 한국 언론의 내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WIN_GALLUP International의 보도자료는 핵에너지에 대한 일본 지진 충격의 국제적 의견이라는 메인제목 밑에 ‘핵에너지 사용 찬반 격차 25%에서 5%로 감소. 찬반은 여전히 49% : 43%’라는 핵심 내용이 먼저 배치되어 있다. 한국의 보도자료가 한국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였던 만큼 핵에너지 사용에 대한 지진 전후의 찬반 비율의 변화가 중요했을 것이다.


WIN_GALLUP International의 보도자료 표지(좌)와 한국 갤럽의 보도자료 내용지(우).


흥미로우면서도 당연한 결과 중 하나는 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응답자 중 41%가 사고 전후에 핵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고 이전에는 찬성 비율이 34 더 높았으나, 사고 후에는 반대가 오히려 7% 많아졌다.

한국의 설문 응답과 달리 세계 응답자 전체가 핵에너지 사용에 대한 찬반 선호도 비율은 사고이전 57%(찬) Vs 32%(반)이었으나, 사고이후에는 찬성 49% 반대 43%로 큰 변화를 보인다. 찬성 비율은 약 8% 감소한 반면에 반대의견은 11%나 증가한 것이다. 찬성과 반대 의견 비율 차이가 25% → 6%로 상당히 줄었다. 상당한 진전이라 하겠다.

일본 지진 전후 핵 에너지에 대한 의견의 변동. 찬반 격차가 25%에서 6%로 줄었다. 상당한 변화이다.


한편 이번 일본 지진 및 쓰나미 등 사고와 관련하여 응답자의 91%가 일본 지진에 대해 알고 있으며, 81%가 후쿠시마 핵사고 관련 이슈를 인지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주요한 정보취득 경로는 대다수가 전통적인 미디어인 TV 및 라디오, 신문 등이며, 약 18%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이후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사고 이전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회복 될 것이라는 의견이 18%, 사고 이전 수준 회복 30%, 이전 수준 회복 곤란 의견이 38%로 응답되었다. 일본내에서는 55%가 부정적인 의견이며, 한국과 중국에서는 각각 47% 및 67%가 부정적으로 응답하였다.

4. 거의 대부분의 국가 원전 선호도 하락
설문조사는 그 결과 분석에 있어 어떤 것을 볼 것인가의 관점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민 응답자 1,031명이 모두 다 원전에 긍정적이라고 대답하였다고 한국민 전체가 원전을 경향적으로 선호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 있어 흥미로운 결과 분석 중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총 4가지 유형의 국가군이 분류되었다는 점이다. 핵에너지 이용 찬성의견이 다수에서 소수로 변경된 국가(Type A), 다수의 찬성 속에서 약간의 변화(Type B), 다수 찬성의 전망에서 10% 이내의 약간의 변화(Type C), 이미 핵에너지 사용이 소수의견이거나 혹은 찬성이 증가한 국가(Type D)이다.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나라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이후 대중적인 원전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고,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상황에 직면해 있다. 원전 관련 기술자 및 공학자들이 자신의 인식 범주에서 핵발전은 안전하다고 매일 주장하여도, 이미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대중적 우려는 근거의 유무와 관계없이 합리적 의심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그 현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 핵사고 이전 이후 주관적인 찬성 반대 혹은 선호도 차이를 보여주는 설문에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찬성 혹은 선호도의 하락 현황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지진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핵에너지 사용에 대한 찬성 의견이 하락하였다. 왼편 붉은 글씨 국가는 IAEA 가입 국가들이다. 한국은 Type C로 분류되었다.


왼편의 붉은 글씨의 국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 국가로 현재 핵발전을 통해 전력생산을 하는 나라들이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페인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제르바이젠, 모로코, 피지 등 5대국을 제외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핵 발전 보유 유무와 무관하게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핵에너지 이용에 대한 찬성 혹은 선호 의견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고이전에는 찬성의견이 많았으나 반대의견이 더 많아진 국가로는 일본, 캐나나,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이 있다.

갤럽인터내셔널과 WIN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핵에너지에 대한 대중의 이해 변화가 국제적인 연료가격뿐만이 아니라 미래 세계 에너지 지표 및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였다.

5. 한국의 언론들은 이러한 현황을 왜 보도하지 않은 것일까?
한국의 언론들은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세계 2위 혹은 세계 1위 등의 내용을 주요 제목으로 배치하였다. 왜 이런 자극적인 제목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지 의문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산업에 대한 이윤지향적 접근법과 동일한 인식을 가진 핵산업계 및 우호 세력에게는 핵산업의 본질이 드러나는 논쟁은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고, 핵발전 사고의 공간적 범위의 무한대성과 대책의 실효성이 전무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에도 우리사회 뿐만이 아니라, 서유럽을 비롯하여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이 핵발전소 안전성, 경제성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7년 3월 EU차원의 정기 설문조사에 의하면 시민의 61%가 잠재적 사고와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우려로 원자력의 비중을 줄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07.3.7. 그린테크) 이는 체르노빌 이후 핵의 안전성 신화 포기 및 정책적 에너지 전환을 이룬 사회의 정상적인 결과 라고 할 수 있다.

그에 앞서 2005년 1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전세계 주요 18개국 국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 응답자의 62%는 기존의 원전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59%가 반대하였다. 특이한 것은 동일한 설문에서 한국의 경우 원자력에 대한 지지와 지속적인 건설이 52%로 가장 높은 찬성 응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민의 의견 중 현재 존재하는 원전 사용 및 이후 건설 중단의견은 34%, 폐지 의견은 12%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핵발전 찬반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을 통해 핵발전과 대안 에너지의 장단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인지되고, 정책적으로 대안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현실화하고 있는 유럽과 한국의 차이에서 기인한 다 할 수 있다. 한국은 불행히도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와 무관하게 TV 및 방송매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및 원자력문화재단 등에서 제작한 수백억원 이상의 핵 산업 이미지 광고가 매년 계속 반복하여 국민을 세뇌하고 있다.

6.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불안감 사이에서
확률론적 위험성에 근거한 정부와 원자력계의 핵 시설에 대한 근거없는 안전신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국민들이 핵산업을 긍정적이라는 기존의 설문조사 결과는 일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동시에 핵산업의 은폐된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 이후 급속도로 축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 그러나 정부와 원자력계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핵 사고에 대한 일반 국민의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을 마치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불신이라 비하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일반 국민으로서는 ‘핵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힘든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사실 정부와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핵 안전성은 제한적 인식에 기초한 확률적 안전성으로, 이것으로는 지금의 사태들에 대해 해명이 불가능하다. 이번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보듯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 변수 및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본 핵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대기 및 강우에 포함되어 노출되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이 가지는 불안감은 막연함이 아닌 현실적인 것이다.

대기 및 강우에 포함되어 있는 방사성물질이 기준 이내라 하더라도, 이로 인한 개개인의 연간 혹은 평생 누적 노출량에 의한 환경 혹은 보건영향에 대해서 확실한 대책 및 영향분석은 없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대책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비를 자유롭게 맞을 자유가 없을 것인가? 향후 얼마의 기간동안 음식물 섭취 및 외부 활동에 있어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향후 사회적으로 증가 가능한 질병의 종류 및 모니터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우리가 확인할 것은 핵산업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바다 건너 불구경하는 이상한 정부하에서의 대중이 가지는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부터 점검되어야 한다. 또한 핵사고로부터의 근원적 탈피를 위한 탈핵전략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대안적인 에너지 자립 계획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후쿠시마에서 얻어야 할 교훈일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언론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